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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소식
문화재 되돌려 받기와 돌려주기의 문제점 : 법적 관점에서 본다면
  •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해 한국인 문화재 전문절도단이 일본에서 훔쳐 국내로 밀반입한 국보급 불상 두 점을 놓고 이들 문화재를 일본에 되돌려 주어야 하는지, 아니면 국내에서 보관해야 하는지 대해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한국 법원은 지난 2월 불상의 일본반환을 반대하는 요지의 판결을 내렸고, 지한파 인사인 와카미야 요시부미 전 아시히신문 주필은 4월 한 신문 칼럼에서 "한일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는 한 요인"이라고 논평했다. 수백년 전의 문화재 '강탈'과 최근의 문화재 '절도 밀반입', 그리고 이런 문화재의 소유권 또는 점유권 회복에 관한 논란을 법적인 관점에서 심층 진단해 보았다. -편집자 주

2012년 10월 한국인 문화재 전문절도단이 일본 쓰시마 섬(對馬島)에서 불상 두 점, 곧 통일신라시대의 동조여래입상과 고려시대의 금동관음보살좌상을 훔쳐 밀반입했다가 적발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 불상들은 밀반입 전에는 각각 가이진(海神) 신사와 간논지(觀音寺)가 소장하고 있었는데, 모두 '국내에서 제작' 즉, 한국에 기원을 둔 가치가 매우 높은 국보급 문화재로 판명됐다.
일본 정부는 같은 해 12월 외교채널을 통해 우리 정부에 수사 요청과 함께 반환 요구를 해 왔다. 한국 정부가 대응방향을 검토하는 와중에 대한불교 조계종 부석사는 금동관음보살좌상에 대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유체동산 점유 이전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2월 26일 대전지방법원 제21민사부는 "금동관음보살좌상을 보관하고 있던 일본 관음사가 이 불상을 정당하게 취득했다는 것을 소송에서 확정하기 전까지 한국 정부는 금동관음보살좌상을 한국 정부가 일본에 돌려주겠다는 의사를 표명해서는 안 되며, 그에 대한 점유를 풀고 부석사가 위임하는 집행관에게 인도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불상의 조기 반환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이후 우리 정부는 3월 3일 한일 간에 불상 반환 문제와 관련해 의견 교환이 있었음을 밝혔다.

밀반입 불상을 둘러싼 3가지 논란

지금 우리 사회에선 일본에서 도난된 뒤 국내로 밀반입된 이 불상들의 일본측에 대한 반환 여부를 놓고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다. 여론은 3가지로 갈려 있다. ① 모두 돌려줘야 한다는 견해(정영호교수 등), ② 모두 돌려줘선 안 된다는 견해(문화주권 옹호 입장의 불교계 및 시민), ③ 통일신라 여래입상은 일본이 강탈해 갔다는 근거가 없어 반환하는 것이 맞지만, 금동관음보살좌상은 그 반대로 돌려줘선 안 된다는 견해(문명대 동국대 교수, 혜문 스님 등)가 그것들이다.

첫째 견해는 '전부 반환 추진'의 입장으로서 불상들이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것은 맞지만, 교류나 기증, 선물 등 합법적인 방법으로 일본에 건너갔을 개연성(즉 취득 경위가 합법적이라는 것)이 있는 반면, 일본이 약탈하거나 강탈해 갔다는 증거가 전혀 없으므로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사실이 그렇다면 불상의 현재 소유권은 일본측에 있으며, 한국에의 이전은 절도·도난에 근거한 일본으로부터의 불법 반출에 해당되게 된다. 따라서 한국으로서는 반환하는 것이 맞다. 왜냐하면 1970년의 「문화재의 불법적인 반출입 및 소유권 양도 금지와 예방수단에 관한 협약」(일명 유네스코협약) 제3조 및 제13조는 당사국에게 협약의 정신에 반하는 문화재의 반출입 금지 및 불법적으로 반출입된 문화재의 반환 의무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1983년, 일본은 2002년 이 협약에 각각 가입했다. 현재 일본은 자국에 있던 불상이 지난 해 10월 불법적으로 한국에 반입됐으므로 협약에 따라 돌려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1986년 채택된 유네스코 산하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윤리강령도 유네스코협약과 유사한 규정을 두고 있으나, 이 강령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또 1995년 채택된 '도난 또는 불법반출 문화재 반환에 관한 유니드로아 협약'은 유네스코협약을 더욱 강화한 것으로 선의취득이더라도 보상 등을 통해 환수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한국과 일본 모두 가입하지 않았으므로 본건에 적용되지는 않는다.

