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부터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실시하고 있는 해외 학자 초빙 연구지원 프로그램에 참가하며 한국에 머물고 있는 알렉산더 페트로프 박사. 그는 한·러 관계사(19세기~20세기 근대사)를 전공하면서 연세대학교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웠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수행할'극동에서 러시아 변경 관계'과제를 통해 한·러 관계는 물론 여러 동북아 현안들을 파악하고, 해법을 찾고 싶다는 그를 만났다.
동북아역사재단의 학자 초빙 연구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동기와 현재 한국에서의 주요 연구 과제는?
평소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아 학회 참가 등을 기회로 십여 차례 방문을 했었는데,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에 대한 더 깊이 있는 연구가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과거와 달리 상당부분 축소된 한·러관계 개선에 다소나마 기여하고 싶었다. 극동지역의 역사갈등에 대해 깊이 연구하고 해법을 찾는 것이야 말로 역사가들의 의무가 아닌가?
연구주제는'극동에서 러시아 변경 관계'로, 한·중·일·러의 국경형성 배경과 러시아 정부가 아무르강 문제에 관한 공식 외교문서를 보내고, 샌프란시스코 조약에 서명하는 1851~1951년까지의 변경을 접하고 있는 이웃 나라들 사이의 관계다. 이 시기 대양과 내륙에서 어떤 문제와 갈등, 영토 분쟁이 있었고, 지방과 중앙정부는 어떻게 이 문제들을 해결했는가를 보여줄 것이다. 지방차원에서 이웃나라들과 러시아의 변경관계 조망은 아직 연구가 미진한 분야다.
한·중·일과 러시아 국경형성의 역사와 법리적 분석, 영토분쟁과 국경 분쟁, 러시아 국경의 발전 여건에 대한 구체적인 역사적 사실과 자료의 발굴, 변경의 정부기구 및 변경민들과 한·중·일의 상대 관련 기구와 변경민들 사이의 관계 확인 등을 연구할 것이다.
이 같은 역사 갈등과 관련해 러시아가 할 수 있는 어떤 역할이 있다면 무엇인가?
현재 아시아 극동지역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나 러시아와 중국간의 회합인 상하이 협력기구(참여국가 : 중국,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탄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이러한 기구들을 통해 동아시아 문제를 적극적으로 풀 수 있다. 또한 정치적 안정을 찾아가면서 러시아는 경제적 사회적으로 점차 예전의 힘을 되찾고 있다. 이를 배경으로 향후 동아시아에서 영향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중·러 국경문제 등도 외교적 차원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바 있다.
한·러 교류와 협력이 90년대 한·러 수교 직후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활발한 것 같은 데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양국 관계의 기반은 19세기의 2/4분기에서 20세기 초반에 걸쳐 형성되었고, 그 관계의 정점은 고종과 니콜라스 2세 시대와 일치한다. 이 시기 두 나라 사이의 돈독했던 관계를 보여주는 고종의 아관파천이 1896년에 있었고 그 후 러일 전쟁을 거쳐 한반도가 일본의 식민지가 되고, 해방 후에도 냉전과 분단 상황 등으로 구소련 시기 한국과 러시아의 직접적인 관계는 단절되었다. 그러다가 88올림을 전후로 교류가 재개되고 1990년 수교했지만 깊이 발전하지는 못했다. 이는 소련의 정치적인 상황이 큰 이유가 되었다. 소련이 붕괴된 후 러시아는 정치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황이 이어졌고 경기 침체 등으로 멈춰서는 공장이 늘어나면서 산업 분야에서도 큰 타격을 입었다. 당연히 경제 교류는 줄 수 밖에 없었다. 거기에 각종 범죄와 뇌물 스캔들 등으로 러시아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면서 경제분야를 비롯한 많은 민간교류들이 위축될 수 밖에 없었다.
앞으로 한·러 관계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19세기와 20세기에 있었던 한·러 간의 역사적 관계들에 비춰보면 21세기 동북아에서 러시아의 역할은 계속 증대할 것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현재, 러시아 인구 중 일부가 유럽 쪽으로 이동했던 과거와 달리 시베리아와 극동으로 이동하고 있는데, 이는 이들 지역에서 유의미한 경제활동 기회가 많아지고 있고, 더불어 러시아 정부가 이런 이주활동을 활발하게 지원하고 있는 점과 연관이 깊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특히 사회학자들과 공조직 내에서 적극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다양한 생산적인 견해들이 극동 및 태평양 정책이라는 대내외적 측면에서 중앙정부의 주목을 받고 있다. 따라서 극동에서 러시아의 약진은 러시아 부활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할 수 있다. 한·러 관계는 극동에서 현재는 물론 향후 국제 관계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한·러 관는 다른 모든 나라들 사이의 관계에서와 마찬가지로 러·중, 러·일 관계의 발전과 동시성을 가지고 증진될 것이다.
동북아시아 역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제시해 주었는데 국가 정부가 아닌 개인의 역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본적으로 동아시아 국가들 내 개인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 연구자의 시각에서 본다면 민간 연구자들의 노력이 중요하다. 역사가들이 관련 문제에 대한 자료 수집과 연구를 수행한다면 갈등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질 것이다.
재단 활동을 간접적으로나마 지켜보면서 제언을 한다면?
동북아역사재단은 동아시아 역사를 연구하고 이를 통해 교류를 증진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는 훌륭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창의적이고 탁월하다고 여기는 것은 동북아역사자료센터 구축이다. 나 역시 이곳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양질의 자료들을 통해 의문점을 해결하고 새로운 방향도 모색하고 있다. 또, 동북아역사재단의 프로그램을 통해 앞으로 더 많은 동아시아 문제를 연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한-러 간 교류 증진의 기회도 될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