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5일부터 9월 26일까지 동북아역사재단은 서울상공회의소에서 '근대 변경의 형성과 변경민의 삶'이라는 주제로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하였다. 이번 국제학술회의는 간도협약 체결 100년을 앞두고 변경문제라는 관점에서 간도문제를 되돌아보기 위하여 준비되었다.
국제학술회의의 기본적인 방향은 이미 작년에 잡혀졌다. 2007년 8월에 열린 전문가 워크숍에서 참가자들의 발표와 토론을 통하여 영유권 중심의 간도문제 연구를 지양하고 사람 중심의 연구, 즉 간도지역에 거주하였던 이주민에 대한 연구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에 대체적으로 합의하였다. 이어 올해 초에 열린 자문회의에서 전반적인 기획이 마련되었다.
자문회의에서는 변경문제를 동북아지역이 전근대에서 근대로 이행하는 시기에 발생한 문제로 자리매김하고 변경지역에 거주하는 변경민의 삶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점에 의견이 모아졌다. 그리고 '영토'라는 용어 보다는 '변경'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더욱 넓은 지리적, 학문적 영역을 포괄할 뿐 아니라 전근대에서 근대로의 이행을 조망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근대 변경의 형성과 변경민의 삶'이라는 주제를 내건 국제학술회의가 개최되었으며,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학자들이 참가하여 이틀 동안 변경문제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이루어졌다.
새로운 자료와 해석에 기초 변경문제에 대한 인식 지평 확장
첫째 날에는 변경문제에 관한 8편의 논문 발표 및 토론이 진행되었다. 대부분의 논문들이 새로운 자료와 해석에 기초하여 변경문제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확장하였다. 특히 구범진(서울대학교) 교수는 유조변 동변 바깥 산장의 관리 및 불법 개간 사건에 따른 관리체계의 변동에 관한 연구를 통하여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중반에 이르는 청대 변경관리의 변화를 세밀하게 구성하였다. 그는 허가받지 않은 자의 출입이 금지되었던 유조변 동변 바깥 산장의 성격을 오늘날의 '비무장지대'와 유사한 것으로 규정하여 논의의 촉발에 도움을 주었다.
은정태(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 연구원은 대한제국이 적극적으로 간도정책이 추진되는 복합적인 구조에 접근하고자 하였다. 그는 정부기관과 지방 관리 및 현지 거주민 등 다양한 주체들의 간도문제 인식을 검토하여 기관과 주체에 따라 간도문제에 대한 인식과 실천의 차이가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단선적인 간도문제 인식을 벗어나고자 하였다.
최덕규 재단 연구위원은 간도문제를 조선, 청, 일본 3국간의 문제로 다루고 있는 기존의 연구에서 벗어나 거시적인 시각에서 간도문제를 조망함으로써 간도협약이 만주를 둘러싼 제국주의 열강의 이해 조정과 타협의 산물임을 규명하였다. 그는 러시아 자료를 활용하여 1905년에서 1910년에 이르는 제국주의 열강의 만주정책 변화를 세밀하게 추적하여 일본 자료에 기초한 간도문제 연구와는 다른 간도협약 이해를 보여주었다.
金春善(延邊大學) 교수는 간도협약 체결을 전후한 시기 북간도지역 한인 이주민의 실태를 드러내 주었다. 그는 1880년대에서 1910년대에 이르는 시기 조선, 청, 일본의 한인정책과 북간도지역 한인사회의 동향에 대한 검토를 통하여 간도협약이 한인들에게 정치, 경제상의 이중적 통치와 압박을 가져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고 결론지었다.
간도협약 100년 맞는 내년 학술회의의 방향 제시
둘째 날에는 변경문제 연구의 현황을 점검하고 앞으로의 과제를 짚어보는 주제토론이 진행되었다. '변경문제의 현황과 과제'라는 주제로 3시간에 걸쳐 진행된 주제토론에서는 봉금지대의 성격, 1880년대 조·청 국경회담의 배경과 의미, 대한제국 간도정책의 배경과 내부 상황, 대한제국과 청의 간도정책에 대한 간도 이주민의 인식 등의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향후 간도 이주민의 인식과 생활에 대한 연구, 중국과 러시아의 외교관계 및 변경문제 처리 방식과 비교하여 19세기 말~20세기 초 조선과 중국의 외교관계와 변경문제를 연구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번 국제학술회의는 변경문제에 대한 새롭고 풍부한 논의를 통하여 많은 성과와 과제를 남겼다. 봉금지대의 성격에 대한 구체적인 문제제기, 1880년대 국경회담의 배경과 맥락에 대한 새로운 접근, 대한제국과 청의 간도정책에 대한 입체적 접근, 거시적 관점에서 제국주의 열강의 만주정책과 간도협약에 대한 새로운 이해 등 새로운 논점이 많이 제기되었으며, 기존의 영유권 문제에서 벗어나 19세기 중반에서 간도협약에 이르는 시기 동북아시아 각국의 변경정책을 새롭게 검토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었다.
또한 기존의 학술회의 형식을 바꾸어 첫째 날은 발표와 개별 토론, 둘째 날은 주제토론에 할애함으로써 풍부하고 깊이 있는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이틀이나 학술회의에 참가해야 하는 수고에도 불구하고 발표자와 토론자 모두가 주제토론에 적극적으로 참가하였으며, 주어진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각 주제에 대한 열띤 토론이 진행되었다.
'변경민의 삶'을 주제로 내걸었음에도 불구하고 변경민에 대한 발표가 빈약하였으며, 주제토론에서도 시간 제약으로 변경민의 인식과 삶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로 나아가지 못하였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는 학술회의의 기획과정에서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점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변경민의 인식과 삶에 대한 자료와 연구가 빈약하다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주제토론을 통하여 대부분의 참가자가 변경민의 삶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하고 이를 향후 변경문제 연구의 과제로 제기함으로써 간도협약 100년을 맞는 변경문제 연구의 방향을 제시하여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