둘째 견해는 '전부 반환 불가'의 입장으로 불상들이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졌고, 일본이 강탈해 갔을 가능성이 매우 크므로 반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입장도 유네스코협약의 관련 규정에 터잡고 있다. 협약은 어디까지나 합법적 취득자 내지 소유자를 보호하려고 체결된 것이지, 오래 전에 발생한 전쟁 등 무력충돌 시(時)나 식민지배 과정에서 약탈 내지 강탈이란 불법적 수단에 의해 유출된 문화재의 현재 점유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의 불상들이 일본이 애당초 원출처국인 한국에서 약탈 내지 강탈해 간 것이라면, 돌려 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네스코협약은 전쟁 기타 무력충돌 시 혹은 식민지배 시에 행해진 약탈 내지 강탈의 문제를 명시적으로 다루지 않은 채 문화재를 도난, 도굴 및 불법적인 반출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을 목적(전문 참조)으로 하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위와 같은 해석론을 내세워 불상 2점을 일본측에 반환하지 않으려면, 한국 정부는 일본에 의한 약탈 내지 강탈의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입증책임을 다하지 못할 경우 일본의 반발을 초래함은 물론 국제사회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을 공산이 크다. 요컨대, 2점의 불상을 챙기려다가 오히려 더 많은 손실(즉, 한일간 외교적 마찰 조장, 재일 문화재 환수 노력에 대한 부정적 영향 등)을 가져올 수도 있다.

약탈된 문화재는 반환거부가 옳아

셋째 견해는 앞의 두 견해에 대한 절충적 입장이다. 금동관음보살좌상은 복장된 발원문에 1330년 서산 부석사에서 조성됐다는 사실이 명백히 밝혀져 있다. 또 복장에서 나온 조성기에는 "서산 부석사 당주로 조성해 영원토록 봉양하기를 서원한다"는 내용만 기록돼 있을 뿐, "쓰시마 섬 관음사로 이안(移安)한다"는 내용은 전혀 없다. 만약 쓰시마 섬 관음사에 봉안하고자 부석사에서 주조했다면, '무슨 이유로 이안한다'는 내용을 조성기에 남기는 게 원칙이다. 이처럼 일본에 준 기록이 한국에 남아 있지 않은데다가 불상의 머리 부분이 일부 파손돼 있는 점에 비춰 약탈당했을 가능성이 크다. 즉, 정상적으로 관음사에 기증 또는 이안됐다고 보기 어렵다. 그럴진대 한국 정부로서는 원초적인 소유권을 들어 반환을 거부하는 방안을 고려함이 마땅하다. 반면 동조여래입상은 약탈 내지 강탈을 뒷받침할 명백한 증거를 찾을 수 없다. 그렇다면 다소 아쉬운 점이 있더라도 깨끗이 돌려주는 게 낫다. 일단 반환한 다음 나중에 한일 사찰 간의 협상을 통해 기증을 받거나 혹은 매입하는 게 더욱 바람직할 수 있다. 돌려주지 않으려 할 경우 장물에 집착하는 꼴 혹은 절도 및 도난을 조장하는 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도난품 여부 및 추후 문화재 환수 등 고려해야

문화재청에 따르면 2013년 2월 현재 해외로 유출된 문화재는 15만 점이 넘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고, 이 중 일본에만 43%인 6만6,000여 점이 있다. 적지 않은 재일 문화재가 약탈 내지 강탈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철저한 준비에 의해 단계적으로 환수해 나가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차제에 문제의 불상들의 일본 이전 경위와 일본 소장처의 입수 경위를 철저히 파악하고 규명해야 한다. 또 도난품 여부 최종 확인, 문화재보호법과 관련 협약 검토, 불교계의 주장에 대한 사실 확인 등 필요한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런 사실 규명 및 검증의 절차를 통해 반환 여부를 최종 결정해야 할 것이다. 물론 그 처리과정에선 국제법적 측면, 외교적 측면, 추후 재일 문화재 환수에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지혜가 요구된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