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역사NGO활동가대회가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서 10월 18일~21일 사이 열렸다. 한국을 포함한 19개 국가 및 지역의 NGO 관계자 등 150여 명(한국 30명, 해외 20명, 캄보디아 1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개최된 이번 활동가대회는 동북아 및 동남아 NGO 사이의 연결망 확충과 협력을 증진하고, 두 지역의 역사경험을 공유하며, 평화로운 미래를 향한 역사이해를 향상시키려는 목적으로 개최됐다. 때마침 캄보디아 전 국왕 시아누크의 서거로 인해 행사 도중 중요 일정의 앞에는 간혹 고인을 위한 묵념이 있었으며, 각국에서 온 행사 참가자들은 숙소인 캄보디아나 호텔이 주관한 분향식(焚香式)에 참여하기도 했다.
일본역사교과서 왜곡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조기해결 촉구 결의문 채택
프놈펜 역사NGO활동가대회는 국제심포지엄(18일, 전체회의 1-2-3) 및 동아시아 청년포럼(18~19일), 워크숍 1-2-3 및 캄보디아 국립박물관 방문(19일), 현장학습1(20일, 프놈펜의 투올 슬렝 제노사이드 박물관, 시소와스 고등학생들을 상대로 한 위안부 강의), 현장학습2(21일, 시암립소재 앙코르 문화유적 답사 등 일정) 등으로 구성·진행됐다. 특히, 이번대회에서 NGO참가자들이 동아시아 지역 영토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을 바로잡으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조기해결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참가자들은 또한 영토분쟁의 악순환 종결을 촉구하는 일본 GO 및 지식인들의 성명(9월 28일)을 지지한다고 밝혀 동북아 및 동남아 영토분쟁의 평화적해결을 향한 강한 의지를 표출했다.
첫날 전체 국제심포지엄 세션1(식민지시대의 경험과 교과서)에서 발제한 버나드 카가닐라 필리핀 대학 교수는 '전쟁 기간 중 필리핀에서의 일본 제국주의'라는 제목 하에 전쟁범죄 및 인류에 대한 범죄 문제를 논의했으며, 이 중 특히 필리핀 교과서가 위안부 문제를 얼마나 다루는지를 소개했다. 특히, 그는 필자 세실리아 듀카(Cecilia Duka)의 '자유를 향한 투쟁'이라는 교재는 위안부 문제에 10여 개의 문단(패러그래프)을 할애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가닐라에 의하면, 듀카의 책은 일본의 오락적 성(性) 및 폭력의 제도를 난징학살과 연결시키고 있다고 한다. 건국대 박삼헌 교수는 2000년대의 한국 국내정치와 8·15에 관해 전반적으로 언급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했음을 설명했다. 토론에 나선 태국 시암 대학의 차이야난트 파냐시리 교수는 "태국은 서방 열강에 의한 식민피해의 경험은 없지만 글로벌화로 인해 사실상으로는 반식민지화 상태에 와 있는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동남아와 동북아의 역사대화'라는 제하의 세션2에서 손삼낭 전 캄보디아-태국 문화교류위원장은 캄보디아-태국의 분쟁지인 프레하 비헤아르 사원 인근 지역을 놓고 양국의 미디어가 어떻게 사실을 왜곡했는지를 다루었다. 이어 태국 출라롱코른 대학의 푸앙통 파와카판 교수는 무엇이 이들 양국의 역사대화에 장애가 되는지를 논의했다. 연세대 신주백 교수는 "동북아와 동남아가 식민지 경험 및 태평양전쟁의 경험을 공유한다"면서 "이들 두 주제를 중심으로 두 지역이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동북아와 동남아 영토·영해 문제의 경험과 평화로운 해결방안'이라는 제하의 세션3에서 재단의 배진수 수석연구위원은 "동남아의 영토분쟁 사례들이 동북아 사례보다 훨씬 많았다고 파악되면서도, 동남아는 ASEAN 또는 ARF 등 지역안보기구를 통한 분쟁방지 및 해결노력의 여지가 더 많다"고 설명했다. 또한 하심 잘랄 인도네시아 해양부장관 자문관은 남중국해에서의 분쟁해결 및 갈등관리 방안을 제안했으며, 캄보디아 왕정 추밀고문관인 손 수버트는 '메콩강 유역의 평화와 전쟁'을 주제로 발표했다.
청년 포럼 참가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둘러싼 소송 등 다양한 논의 펼쳐
청년 포럼에서는 각국의 젊은 운동가들이 "전쟁 중 여성 성폭력: 위안부 문제", "지구촌의 지속가능한 평화", "전쟁 없는 세계를 지향하며" 등 주제를 놓고 활발하게 발표, 토론, 질의를 벌였다. 유일한 일본인 참가자인 나오코 진(Bridge of Peace 대표)등 40여 명의 청년 포럼 참가자들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다룬 일본 법원의 소송 문제를 놓고 논의하기도 했다. 포럼의 말미에 재단의 정은정 행정원은 일본군 '위안부' 등 전시(戰時) 인권침해를 다루는 청년 포럼 결성을 제안했다.
워크숍은 "동아시아 역사화해를 위한 지역협력과 시민사회의 역할", "동아시아 평화와 역사화해를 위한 시민사회의 공동규범과 가치", "2012 활동가대회 평가와 차기 역사NGO세계대회 의제개발"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이들 워크숍에서는 캄보디아·미얀마·말레이시아·베트남 등 각국역사NGO들의 자국내 활동상황에 관한 설명이 있었고, 이어 ASEAN 경험에서 배울 점, 동북아 공동체 평화를 위한 공동규범(홍기준 경희대교수) 등 발제가 있었으며, 내년의제로 위안부 문제를 재논의하자는 제안(설원태 재단홍보교육실장) 등이 있었다.
현장학습 일정으로는 구 서대문 형무소를 연상시키는 음침한 분위기의 투올 슬렝(Tuol Sleng) 킬링필드 박물관(S-21 Prison) 견학과 앙코르 사원 탐방이 있었다. 이곳을 찾아간 NGO관계자들은 폴폿 정권 아래 자행된 학살 가해자와 피해자가 자리를 함께 하면서 증언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안내자의 설명에 의하면, 캄보디아의 현대 사는 잔혹한 학살의 역사로 점철돼 있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선이 모호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때문인지 캄보디아에는 국제사회가 지원하는 화해나 평화에 관련된NGO들이 많다고 한다.
이번 활동가대회는 앙코르 와트 탐방, DC-Cam(Documentation Center of Cambodia) 제공의 다큐멘터리 영화 관람, 평가 회의로 종료됐다. 인류의 위대한 유산인 앙코르 와트에 대한 탐방에서 우리는 조상이 남긴 탁월한 유산에 의지해 연명하는 현지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DC-Cam의 영화(제목: A River Changes Course. 크메르어 영화, 영어자막)에서 우리는 도시화라는 큰 흐름 속에서 캄보디아 농어촌 젊은이들의 인생경로가 얼마나 어렵게 바뀌어가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귀국 직전인 21일 밤 한국 측 참가자들은 호텔에서 긴급평가회를 가졌다. 참가자들은 "지난 대회 때보다는 조금 더 개선된 듯하다", "동북아와 동남아의 NGO간 만남은 큰 의미가 있다", "회의 주제의 일관성-지속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매년 해야 하는 것 아니냐", "행사홍보 를 더 잘 해야 한다" 등 자유롭게 의견을 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