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몽골 중세사 전공 연구자이며, 몽골국립교육대학교 역사-사회과학대학 몽골사학과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2011년 설립된 '한·몽 역사 고고학자 협의회'에서 합의한 '상호 교환 연구 프로그램'에 따라 동북아역사재단의 초청을 받아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약 2개월 간 한국을 방문, 재단의 자료센터에서 교환 연구를 하였습니다.
필자는 지난 1993년부터 한국의 학자들과 교류하기 시작했습니다. 1993년부터 시작한 '한·몽 동몽골(Dornod Mongol) 프로젝트'를 비롯하여, 이후 한국 유학생들에게 몽골어, 몽골 고대 문자 그리고 몽골 역사 등을 강의하기도 하였으며, 개인 연구자들의 필드 워크나 다큐멘터리 제작 작업 등에도 참여하였습니다. 또한 2007년부터 몽골과 동북아역사재단이 정기적으로 개최한 공동학술회의의 발표자 및 한·몽 역사가 협의회 설립 추진 실무위원 등으로도 참여하였습니다.
지난 2개월 간의 한국 체류기
지난 2개월 동안 서울에 체류하면서 한국에 대해 많은 것을 보고 또 느꼈습니다. 한국의 기후는 몽골에 비해 습하고 또 무더웠습니다. 특히 여름은 너무나도 습하고 또 무더워서 지내기에 무척 힘이 들었습니다. 반대로 몽골은 건조하여 시원하기는 합니다. 몽골인들이 한국인들에 비해 피부가 빠르게 노화하는 이유는 건조한 기후와 강한 자외선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체류 기간 동안 한국의 절에도 다녀온 적이 있는데, 그것들이 일반적으로 높은 산중에 있는 점, 승려들이 결혼하지 않는 점, 한국어로 된 경전을 읽는 점 등은 몽골과 달랐으며, 그런 측면에서 한국은 전통적인 계율과 현대라는 시대성을 조화롭게 유지·발전시켜 나가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또한 한국에는 기독교와 천주교의 교회와 성당도 많이 보였고 신자들이 많이 드나드는 것을 보았습니다.
한국의 결혼식 풍경도 몽골과는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가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주로 주말에 결혼식을 거행하는데, 하객들이 축의금을 내면서 축하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몽골에서는 신랑 신부가 '결혼 궁전ʼ에서 서약을 한 후, 집이나 식당 등에서 연회를 엽니다. 결혼은 길일을 택하여 평일에 주로 하며, 연회에 참석한 하객들이 그 때 축하 선물을 줍니다. 시골에서는 며칠 동안 피로연을 치르기도 하는데, 하객들 중에는 가축을 선물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음식 문화도 몽골과 크게 차이가 있었습니다. 한국은 여러 가지 육류와 야채를 이용하여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 먹습니다. 그런데 몽골에서는 하루에 두 번 식사를 하며, 주로 육식을 합니다. 원래 몽골 사람들은 겨울에 고기를 먹고, 여름에는 유제품을 주로 먹었는데, 이런 전통은 이제 시골에만 일부 남아 있습니다.
한국의 시골 풍경은 몽골의 그것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논밭과 비닐하우스가 펼쳐져 있었으며, 상하수도 시설이 잘 갖추어진 건물 등이 쾌적하고 또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몽골의 시골은 주인 없는 초원이 끝없이 이어져 있고, 가끔씩 하나 또는 두 채의 몽골 유목민의 전통 가옥 게르가 세워져 있습니다. 사람들은 말, 양, 염소, 소, 낙타 등의 다섯 가지 가축을 방목하면서 이동하는, 소위 '유목'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몽골 연구 발전 가능성 발견
한국에서는 몽골과 관련된 연구가 크게 발전하고 있고, 앞으로도 발전할 가능성이 많이 있어보였습니다. 한국 내에는 두 개의 몽골어 학과를 비롯하여 몇몇 대학에서는 '몽골연구소ʼ 등이 있으며, 적지 않은 연구자들이 훌륭한 연구성과를 축적해 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몽골비사》, 《게세르》, 《장가르》 등 몽골의 위대한 문학작품들을 모두 한국어로 번역하였습니다. 이 일은 한국이 거둔 몽골 연구의 커다란 성과입니다. 또한 한국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재연구소 그리고 서울대학교 등의 역사·고고학자들도 몽골 연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한·몽 역사고고학자 협의회'가 동북아시아의 발전 방안과 기틀 모색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기를
동북아역사재단은 동북아시아 여러 민족의 역사를 연구하고, 이를 통해서 밝혀낸 역사적 진실을 일반 대중에게 알리고 교육하는 데 아주 적극적이라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스스로 획득한 성과들을 잘 홍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체류 기간 중에, 재단 연구자들이 거의 매일 TV를 비롯한 다양한 매체들과 인터뷰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재단 내에는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훌륭한 자료센터와 장서들이 있습니다. 필자가 체류하는 동안에도 해외에서 방문한 학자들이 쾌적한 분위기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특히, '한·몽 역사고고학자 협의회'의 활동이 2012년도에 들어서면서 더욱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데 대해서 크게 기쁘게 생각합니다. 지난 2012년 5월 22~23일 사이에는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칭기스 칸 탄생 850주년을 기념하여 '칭기스 칸과 몽골제국, 그리고 한반도'라는 주제의 한·몽 공동 학술회의가 동북아역사재단 주최로 개최되었습니다. 이 회의에는 한국과 몽골의 많은 학자들이 참가하여 자신들의 최신의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토론하였습니다.
또한 '한·몽 역사·고고학자 협의회'의 협약에 따라 몽골과 한국의 전문 연구자들이 각각 상대국을 방문하여 수행하는 '전문가 교환 연구 프로그램'은 크게 두 가지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하나는 몽골의 여러 학자들이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으며, 마찬가지로 한국 학자들도 몽골과 몽골인에 대한 이해가 증대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양국 간의 이해와 미래의 상호 협력 증진 등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두 번째는 개인의 학문 연구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점입니다. 상대국의 역사연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 수 있으며, 이를 통해서 연구자들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방법론을 모색할 수 있고, 또 연구 지평 확장 등 개인 연구의 질적인 도약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전문가 교환 연구 프로그램ʼ이 지속적으로 시행되기를 희망합니다.
끝으로, 양국이 힘을 모아 발족시킨 '한·몽 역사고고학자 협의회ʼ가 한국과 몽골의 역사 연구에서 드러나는 이견을 조율하고 또 동북아시아 여러 나라 사이에서 표출되는 역사 갈등을 해소하며, 이를 토대로 하여 역내의 여러 나라들이 더불어 발전하는 방안과 기틀을 모색하는데 중추적인 기능을 하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