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역사교육인가!
교통수단과 통신 기술의 눈부신 발달로 세계화와 지구촌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세계화니 지구촌이니 하는 말이 이제는 거의 생활 속의 언어로 자리 잡아가고 있고, 우리들이 원하든 원하지 아니하던, 인지하던 인지하지 아니하던, 인류의 문명은 대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문명의 대전환기에 오늘을 사는 우리 현대인은 실시간으로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메케인 후보와 오바마 후보간의 치열한 선거 유세전을 보고 있으며, 영국 런던에서 일어난 사회적 폭행 사건을 동시에 들을 수 있다. 일본의 증권 소식을 바로 바로 들을 수 있고, 아르헨티나의 빙하가 녹아내리는 모습을 현장 중계로 볼 수 있다. 세계화가 주로 경제적 개념으로만 이해되었으나, 이제는 정치적·문화적 개념으로까지 확대 이해되고 있다.
비록 세계화가 매우 급진적으로 전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주의나 민족주의, 국민주의는 오히려 강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중동의 에너지 민족주의나 중국의 동북공정을 중심으로 한 중화주의, EU의 경제 공동체주의 등 다양한 형태의 국가주의와 민족주의, 국민주의가 강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 각 민족 단위 정치체나 국가 단위 정치체, 지역 단위 정치체들이 각각의 정치체나 사회체, 경제체의 유지, 발전을 위하여 역사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민족 단위나 국가 단위의 경쟁 관계를 지나치게 이상적이고도 낭만적으로 보는 일부 식자는 "국경 없는 이 세계화 시대에 무슨 낡아빠진 민족이고, 국민이고, 국가냐?"고 코웃음 친다. 그러나 필자는 그러한 이상적 낭만에 빠져 있는 식자들에게 "귀하의 정체성은 무엇이냐?"고 묻고 싶다.
역사교육의 목적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대답은 역사교육의 궁극적 목적을 정리함으로 대답하고자 한다. 역사교육의 목적은 크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역사교육은 세계화 혹은 지구촌화에 대한 안목을 키우기 위해서 꼭 필요한 교육과목이다. 다국적 기업들의 문어발식 시장 확대는 그야말로 국경 없는 경제 전쟁을 진행하고 있다. 사회적 존재인 내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해서는 국가와 국가와의 관계를 포함하여 강대국들의 세계시장 지배에 대한 전략과 사회, 문화적인 세계사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소우주인 인간이 본인의 존재 이유와 존재 가치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세계와의 끊임없는 대화를 하여야 한다. 세계와의 끊임없는 대화는 세계 역사에 대한 이해와 안목을 통해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다.
둘째, 역사교육은 개개인의 삶의 지혜를 키우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과목이다. 인간이 이 세상에 태어나 사회적 존재로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크고 작은 많은 지식과 정보가 필요하다. 역사 속에서 취득한 정보와 지식은 개개인이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많은 해답을 던져 준다. 이름하여 역사의 교훈이다.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 질서와의 관계,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 인간과 환경과의 관계 등 수많은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일과 사건들에 대한 현명한 해결 방안을 배울 수 있다.
셋째, 역사교육은 민주 시민교육의 핵심 내용이다. 공산주의의 종말, 사회주의의 실패, 사회민주주의의 등장과 복지국가의 출현, 그리고 자유민주주의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은 인간이 태어나 살아가는 사회의 정치경제적 체제가 어떠한 체제이어야 하는가 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인류가 창안한 정치경제체제 중에서 자유민주주의체제가 가장 우수한 체제임이 역사적으로 판명이 났다. 자유민주주의체제는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되, 사회적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법과 원칙을 지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주 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공동체 의식과 사회적 질서유지를 위한 기본 소양을 가르치고 배워야 한다. 서로 서로 의견이 다를 경우 토론하는 방법이나 상충하는 이해관계를 타협, 절충하는 기술 등을 익히고 배워야 한다. 이러한 민주 시민교육은 역사교육을 통하여 더욱 생생하게 학습할 수 있다.
넷째, 역사교육은 역사적 사고력을 배양하여 비판의식과 비판력을 키우기 위한 교육이어야 한다. 인간 개개인의 희노애락의 삶과 집단의 흥망성쇠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통해 비판의식을 함양하고, 정치체와 사회적 관습과 제도 등에 대한 비판력을 양성함은 건강한 사회공동체 형성에 꼭 필요한 조건이라 할 수 있다. 이상의 네 가지, 세계화에 대한 안목 키우기, 개인의 삶의 지혜 키우기, 민주 시민 자질 함양하기, 역사적 사고력 양성하기가 바로 역사 교육의 목적이며,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이라 하겠다.
이상의 네 가지, 세계화에 대한 안목 키우기, 개인의 삶의 지혜키우기, 민주 시민 자질 함양하기, 역사적 사고력 양성하기가 바로 역사 교육의 목적이며,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이라 하겠다.
역사교육 강화를 위한 제안
이제 우리의 역사교육 강화를 위한 몇 가지 아이디어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는 중학교 역사 과목을 독립 과목으로 분리하자는 제안이다. 현재는 역사과목이 사회 과목 속에 포함되어 있다. 사회과목 속에 포함되어 있는 역사과목을 독립과목으로 분리하여 교과목을 편성함으로서 역사에 대한 관심, 역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자.
둘째는 고등학교 2학년의 경우 근현대사와 세계사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선택과목으로 되어 있다. 선택 과목으로 되어 있는 근현대사를 필수 과목으로 바꾸자.
셋째는 대학에서 교양 선택으로 되어 있는 역사 과목을 교양 필수 과목으로 채택하자. 그리하여 이성적 사고가 급성장하는 대학시절에 역사와의 대화를 많이 하게 하자.
넷째는 사법고시나 행정고시, 그리고 일반 공무원 채용시험시 역사과목을 필수나 선택으로 꼭 넣자. 그리하여 우리의 판사와 검사, 공무원들이 올바른 민족관과 건강한 국가관을 가질 수 있도록 하자.
다섯째는 공무원 교육이나 회사의 연수회, 일반 평생교육 프로그램에 역사 과목을 넣어 민주 시민으로서의 기본 소양과 자질을 갖추게 하자.
여섯째는 역사교육 방법을 개선하자. 강의식∙주입식∙암기과목에서 토론과 논술, 그리고 현장 체험 프로그램으로 전환하여 역사교육에 대한 재미와 흥미를 유발하자. 재미없고 흥미없는 역사 과목이 아니라,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며,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에 대한 지혜와 해답을 찾게 하자.
이상의 여섯 가지 역사 교육 강화를 위한 아이디어에 대한 비판적 토론과 지혜로운 아이디어를 구하며,"역사를 모르는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말로 이 글을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