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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소식
일제침탈사 국제공동연구 워크숍 '강제동원' 연구의 공통주제 모색을 위한 첫걸음
  • 이장욱 정책기획실 연구위원

지난 7월 29일 동북아역사재단은 일제침탈사 국제공동연구 워크숍('강제동원' 부분)을 개최하였다.

재단은 과거 일제시기 주변국들에게 끼친 피해사례와 역사를 부정하는 아베 정권에 대응하여 한국의 식민시대 피해상황을 크게 6개 주제군(위안부, 강제동원, 집단학살, 황민화정책, 피해실태 교육, 문화재약탈)으로 나누고 매년 한 개씩 주제를 선정하여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하는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였다. 올 가을 '강제동원'을 첫 번째 주제로 정하여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며, 이번 워크숍은 그 회의를 사전에 준비하고자 마련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 워크숍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일제시기 여러 피해사례들 중에서 우선 '강제동원'을 연구하는 국내외 학자들이 함께 모여 각기 연구 성과를 소개하고, 그 차이들을 비교하고 재평가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한편, 이 주제와 관련하여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토론함으로써 이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성취하고 이룩해야 할 주요한 역사 쟁점을 도출하였다. 이번 워크숍을 기반으로 가을에 개최할 제1회 일제침탈사 국제공동연구 학술회의에서는 더 많은 국내외 학자들을 초청해 구체적이고 중요한 안건들을 중심으로 '강제동원'에 대한 점증적이고 심도 있는 의견 교환을 나눌 예정이다.

동북아·동남아 지역의 일제 '강제동원' 역사

일제침탈사 국제공동연구 강제동원 부분 워크숍에서는 동북아와 동남아로 나누어 두 개의 세션을 진행하였다. 첫 번째 세션으로 폴 크라토스카(Paul Kratoska), 사토 시게루(Sato Shigeru), 미 반 트랜(My-Van Tran) 3명의 학자들이 동남아 지역의 과거 피해사례들에 대한 연구사 경향과 향후 전망에 대해 토론하였다.

먼저 폴 크라토스카 교수(싱가폴대학 출판사 주편위원)는 지난 2005년 본인이 주편한 『전시 일본 제국의 아시아인 노동(Asian Labor in the wartime Japanese Empire)』이라는 저서를 중심으로 제2차 세계대전 중 일제가 동남아에서 저지른 '강제동원'과 관련된 과거사 재평가와 그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당 분야 연구 전망을 제시하였다. 크라토스카 교수는 특히 동남아 지역에서 일제가 자행한 '강제동원'은 한국에서 발견되는 사례와 다른 양상을 보인다고 강조했다.

오랜 세월동안 구미 제국주의에게 식민 지배를 받았던 동남아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이 이 지역으로 진주함으로써 '독립'이라는 단서를 제공받았다. 이 지역 집권층과 지식인들은 새로운 제국주의 세력인 일본과 협력하여 구식민지배세력인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 등에 대항하였고 그 과정에서 하층민 중심으로 벌어진 '강제동원'을 묵인하였다. 그러나 일본의 패망과 더불어 구식민지배세력이 동남아 지역으로 복귀하면서 이른바 '독립운동' 또는 '민족주의' 세력들은 과거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일본과 협력한 일을 부인하고 '강제동원' 역사를 완전히 지워버리는 만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크라토스카 교수가 개진한 이 '강제동원' 연구에 관해 다른 두 호주학자들도 비슷한 지적을 하였다. 이상의 연구에서 보이듯, 한국연구자와 동남아 연구자 사이에는 일제 '강제동원' 역사 인식에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향후 '강제동원'에 대한 국제적인 공감대 형성과 공동연구를 위한 공통의 주제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오후에는 별도로 동북아 세션을 진행하였다. 이 세션에서는 국내학자 2명(신주백, 오일환)과 대만중앙연구원 대만연구소 채혜옥(蔡慧玉, Caroline Hui-yu Ts'ai) 연구원이 대만과 한국의 '강제동원' 역사 연구 성과를 평가하고 향후 전망을 주제로 의견을 교환하였다. 오후 세션에서 나온 동북아 지역의 '강제동원' 역사는 놀랍게도 동남아와 다른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1894~1895년 청일전쟁과 1910년 한일강제병합을 통해 일본제국의 식민지로 전락한 한국과 대만은 약간 차이는 있지만 일제시기, 특히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일제가 추진한 '강제동원'은 비슷한 점이 많았다.

예를 들어 일제는 한국에서와 같이 학도병이나 전시체제 '강제동원'을 통해 대만사회에 많은 피해를 줬다. 그러나 한국과 달리 대만은 일본과 국교수립이 단절된 1970년대 중반부터, 국가 대 국가가 아닌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개별적으로 일본 정부를 상대로 과거사 청산을 요청하였다. 이 과정에서 많은 부분이 해결되었으며 지금도 꾸준히 청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는 현재 일본과 과거사 청산 문제를 두고 진통을 겪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같은 듯 다른 사례에서 공통 주제 찾아야

결국 한국사회가 현재 안고 있는 일제시기 '강제동원' 문제는 각 지역과 국가들이 거쳐 온 제각기 다른 역사적 배경과 현재 정치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하면 국제적인 공통 관심사로 만들어 갈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과제이며 이에 대한 지속적이고 효율적인 연구 성과를 만들어 가는 것이 핵심이다.

우리가 겪은 과거 일제시기 피해사례를 한국의 경험과 시각에서 일방적으로 주장하기보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유사한 피해를 입었던 동남아와 동북아 지역 다른 국가들과 공통 연구 주제를 찾는 것이 시급하다. 공통 주제를 연구하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일제시기 피해사례들에 대한 한국과 다른 피해국들의 연구 성과물을 꾸준히 축적하고 서로 의견을 교환하여 이론적 근거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일련의 순수한 학술교류를 통해 얻은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일본 정부에 과거 미해결 과제 청산을 요구할 때, 일본 역시 세계 여러 국가들의 역사청산 요구를 거부할 수 없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