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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교과서 집필진 한 자리에

동북아역사재단과 고려대학교 동아시아문화교류연구소가 공동 진행한 ‘한일 역사교육 포럼’이 7월 9일부터 10일까지 이틀간 진행되었다. 현장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로서 한국과 일본의 교과서 집필진들을 직접 만나게 된다는 생각에 무척 기대되고 떨리기도 했다. 이틀간의 출장으로 학교를 비워야 했기 때문에 공강 없이 수업을 몰아서 해야 했지만 7월 9일 오후 설레는 마음으로 고려대학교 동아시아문화교류연구소에서 진행되는 회의에 참석할 수 있었다. 사전 회의 형식으로 개최된 ‘한일 교과서 집필자 회의’에서 다음날 포럼에 앞서 일본 역사 교과서 집필진 교수님과 선생님들을 처음 만나 양국의 교육 과정과 교과서 집필 과정에 대해 전체적으로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7월 10일, 동북아역사재단에서 ‘한일 역사교육 포럼’이 진행되었다. 포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꽉 채운 알찬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텍스트 서술 방법의 새로운 모색’, ‘동아시아사 관점의 고대 한일 교류 서술’, ‘개념과 용어로 보는 중근세사 서술의 향방’, ‘역사교육의 현장과 교과서 집필’의 네 가지 세션으로 열여섯 명의 선생님들이 발표를 진행했다. 한국과 일본의 교과서 집필진들이 교과서 서술에서 중점을 두었던 부분과 새로운 관점들을 소개해 주었다. 한일 역사교육과 역사 교과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수 있었던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다.

한일 역사교육 포럼 세션1 발표자들의 토론

역사 교과서 서술에 대한 다양한 논의

첫 번째 세션 발표자인 하네다 마사시 교수는 ‘일본 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의 기본 구조와 문제점’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하네다 마사시 교수는 세계사 교육이 나아갈 방향성에 대해 ‘국민 국가의 역사’에서 이제는 ‘지구 주민의 역사’로 나아갈 것을 제안했다. 한편, 정재정 교수는 ‘한일 공동역사교재 개발의 회고와 전망’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한일 교류의 역사』를 출간하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하고 이후 우리의 과제, 한국과 일본의 역사 인식에서 공통의 지평을 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일본 각 여덟 명씩, 총 열여섯 명의 선생님들이 교과서 집필 경험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서술 사례와 다양하고 새로운 관점들을 제시해 주었다. 필자는 2015 개정 교육과정 내 중학교 역사2 교과서의 1~2단원 내용 중 한일 교류와 관련된 내용을 정리하여 소개하였다. 또한 교과서 서술 분석에서 더 나아가 실제 현장 수업 사례를 제시해 보고자 했다. 온라인 책자 ‘선생님의 답사노트’를 활용해 학생들이 삼국과 일본의 문화유산에 대해 스스로 정리하도록 하는 활동이나 메타버스를 활용해 동아시아 문화권의 핵심 요소(한자, 유교, 불교, 율령 등)를 학습하고 미션을 해결하는 활동 등을 소개하였다.

현장 수업에서의 적용 사례 발표 - 메타버스를 활용한 동아시아 문화권 수업 장면을 재현하는 모습

중학교 역사2 교과서에 나타난 한일 교류의 내용과 현장 수업에서의 적용 사례

지속적인 한일 교류의 필요성

개인적으로는 일본어를 할 줄 몰라 일본의 교과서 집필진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그렇지만 여러 교수님들과 동북아역사재단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발표 시간 이외에도 여러 대화를 할 수 있었다. 한국과 일본의 역사교육 현장에 대해 궁금한 점에 대해 서로 물어보기도 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포럼의 참가로 학술 발표를 들으며 배운 것도 많았지만, 한편으로는 ‘사람 대 사람으로 직접 마주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 자리였다. 역사 교과서와 역사교육이라는 공통의 주제로 양국의 학자들과 현장 교사들이 직접 마주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상호 간의 이해와 공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깊이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한일 간의 역사 인식과 역사교육에 대해 이렇게 논의할 수 있는 대화와 교류의 장이 앞으로도 지속되기를 바라면서 한일 간의 진정한 평화와 공존을 위해 교육 현장에서도 교사로서 의미 있는 수업을 기획하고 학생들에게도 교류의 기회를 제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