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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은 지난 10월 18일 “인태 지역에 대한 중국과 서구사회의 관여: 동아시아에 대한 의미와 도전”을 주제로 학술회의를 열었다. 제1·2부와 종합토론으로 구성한 회의에는 한국, 미국, 중국, 인도, 일본과 싱가포르의 학술 연구기관과 대학에서 관련 전문가 18명이 참석하여 열띤 토론을 펼쳤다. 재단 박지향 이사장은 환영사에서 국내외 학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중국뿐 아니라 역내 모든 국가가 분쟁 요인을 잘 관리하여 ‘갈등·대립’보다는 ‘협력·상생’의 대세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역내 연구자들 상호 간 학술 교류의 지속성을 강조하며, 각국에서 영향력 있는 학자들에게 그 역할도 당부했다.

인태 지역과 미중 관계

첫 발표자인 김한권 교수(국립외교원)는 ‘아시아 국가들의 인도·태평양 전략: 대중국 도전과 협력 요인’을 주제로, 미-중 전략 경쟁의 장기화 국면에서 중국의 대외정책 기조를 소개했다. 그는 중국이 러시아와 관계를 공고히 하고 개도국(Global South)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상하이협력기구(SCO)와 브릭스(BRICS)의 확대를 도모하면서 미국과의 장기적·안정적인 경쟁을 이어가려 한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그는 아세안은 중국의 ‘일대일로’ 해양 실크로드에 대해 경제 협력에는 호의적이지만 남중국해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에는 부정적이라며, 앞으로 중국 경제의 지속 가능성이 ‘일대일로’의 성공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보았다.

류아밍 교수(劉阿明, 상하이사회과학원)는 중국의 시각에서, 레이프 에릭 에슬리 교수(Lief-Eric Easley, 이화여대)는 미국의 시각에서 각각 ‘미·중 전략 경쟁과 한반도: 도전과 협력, 상호인식’을 소개했다. 류 교수는 중미 간 무역과 투자가 안전핀 역할을 해왔으나, 미국의 높은 관세로 교역량은 대폭 감소했고 인적 교류도 크게 줄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그는 남중국해를 둘러싼 양국 갈등은 지속되고 있지만, 기후변화와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하며, 중-미 관계의 방향성을 예측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반도 안정이 세계와 관련국들의 공동이익에 부합한다며 다자 관계를 통한 협력의 ‘습관’을 만들어 갈 필요성을 강조했다.

에슬리 교수는 중국의 인권 탄압, 양안 갈등, 첨단 기술 및 사이버 안보 우려, 공급망 문제 등을 언급하며, 미국에서는 지난 5년간 초당적으로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중 갈등의 장기화, 한국 국내 정치의 양극화, 중국의 남북한에 대한 상반된 인식이 다자적 접근을 어렵게 만든다고 보며, 한국이 중국을 효과적으로 설득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중 경쟁의 동아시아에 대한 의미와 도전

스와란 싱 교수(Swaran Singh, 네루대학)는 ‘인태 지역에서의 미중 전략 경쟁과 인도의 동아시아 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중국은 과거 인태 지역의 외부 요인이었지만, 미래 인태 지역의 성장은 중국 요인과 깊이 연계되어 있어 ‘인·태’와 중국을 어떻게 연결해야 할지가 숙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도는 이 숙제를 위해 세 가지 입장을 견지한다고 소개했다. 첫째, 인태 지역이 군사적 동맹화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기후, 팬데믹, 사이버 안보는 논의할 수 있지만, 군사적 논의는 반대한다. 둘째, 이 지역에 소다자 협의체가 많이 만들어졌으나 배타적이다. 인도의 입장은 반드시 포용적, 관용적이어야 한다. 셋째, 인도는 독자적 노선을 지향하면서 자신의 역할을 하고자 한다. 알다시피 인도는 러우 전쟁에서 중립적 입장을 견지하고, 교량 역할을 할 것이다.

이어서 람펑얼 교수(LAM Peng Er, 싱가포르 국립대학)는 ‘중국의 부상: 기관, 안보, 경제 협력과 공동체 모색’을 주제로 싱가포르와 베트남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미-중 갈등의 장기화 국면에서 한국, 일본, 인도, 아세안과 같은 중견국들이 어떻게 실제적 협력을 도출해 낼 수 있을지 고민이라면서, 동아시아에는 여러 성명서와 협의체가 있지만 실질적 협력이 일어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였다. 그리고 아세안은 중국의 동남아 정책이 상대적으로 성공적이라 평가하면서 브릭스(BRICS)에 합류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일본은 아세안 국가들의 브릭스 가입에 우려를 표하고 있고, 인도는 교량이 아니라 양다리에 걸친 전략을 구사하고, 한국은 북한과의 관계 개선 없이 인태 전략을 제대로 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는 견해도 밝혔다.

가와시마 신 교수(川島真, 도쿄대학)는 ‘인태 지역에서의 미중 전략 경쟁과 일본의 동아시아 전략’을 주제로, 일본은 인태 지역에서 다층적 다자 관계를 통해 역내 평화에 이바지하려고 한다고 소개했다. 아베 전 총리는 호주와는 준동맹 관계를 구축하였고, 인도를 끌어들였고, 일미 동맹을 꾸준히 강화해 왔고, 기시다(岸田) 정부는 한일 관계 개선과 남중국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일본-필리핀 관계도 새롭게 구축했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일본은 2014년부터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였으나 기존의 역사·영토 갈등 요인 이외에 핵 오염수(처리수) 방류 등 새로운 갈등 요인으로 인해 양국 관계는 더욱 취약해졌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그는 새로 선출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자민당 총재는 아시아판 나토(NATO) 창설, SOFA 개정을 이야기하고 있으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견해를 밝혔다.

중국의 ‘주변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

작금의 동아시아는 역사·영토 갈등에 따른 민족주의가 군사안보와 경제안보 영역으로 옮겨붙고 그 무대도 인태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동·남중국해에서 미중, 중일, 중국-동남아 일부 국가 간 역사·영토 갈등이 크게 영향을 미치고, 우크라이나가 북한 미사일의 실험실(testing bed)이 되고 있고, 일본에선 아시아판 나토 창설을 얘기하고 있다. 종합토론에선 동아시아 역내 갈등, 러우 전쟁과 한반도 지정학적 위기에 대하여 참석자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중국의 역할론을 거론했다.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집권하자마자 2013년 10월 ‘주변외교업무좌담회’를 직접 주재하며 역대 여느 정부보다 ‘주변외교’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이른바 ‘시진핑·신시대’의 중국이 앞으로 일관되게 ‘주변 안정과 평화 발전’의 주변외교 이념을 견지해 나갈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