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역사재단은 지난 2014년 11월에 《역주 몽골 황금사》(김장구 역주)를 발간하였다. 이 책은 17세기 몽골 고대문자(Mongol bichig)로 기록한 《코리양코이 알탄 톱치(Quriyangɤui Altan Tobči, 황금사)》를 번역한 것이며, 그 내용은 칭기스 칸(Chinggis Khan)의 소위 '황금가문(Altanurag)' 가계(家繼)에 관한 것이다.
이 책의 원전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지난 1997년이다. 그때까지 원전은 고비-알타이 아이막에 거주했던 유목민 바트멘드(Batmend)의 조상들이 대대로 소장해 왔으며, 그가 같은 고향 후배인 초이마(Sh. Choimaa) 교수에게 제공함으로써 빛을 보게 되었다. 초이마 교수는 오랜 기간 연구한 끝에 몽골 고대문자로 기록된 이 역사서를 모두 현대몽골어로 전사하여 2002년에 간행하였고, 2011년에는 역주와 색인, 원본 사진본을 포함해 완전한 연구서를 출간하기에 이르렀다.
이 책의 저자와 편찬 연도는 알려져 있지 않으나, 학자들은 17세기 초에 간행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알다시피 몽골인이 직접 손으로 쓴 몽골 역사서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몽골비사(元朝秘史)》인데, 안타깝게도 이 책의 몽골어 원본은 현전하지 않고, 몽골어를 한자로 음역(音譯)하여 적은 전사본이 전해지고 있다. 이 때부터 17세기 전반까지 약 3세기 동안 몽골인이 남긴 몽골어 문헌 사료는 현전하는 것이 없다. 그러므로 소위 《황금사(Altan Tobči)》는 《몽골비사》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래된 몽골 역사서이자 가장 오래된 몽골문 사료인 셈이다.
'동북아시아 지역사' 위한 한·몽 역사가들의 협력
재단은 설립 후, 중국의 한국사 왜곡에 적극 대응하기 위하여 몽골, 러시아, 베트남 등 학술기관들과 MOU를 체결하고, 정기적으로 공동 학술 조사와 학술 회의 등을 개최하면서 동북아시아, 나아가 중앙 유라시아 지역과 민족사 인식을 서로 공유하고자 하였다. 이런 맥락에서 몽골과는 이미 2007년에 포괄적 학술 연구 조사에 관한 MOU를 체결하였고, 2011년 11월, 몽골과학아카데미 산하 역사연구소 및 고고학연구소등과 '한몽역사가협의회'를 발족하기에 이르렀다.
'한몽역사가협의회'는 한·몽 관계사와 북방민족사 연구, 공동학술회의, 전문가와 각종 자료 교환 연구, 공동 전시, 주변 국가들의 역사 왜곡 공동 대응 등 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쌍방이 합의한 사업들을 하나씩 추진하고 있다.
이번에 재단에서 발간한 《역주 몽골 황금사》는 '한몽역사가협의회' 운영 사업 중 한·몽 관계사와 북방민족사 관련 연구로 추진한 몽골어 사료 번역과 발간 과제 결과물 가운데 하나다. 재단은 2012년 몽골 고대 문자로 쓰인 사료 중에 《황금사》와 《몽골원류(Erdeni-yin Tobči)》 등 두 권을 우선 번역하기로 하고 먼저 《역주 몽골 황금사》를 발간한 것이며, 《몽골원류》도 2015년 중 발간 예정이다. 그뿐 아니라 몽골 측에서도 '여몽(麗蒙)' 관련 전문 연구서와 한국사 책 등을 몽골어로 번역하였으며, 2015년 중 현지에서 발간하여 몽골 학계에 소개할 예정이다.
몽골어 사료를 번역한 세 가지 이유
재단이 이와 같이 몽골어 사료를 번역하여 발간하게 된 이유는 크게 다음 세 가지다. 첫째는 몽골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몽골과 그 주변 세계를 복원하는 것이다. 둘째는 중국 사료 외 문헌으로 동북아시아사를 이해하고 복원하는 것이다. 셋째는 한국사를 바로 정립하기 위해서다. 중국은 유사 이래 우리와 국경을 맞댄 가장 가까운 이웃이었으며, 때문에 끊임없이 교류와 충돌을 되풀이해 왔다. 그런데 중국은 기원전 90년경부터 우리에게는 없는 사료들을 편찬하였으며, 한국사 연구를 위해서는 싫든 좋든 그들 사료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알려진 것처럼 중국 사료들은 중화주의와 사이관(四夷觀)에 따라 기술되어 있고, 주변 국가들의 민족과 역사는 심하게 왜곡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중국 사서들이 그린 이웃 국가들의 일그러진 이미지를 바로 잡고 객관성이 부족한 사료들의 문제점을 보완하면서, 한반도와 그 북부 지역에서 꽃핀 우리 역사와 문화를 정립하기 위해, 중국 말고 다른 민족과 나라들이 남긴 사료와 그들의 삶의 흔적인 고고 유적·유물 연구에 관심을 기울여야 했다. 한마디로 비중국적 시각에서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고 역사를 서술한 북방 유목 민족들의 '동북아시아 지역사' 서술 내용과 세계관을 살펴보기 위함이다.
이번에 재단에서 발간한 《역주 몽골 황금사》가 이런 갈급함을 한꺼번에 모두 해결해 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의 이러한 노력들이 하나씩 쌓이고 또 비중국계 사료를 토대로 한 동북아시아 지역사를 교차 점검해 보면 중국의 중화주의 세계관이 왜곡한 이미지들을 수정·보완해 보다 온전한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우리 인문학계에 아직 제대로 소개되지 못한 북방 유목민들의 역사 서술 방식, 그들의 삶과 세계관, 당시 여러 민족과 이웃 국가 사이의 관계 등을 엿볼 수도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유목을 하면서 살았던 17세기 몽골인들의 세계관과 삶이 때로는 직설적으로 또 때로는 상징적으로 표현되어 있음과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그들이 어떤 노력을 하였는지, 그리고 그들이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였는지 등에 대해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