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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새 책
『일본 아베 정권의 역사인식과 한일관계』 한일 현안문제의 논리적 극복을 위한 대안 모색
  • 박진우 숙명여자대학교 일본학과 교수

21세기 급변하는 동아시아 정세 속에서 한·중·일 간에 역사인식 문제를 둘러싸고 충돌의 연쇄가 심각하게 전개되고 있다. 급기야 이제까지 역사인식 문제에 관해서는 제3자라는 자세를 견지하던 미국까지 가담하면서 역사 문제와 국제정치문제가 뒤얽혀 더욱 복잡한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상호불신과 오해는 수없이 되풀이되어 왔지만,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도 외교정치의 차원을 넘어서 한일관계 연구자들의 학술교류와 민간교류 활성화 등으로 축적되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러한 노력이 무색할 정도로 한일 관계는 경색되어 있으며, 그 원인을 제공하는 중심에 침략의 역사를 부정하고 나아가 정당화하는 아베신조(安倍晋三) 수상과 그 주변 정치인들이 있다.

이 책은 2012년 12월 제2차 아베 내각이 출범한 이래 일본군 '위안부' 문제,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 영토문제 등을 둘러싸고 심각한 역사인식의 퇴행을 보이는 일본의 정치적 현실에 대응하여 동북아역사재단이 2013년 4월 30일 긴급학술토론회를 개최한 것을 모태로 기획되었다.

이 책은 일본 보수정치의 역사인식, '무라야마 담화'의 의미, 야스쿠니신사 문제, 역사교과서와 '위안부' 문제, 헌법 개정과 자위대 문제 등 현재 한일 간에 현안을 거의 모두 다루고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하여 1990년대 이래 한일 간에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역사인식 문제의 경과를 머릿속에 그릴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베 내각의 주장이 얼마나 일관성이 결여된 비합리적이고 비논리적인 것인지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한일 간 역사 갈등 해소에 초점

또 주목되는 것은 다루는 주제가 제각기 달라도 전체를 관통하는 공통적인 문제의식은 한일 간의 역사인식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한국에서의 일본 연구도 이제는 반일을 위한 맹목적인 비판이 아니라 논리적인 비판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한국 현 정권의 대일정책에 대한 제언(진창수), 무라야마 담화의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평화헌법'과 연동시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하종문),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하여 'A급 전범'만을 문제 삼는 한국의 편협한 내셔널리즘에 대한 지적(박진우), '위안부' 기술 문제를 그 자체로서만이 아니라 교과서제도, 나아가 교육정책 전반에 걸친 문제제기의 일환으로 다루어야 한다는 지적(서현주), 2015년의 한일협정 반세기를 기회로 진정한 동아시아 평화공동체를 함께 실현해가야 한다는 제언(도시환), 동아시아 안보 문제와 관련하여 일본 우경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우려하는 바를 일본에 잘 이해시키고 미국과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최운도), 역사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한일 간에 단기적·중장기적 차원에서 연구 성과를 홍보하고, 폭넓은 교류의 실현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제안(장세윤) 등은 모두가 한일 간에 갈등을 일으키는 현안 문제를 논리적으로 극복하여 동아시아의 평화 지향에 기여하려는 노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상의 연구와 제언이 국제정치와 복잡하게 뒤얽힌 한일 간 역사문제를 해결하기에 충분한 것은 결코 아니다. 더구나 지금도 아베 정권의 우경화 행보는 계속되고 있고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동아시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우리에게 유연하고 냉정한 사고와 판단력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유동적인 상황에 더하여 일본 정치의 우경화에 손을 드는 일본 국민의 동향에 대해서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TBS방송이 2013년 12월 28일 실시한 아베 수상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잘했다'가 71%, '못했다'가 28.8%였다. 또 TV아사히가 2014년 1월 1일 실시한 시청자 설문조사에서도 수상의 참배에 대한 '지지'가 71%, '반대'가 29%로 나타났다.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넷 우익'(우익성향의 일본 네티즌)의 동향은 더욱 우려스럽다. 예를 들면 2013년 12월 26일 아베 수상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한 직후 12월 30일 아사히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20대와 30대 응답자 중 과반 이상이 수상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찬성을 표했으며 반대는 33%에 그치고 있다. 산케이신문사와 FNN 합동여론조사(2014년 1월 6일)에서도 전체적으로는 수상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한 반대가 53%로 찬성의 38.1%를 상회했지만 20대와 30대에 한해서 보면 찬성 43.2%로 반대 41.6%를 웃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베 수상의 참배 직후 한국과 중국의 비판에 대해서도 '납득할 수 없다'가 67.7%인데 비하여 '납득할 수 있다'는 23.3%에 그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실망했다'고 성명을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60% 가까이가 불쾌감을 표명했다. 이러한 여론의 흐름과 더불어 '넷 우익'의 배외주의적인 활동과 편협한 애국심 선동이 아베 내각의 우경화 행보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는 형세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적인 문제에만 주목하여 단편적인 비판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거기에 내포된 본질적인 문제가 무엇인지를 보다 넓은 역사적인 맥락 속에서 파악하면서 동아시아 평화를 공동으로 모색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한일 국교 정상화 50년을 앞두고 우리는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하나의 소중한 결실이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