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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소식
평화의 소녀상 건립 위해 애쓰는 시드니 교민들한·일 과거사 시드니 심포지엄 참석 후기
  • 글 정은정 (홍보교육실 행정원)

10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처음 마주한 시드니의 하늘은 청명했다. 한국은 겨울이라 30도에 이르는 호주의 날씨를 내 몸은 아직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옷차림을 보고 덥지 않느냐고 물어와도 그냥 '괜찮아요~ 아직 견딜만 해요.'라고 말했던 것을 생각하면, 도착한 시간이 아침이라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시차가 두 시간이라 어제 저녁 비행기에 올라 잠도 제대로 못잔 채 밤을 보내고, 아침에 도착한 호주에서 일정을 시작하였다.

바쁜 일정 탓에 이번 출장은 호주에 도착해서 출국까지 50시간이 주어졌다. 시드니총영사관에서 내준 차량으로 숙소에 도착하니 오전 8시 30분. 당초 체크인 시간은 오후지만, 좀 이른 체크인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한국에서 가져간 무거운 행사 자료집과 각종 자료는 호텔 로비에 맡기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우리는 호텔을 나와 근처에서 체크인까지 5시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부족한 발표 자료를 다듬고, 전달할 내용과 자료를 하나라도 더 찾는 것으로 보냈다.

활발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지원 활동

호주는 면적이 한반도의 약 35배에 이르는 나라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군인을 한국전쟁에 파병하였으며,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자유무역 등 기본 가치와 글로벌 이슈에 대한 전략적 이해를 공유하면서 서로 지지하는 협력동반자 국가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중 네덜란드계 호주 출신인 얀 루프 오헤른 할머니가 호주에 살고 있어 한인회와 유학생 등이 '위안부' 피해자 지원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호주에서 일본군'위안부' 관련 의회 결의안을 채택한 게 2007년 9월로 벌써 8년이 지났지만, 결의안 채택과 피해자 지원 활동을 아직 기억하는 이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1953년 시드니에 총영사관을 개설하고, 1961년 외교관계를 수립한 이후 60여 년 동안 한국은 호주의 3대 수출국(중국, 일본에 이어)이자 4대 교역국, 호주는 우리의 7대 교역국이자 자원·에너지 분야 최대 투자국이 되었다. 한·호주 FTA 체결 이후 상호 교류는 더욱 활발해져 호주에 있는 주요 대학과 초중고교에서 한국어 교육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케이팝(K-Pop)도 주요 미디어에 소개되어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었다. 이러한 한국과 호주 관계가 보여주듯이 한인들은 호주의 정치, 경제, 문화 등 많은 영역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요즘에는 워킹비자로 호주를 찾는 한국 청년들이 부쩍 많아졌다고 한다.

호주에 도착한 첫날, 이번 행사를 주최한 호주시드니한인회(회장 송석준)와 조국사랑독도사랑호주연합회(회장 고동식) 등 관계자들을 만났다. 최근 끝난 아시안컵 축구 얘기를 시작으로 호주 한인회와 단체들의 다양한 활동에 관한 소개를 들으면서 호주를 좀 더 친근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현재 시드니한인회는 '한국 문화예술의 전당 및 한국정원'을 건립하고, 그곳에 일본군'위안부' 평화의 소녀상을 세우는 일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한 차례 추진을 시도했으나 일본계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실현하지 못했는데, 최근 다시 이 일을 더욱 조심스럽게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며 재단의 관심과 도움을 요청했다. 우리들은 호주 현지 주민들이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자칫 한·일 두 나라 사이의 다툼으로 오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 문제는 본질적으로 심각한 전시 여성인권 침해이고 보편적 인권 문제라는 점에 주목하여 호주 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우리 역사를 올바로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교민들 모습 "뭉클"

시드니한인회는 호주에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올해는 특히 설 명절을 앞두고 한국의 전통 세시풍속 차전놀이를 시드니 거리축제에서 소개하게 되었다며 기대감과 자긍심을 드러냈다. 또 광복 70주년을 맞아 '한일 과거사 시드니 심포지엄'을 진행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한일 과거사 시드니 심포지엄'은 2015년 2월 13일 시드니 한인회관에서 개최되었다. 비가 조금씩 내려 많은 분들이 함께하지 못할까 걱정했는데, 이휘진 주시드니 대한민국 총영사관 총영사를 비롯해 행사를 주최한 단체와 기관 관계자 등 150여 명이 늦은 시간까지 함께 했다. 오후 5시에 시작한 행사는 10시가 넘어 마무리 되었는데, 한·일 역사현안과 동해 표기의 정당성등 주제 강의와 발제를 한 유의상 국제표기명칭대사에게 많은 질문이 쏟아졌고, 필자가 발제를 맡은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보였으며, 재단의 활동에 대해서도 지지와 성원을 숨기지 않았다.

세계 곳곳에서 한국인으로 살아가며 일본군'위안부', 독도, 동해표기와 같은 현안에 관심을 기울이고, 타지에서 한국의 역사를 올바로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가슴이 벅차 오른다. 낯선 타향에서 한인 이주민의 역사를 새로 써가는 이들이 앞으로도 계속 자긍심을 느끼면서 현지에 뿌리 내릴 수 있도록 우리 재단도 화답해야 하며, 그런 의미에서 이번 행사를 재단이 지원하고 참여할 수 있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