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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학준 동북아역사재단 제3대 이사장 취임사
  • 김학준 | 이사장

안녕하십니까?
동북아역사재단 제3대 이사장으로 취임하게 된 김학준입니다.

오늘 동북아역사재단 제3대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저는 말할 수 없이 무거운 책임을 느낍니다.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저에게 너무나 큰 책임이 아닐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영광스럽지만 과연 이 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인지 두려움마저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저는 대한민국 국민의 성원을 믿고, 동시에 재단 임직원 여러분의 역량을 신뢰하고 헌신을 기대하면서, 감히 이 자리에 섰습니다.

지난날에도 그러했지만, 최근 세계정세는 긴장과 대결로 치달리고 있습니다. 지구 곳곳에서 경제위기와 자연재해가 연발하는 가운데 테러와 집단살상이 벌어지면서 인류의 장래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진단이 속출하게 만듭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의 정세

특히,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의 정세는 날이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습니다. 중국과 일본 사이의 영토분쟁은 분쟁으로 머물지 않고 군사적 무력시위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일본 정계와 사회는 일제가 조선강점기에 저지른 반인륜적 범죄들을 부인할 뿐만아니라, 우리의 고유영토인 독도를 다시 침탈하려는 식민주의적 발상을 강화하면서 극우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정치인들 가운데는 평화헌법을 개정해 이른바 국방군을 창설해야 한다고 선동하는 이들마저 나타났습니다. 한국이 일본의 시대착오적 망동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은 그 책임이 전적으로 일본으로 귀결됩니다.

다른 한편으로, 중국의 이른바 '동북공정'은 지난 10년에 이어 오늘날까지도 여러 형태로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 궁극적 목적은 단순화시켜 말해 우리 민족의 고대사는 물론이고 심지어 중세사까지도 중국 역사의 연장선 위에 설정하려는 데 있습니다.

동시에 중국의 북한과의 관계는 우리가 우려할 수밖에 없는 측면들을 노정하고 있습니다. 동북3성을 적극적으로 개발하면서 한반도의 동해로 진출하고자 시도하는 중국은 외형적으로 북한을 지원하지만, 실질적으로 북한을 자신의 영향권 안에 고착시키려는 듯한 뜻을 비치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북한대로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은 채 때때로 무력도발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의 취임을 계기로 동북아에 대한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중국과의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여기에 맞서, 미국은 일본과의 관계를 강화하면서 중국 그리고 중-러 협력구도에 대해 견제하는 외양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동북아에는 이른바 '새로운 냉전'이라는 바람직스럽지 못한 조류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긴박한 상황에서, 우리 재단의 사명은 우선 우리 민족의 역사와 영토를 지키는 데 있습니다. 고조선으로부터 시작하여 대한민국에 이르기까지 우리 선조들이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르면서 애국심으로써 이 역사와 이 강토를 지켜왔습니까. 그 숱한 외부의 침략을 겪으면서도 우리 선조들이 지켜 우리에게 물려준 역사와 영토가 우리 대에 와서 조금이라도 훼손된다면 무슨 낯으로 조상을 대할 수 있겠습니까?

심화연구와 홍보 및 교육 강화가 재단의 사명

연구의 심화와 홍보-교육의 강화를 통해 우리 조상이, 우리 선대가, 온갖 고난을 이겨내며 지켜온 우리 민족의 역사가 조금이라도 침탈되지 않고 우리 민족의 영토가 한 치라도 빼앗겨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데 우리 재단의 사명이 있습니다. 그러한 뜻에서, 저는 우리 재단이야말로 우리 민족의 역사와 영토를 지키는 최일선에서 머리로, 펜으로, 입으로 복무하는 자랑스러운 호국의 간성(干城)이라 아니 할 수 없습니다.

이와 관련해, 저는 오는 2015년 8월 15일이 일제의 항복에 따라 2차 세계대전이 종결된 때로부터 70주년이 되는 날임을 상기하고자 합니다. 돌이켜 보면, 연합국이 파시스트세력과 군국주의세력을 패퇴시키는 데 큰 역할을 수행한 것은 사실이지만, 전후처리에 미흡했고 심지어 과오를 범한 것도 사실입니다. 한반도의 분단도 그러했고, 오늘날 동북아에서 전개되는 분쟁과 논쟁도 전후처리의 과오에 그 씨앗이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에 대비한 학술대회를 준비하면서, 전후처리과정에서 잘못된 부분들을 학술적으로 바로 잡는 일을 시작해야 하겠습니다.

그 일은 내년 11월 27일에 맞이할 연합 3대국 수뇌의 카이로선언 70주년 때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 선언은 일제가 폭력과 탐욕으로 탈취한 이웃 나라들의 땅을 그 주인에게 되돌려 주어야 한다는 다짐을 담고 있으며, 이 선언에 따라 한반도 전체는 물론이고 그 일부인 독도도 우리 겨레에게 돌아왔던 것입니다. 이 선언은 1945년 7월 26일에 발표된 연합승전국의 포츠담선언에도 포함됐고, 일제는 이 선언을 수락하면서 항복했던 것입니다. 그런데도 독도를 다시 탈취하겠다는 것은 일본이 카이로선언, 포츠담선언, 항복선언을 무효화시키겠다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아닙니다.

갈등과 대결 속에서 화해와 평화의 길을 모색해야

우리 재단에게는 또 하나의 중대한 사명이 부여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갈등과 대결의 위기 속에서 화해와 평화의 길을 모색하고 열어가고 뿌리내리게 하는 사명입니다. 우리 재단의 정관에 어느 무엇에 앞서 명시되어 있는 사명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점에서 우리는 동북아시아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평화의 사도들인 것입니다. 이 사명을 언제나 기억하도록 합시다.

우리 재단의 역사는 결코 길지 않습니다. 이제 겨우 여섯 해가 지났습니다. 그 짧은 기간에 우리 재단을 제도적으로 재정적으로 지원해주신 정부와 국회에 대해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또한 우리 재단을 때로는 성원해주시고 때로는 질책해주신 국민 여러분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동시에 여러 힘든 여건을 극복하면서 재단의 기초를 튼튼하게 세워주신 초대 김용덕 이사장님, 2대 정재정 이사장님, 그리고 역대 사무총장님들을 비롯해 연구와 행정 분야에서 성실히 실적을 쌓아주신 여러분 모두에게 치하의 인사를 드립니다.

동시에 우리 모두 우리가 수행하는 일에 자부심과 동시에 책임감을 다시 다짐할 것을 제의하고자 합니다. 역사와 영토와 평화를 지키는 일에 너와 나가 따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 스스로를 돌아보고 고칠 것은 고치면서 국내외 여러 정책기관들, 그리고 많은 연구자들 및 시민운동가들과 함께 지혜를 모아 나가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