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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 대통령 도서관 건물 전경

미국 대통령 도서관의 소장 기록물

2023년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고조되면서 분쟁의 불똥이 홍해로 튀었다.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후티 반군이 홍해를 항행하는 이스라엘 선박을 공격 대상으로 지목한 것이다.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여러 국적의 선박이 공격받으면서 결국 미국은 이스라엘뿐 아니라 전세계 경제에 중요한 홍해 해상교통로 보호를 위해 군사력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홍해 해양안보 위기와 같이 국가안보 위기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미국의 대외정책 결정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대통령, 국무장관, 국방장관, 재무장관, 정보기관의 수장, 국가안보보좌관 등 미국의 대외정책 결정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정책결정자들의 논의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면, 정책결정자들이 위기를 어떻게 인식했고, 어떤 대안들을 고려했으며, 어떤 이유로 최종 대안을 선택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자료는 매우 제한적으로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이나 각 행정부의 대통령 도서관을 직접 방문해야 한다. 필자가 미국 텍사스주의 오스틴에 위치한 존슨 대통령 도서관(LBJ Presidential Library)을 방문했던 이유도 앞서 언급한 홍해 해양 안보 위기와 유사한 과거 위기에서 미국의 대외정책 결정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존슨 대통령 도서관에서 기록물을 열람하는 연구자들

기록물을 통해 보는 홍해 해양안보 위기에서 미국의 대응

1967년 5월 22일, 이스라엘에게 중요한 석유 수입 해상교통로인 홍해 티란 해협을 이집트가 봉쇄하겠다고 선언하자, 이는 이스라엘뿐 아니라 이스라엘과 특별한 관계를 가졌던 미국에게도 중대한 국가안보 위기였다. 당시 위기 상황에서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은 위기를 어떻게 인식했고, 어떤 대안들을 고려했으며,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대외정책 결정 과정에서 핵심 제도인 국가안전보장회의(National Security Council), 그리고 NSC를 지원하는 위기 대응 조직의 회의록과 보고 자료는 1967년 홍해 위기에서 정책 결정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존슨 대통령 도서관의 기록물 보관실(Reading Room)에서 확보한 NSC 및 위기 대응 조직(중동 통제그룹)의 회의록과 보고 자료에 따르면, 1967년 홍해 위기에서 미국은 대외정책에 두 가지 목표가 있었다. 하나는 이집트가 실제로 홍해를 봉쇄하지 못하도록 억지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스라엘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선제공격 즉, 군사력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었다. 후자는 또 다른 중동전쟁을 의미하는데, 안타깝게도 미국은 이스라엘의 군사력 사용을 막지 못했고, 1967년 6월 5일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으로 제3차 중동전쟁(6일 전쟁)이 발발했다.

1967년 홍해 위기에서 미국은 영국과 함께 군사력을 사용하여 홍해 해양 안보를 지키려는 방안도 논의했다. 그러나 존슨 행정부는 베트남 전쟁에 깊게 개입되어 있었고, 미국이 단독으로 행동하는 것에 연방의회가 반대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정책결정자들은 소극적이었으며, 군사력의 사용보다 외교적 대응에 더 무게를 두었다. 아울러 이스라엘은 이집트의 봉쇄 위협을 당장 군사력을 사용하여 대응해야 하는 ‘급박한’ 위협으로 인식했지만,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은 미국이 단독으로 당장 군사력을 사용해야 할 정도의 위협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위기 상황에서 해상교통로 안보 위협에 대한 인식의 차이, 아시아에서는 베트남 전쟁에 개입되어 있는 국제정치적 상황, 그리고 미국의 독자적인 행동에 부정적인 국내정치(의회) 고려가 복합적으로 이루어져, 당시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은 중동에서의 홍해 위기에 소극적으로 대응했고, 그 결과는 또 다른 중동전쟁의 발발이었다. 존슨 대통령 도서관의 기록물은 당시 정책 결정의 과정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단서를 제공해 주었고, 이상의 기록물은 앞으로도 미국의 대외정책을 이해하는 데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