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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새 책
《중국의 변경 연구》 중국 변강 연구사업의 현황과 시사점
  • 글 박장배 (정책기획실 기획팀장)
《중국의 변경 연구》
동북아역사재단│2014

2003년부터 한국 사회에서는 중국 학계 일각에서 추진하는 '동북공정'에 관심이 커졌다. 그동안 한국 학계에서 나온 동북공정 관련 연구 양은 상당히 많지만, 그 연구들은 일부 분야나 영역에 치우쳐 있다. '동북공정'에 관해서는 역사학계 외 정치학계 등 사회과학 쪽의 관심은 매우 빈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또 역사학계나 지리학계에서 '동북공정'을 이해하는데 꼭 필요한 다른 공정들을 다룬 경우는 매우 적었다. 《중국의 변경 연구》는 중국 변강학계가 추진한 변강 연구 사업에 관한 종합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현재 14개 국가와 육지 국경을 맞대고 있고, 6개 국가와 해양 경계를 나누고 있다. 또한 중국의 55개 소수민족은 대부분 중국에서 '변강'이라고 일컫는 변경지대에 거주하고 있다. 중국의 국가 발전전략과 미래 구상에서 변강과 민족문제는 소홀히 할 수 없는 핵심 문제다. 중국 학계에서는 변경 문제에 대한 국책 연구를 수행하면서 동시에 '변강학'이라는 학문 분야를 설정하여 그것을 체계화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2002년 '동북공정'을 시작한 후 중국에서 추진한 중국 변강 연구학계의 중대 연구 과제는 5개로 '동북공정'과 '신장항목', 서남항목, 시짱항목, 북강항목 등이다. 2010년 1월 북강항목이 출범하면서 중국 변강학계는 중국 내 육지 변경지대 전체를 포괄하는 변강 연구사업 클러스터를 완성하였다. 동북공정은 중국 동북지역을, 신장항목은 신장 위구르 자치구 지역을, 서남항목은 윈난과 구이저우 지역을 중심으로 한 서남지역을, 시짱항목은 티베트를, 북강항목은 내몽골을 중심으로 한 북부 변경지역을 다룬다.

중국 5개 변강 연구에 관한 첫 종합 조사 결과

중국에서 5개 중대 변강 연구사업은 조금씩 시차를 두고 추진 중이다. 2004년 무렵부터 양두 체제로 진행하던 변강 연구사업은 2008년 이후 서남, 티베트, 북부 변강까지 확대되었다. 이들 변경 연구사업군은 변강 소수민족 지구를 안정시키고 국경 문제에 대비하기 위한 일종의 '학술 만리장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는 '동북공정' 이외 변강 연구 사업에 관해 조사하거나 연구한 사례가 매우 드물거나 거의 공백 상태나 다름없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한국 학계에서는 처음으로 중국의 변강 연구에 관한 종합 조사 결과를 내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내용은 각 연구 항목에서 거둔 성과를 종합하고, 나아가 여타 영역에서 하고 있는 비교 가능한 연구 항목들과 비교분석하여 그 역사적, 현실적 함의를 가늠해 보는 작업이다. 구체적인 목차는 △ 변강 연구 항목들을 개관하는 총론, △ 동북변경 연구공정의 성과와 영향 평가, △ 신장항목의 성과와 영향 평가, △ 서남항목의 실태와 성과 분석, △ 시짱항목의 실태와 추진 현황, △ 북강항목의 실태와 추진 현황, 그리고 부록격으로 문화라는 이름의 다목적 공정인 '초원공정'을 다룬 장으로 이뤄져 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분석을 시도한 초원공정은 10년짜리 국가 대형 연구사업으로 경제적 목적으로 시작하였고 문화를 내세우고 있다.

중국의 변강 연구사업들은 국가 차원에서 추진하는 5개년 계획으로 편성하여 실행하고 있으나, 일사불란한 것은 아니다. 제10차 5개년 계획 기간(2001~2005)에 시작한, 한국사와 관련이 깊은 '동북공정' 체계는 다른 대형 변강 연구사업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동북공정에서 설정한 5대 항목으로 나눠진 사업 분류 체계는 △ 기초연구류, △ 당안문헌류, △ 번역류, △ 정보 데이터베이스 구축, △ 보급용 서적 집필이다. 대체로 이런 사업 체계는 신장항목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이들 동북공정과 신강항목은 중국 학계의 '통일적 다민족 국가론'을 보강하는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중국 '변강학' 체계를 구축하는 모체이자 실험실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중국에서는 연구와 함께 출판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대형 변강 역사지리 연구총서인 《중국변강연구문고》는 2012년부터 헤이룽장교육출판사에서 나오기 시작하였다. 각각 50권씩인 초편 《중국변강연구문고 초편 - 근대 희귀 변강 명저 점교와 해제》와 2편 《중국변강연구문고》로 구성되었다. 초편과 2편은 각각 동북변강권, 북부변강권, 서북변강권, 서남변강권, 해상강역[海疆]권, 종합권으로 분류되었다.

입체적인 대형 변강 연구사업 이해

그동안 국내 학계에서 이뤄진 '동북공정' 중심 조사로는 큰 그림을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확인하면서도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육지 변강 연구사업에 한정하고 있다. 이들 다양한 변강 연구사업에 관한 학술적 평가는 세부 사항에 관한 조사와 분석에 바탕을 둔 종합적인 연구를 통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작업을 위한 기초 작업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대형 변강 연구사업들은 중국의 백년대계, 동아시아와 유라시아 전략, 나아가 세계전략과 무관할 수 없다. 흔히 중국의 비전은 중국 공산당 창립 100주년인 2021년까지 중국 부상 기반 구축을 완료하고,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100주년인 2049년까지 명실상부한 세계 국가로서 위상을 정립하는 것이라고들 말한다. 중국의 변강 연구사업들은 여전히 중국 내부를 정리하는데 초점이 있다는 인상을 주는데, 이 책에서 다룬 연구 범위에는 속하지 않지만 '해상 강역'과 관련한 연구 사업들은 중국 판도를 넘어 중국의 영향권을 분석하는 측면이 있다. 그리고 최근 맹렬히 언급되는 '일대일로(一帶一路)'는 중국의 본격적인 유라시아 전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변강 연구사업의 세부사항을 파악하거나 앞의 큰 그림을 이해하는 데 매우 제한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적어도 동북공정 등 대형 변강 연구사업들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이 책은 이러한 학술동향의 이해를 통해 국제적으로는 보다 생산적인 학술교류에도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