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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
공동의 역사인식 모색으로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김용덕

2008년 무자년(戊子年) 새해를 맞아 더욱 건강하시고 소망하시는 모든 일이 이루어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지난 해 한·중·일을 비롯한 동북아시아에는 갈등보다는 상호 이해를, 반목보다는 평화와 협력을 지향하는 화해기조가 강해졌습니다. 이는 아시아의 평화와 번영, 나아가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매우 고무적인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6자회담이 성사되어 남북관계를 비롯한 동북아시아의 외교관계가 안정 기조를 되찾았고, 작년 연초의 한·중 외무장관 회담에 이어 지난 9월 APEC 과정에서의 한중 정상회담, 그리고 연말의 한중 총리회담 등으로 한중관계는 신뢰와 협력을 증진했습니다. 또 한일관계에 있어서도 후쿠다 내각이 들어선 이후 과거보다는 상호이해와 신뢰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동북아시아에 평화기조가 정착되는 데에는 주변국들의 우호적인 노력도 큰 영향을 미쳤지만 무엇보다도 이 지역의 평화를 갈망하는 우리 국민들과 정부의 의지가 중요했습니다. 저희 동북아역사재단 임직원들도 역사 갈등을 해소하고 평화기조가 정착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했습니다.
2006년 9월에 저희 재단이 설립되면서 곧바로 추진했던 동북공정 대응사업은 역사문제에 관한 중국정부의 기본입장을 '학술협력'의 방향으로 굳힐 수 있었습니다. 저희 재단은 우리의 '역사주권'을 굳건히 지키면서도 동북아 공동의 역사인식을 모색하고 이것이 종국적으로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했습니다. 중국의 무리한 동북공정에 대응하기 위하여 체계적인 학술 연구와 조사에 착수했으며 현안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연구와 정책개발을 수행했습니다. 그 결과 작년 연말에는 중국사회과학원과 한·중 역사갈등의 문제를 심도 있게 파고드는 학술회의를 개최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저희 재단의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로서 지속적으로 대응하여, 마침내 미국 하원의 결의안을 비롯해서 네덜란드, 캐나다, 유럽의회의 '위안부 결의안'이 통과되는 데 일조할 수 있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역사왜곡을 넘어 보편적 인권에 대한 도전입니다. 저희 재단은 이 문제를 단순한 '한일 당사자 간의 갈등'이 아니라 '인류의 보편적 가치가 훼손'된 것으로 파악하여 이 방향으로 국제사회를 설득했습니다. 여기에 각국의 수많은 자발적인 시민사회단체들이 호응했고 그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각국 의회의 호응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역사문제에 대해 강경노선을 표방했던 아베 총리가 실각했고 상대적으로 유연한 후쿠다 내각이 등장함으로써 한·일 역사갈등은 이전보다 완화될 수 있었습니다.
일본 시마네현에서는 금년 2월에도 '죽도의 날' 행사를 강행하여 우리의 영토주권을 넘보았습니다. 저희 재단은 이에 대응하여 독도가 우리 땅임을 증명하는 각종 자료를 수집, 연구, 조사했으며, 그 결과를 한글뿐만 아니라 영어, 일본어 등으로 책자를 발간하여 널리 홍보했습니다. 아울러 동해 표기의 정당성을 역사적으로 규명한 동영상을 제작하여 9개 국어로 번역, 전 세계에 널리 알렸습니다. 그 결과 독도영유권과 동해표기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은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 갈등은 여전히 꺼지지 않는 불씨로 남아있습니다. 중국은 동북3성 중심으로 동북공정의 논리를 계속해서 펴고 있으며, 일본은 아직까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공식적인 책임을 지지 않고 야스쿠니 합사문제, 교과서 왜곡문제 등에 대해 해결책을 내놓고 있지 않습니다. 여전히 독도는 자기 땅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역사갈등은 쉽게 끝나지 않습니다. 중국과 일본의 국민들이 역사적 인식에서 획기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한 역사갈등은 반복될 것입니다. 동북아시아인들의 올바른 역사인식을 정립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만 합니다.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바른역사 정립의 사명은 단지 저희 재단의 힘만으로 달성될 수 없는 일입니다. 국민 여러분들과 정부가 힘을 하나로 모아 꾸준하게 노력하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입니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도 학계와 시민단체의 선구적인 노력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과 프랑스가 역사적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서 수십년 동안 학계와 시민단체의 눈물겨운 노력이 없었다면 오늘과 같은 유럽의 평화는 결코 이룰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한·중·일 3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인들이 공동의 역사인식에 이르기 위해서는 무수한 사람들의 열정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여기에는 물론 한국인들뿐만 아니라 이와 같은 대의에 동의하는 양심적인 일본인, 중국인들을 비롯한 세계 모든 사람들의 동참이 따라야 합니다.
작년 9월 14일부터 17일까지 저희 재단은 역사NGO세계대회조직위원회와 공동으로 '제1회 역사NGO 세계대회'를 개최했습니다. 총 21개국 연인원 5천여 명이 참석한 이 행사의 화두는 '공동의 역사인식'이었습니다. 기조발제를 한 일본의 무샤코지 킨히테 교수는 "과거의 범죄행위들을 인정하는 것은 국가의 수치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역사 속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새로운 국가적 목표를 얻는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아시아인들이 이와 같은 역사인식에 도달할 때까지 우리는 발분하고 또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저희 재단은 주변 국가들에게 우리의 역사 해석을 강요하기 위해 설립되지는 않았습니다. 진정한 역사화해는 동북아시아 지역의 다양한 사람들이 다채로운 방식으로 만나 역사를 매개로 대화하고 협력하며 교류함으로써 공동의 역사인식에 도달할 때 가능합니다. '역사' 때문에 서로의 친선과 우의가 해치지 않도록 하고, 서로의 역사를 겸허하게 존중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동북아시아라는 지역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함께 평화와 번영을 누리자는 것이 우리의 간절한 소망입니다.

다시 한 번 여러분의 아낌없는 격려와 애정 어린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올 한 해도 복 많이 받으시길 빌며, 새해 인사드리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