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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보고
하이 사이토!
  • 양우상 전북대학교 기계공학과
양우상(좌)군과 사이토(우)

"하이 사이토!"
사이토가 서울에 왔습니다. 사이토는 캐나다 연수 시절에 알게 된 일본인 친구입니다. 사이토라는 이름은 무슨 구축함 명칭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가? 사이토도 바다를 좋아하고 배에 대해서'오타쿠'라고 하더군요.

사이토는 제가 캐나다에서 만난 일본인들하고는 좀 남달랐습니다. 김치나 막걸리를 좋아하는 일본인 친구들은 몇몇 봤어도 사이토처럼 동북아에 대해서 많이 아는 사람은 처음이었습니다. 특히 사이토는 우리나라에 대해서 애정이 많더군요. 전에, 같은 클래스에서 수업을 들었던 일본인 여학생이 있었는데, 그 여학생은 우리나라가 분단됐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고 하더군요. 그것을 알려준 당사자는 사이토였구요. 사이토는 지난 세월 일본의 침략주의에 대해서 신랄한 비판을 가하더군요. 조선인들에 대한 강제징용이나 일본군'위안부'문제, 중일전쟁과 남경대학살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하더군요. 제가 이런 생각까지 들 정도였습니다." 제 일본 친구 맞아?"

사이토와 결정적으로 친하게 된 계기는 막걸리나 김치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 날'의 수업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죠. 사실 사이토는 일본인 친구들 사이에서도 독특한 취급을 받았습니다. 한국, 중국에 대한 박식하고 합리적인 역사의식 때문이었죠. 그러던 와중에 클래스에서 세계 분쟁지역과 역사에 대한 토론을 했습니다. 우리 클래스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온 학생들이 많았던 터라 수업이 진행되면 될수록 미묘한 긴장관계가 형성됐습니다. 자연스레'한국+중국 VS 일본'이런 식으로 구도가 형성됐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클래스에 일본인 학생들이 많았다는 겁니다.

한국이나 중국인 친구들이 일본의 군국주의에 대한 폐해를 거론하며 공세를 펼쳐도 워낙 일본인 친구들의'쪽수'가 많았던 터라 그'약발'이 쉽게 먹히지 않더군요. 그런데 침묵을 지키고 있던 사이토가 입을 열었습니다. 기존의 일본인 친구들과 전혀 반대되는 내용을 논리정연하게 이야기하더군요. 논쟁 중에 흥분을 했는지 사이토는 간간이 일본말로 억양을 높였습니다. 사이토가 워낙 논리적으로 이야기를 정리하는 바람에 기존의 일본인 친구들은 카운터펀치를 맞은 듯 예봉이 꺾였습니다. 하긴 같은 일본인에게 자신들의 논지가 꺾였으니 침묵할 수밖에요. 그날의 논쟁의 MVP는 당연 사이토였습니다.

그런 사이토가 네 번째로 한국을 다녀갔습니다. 함께 동동주에 파전을 먹으며 그간의 회포를 풀었죠. 사이토가 손님이니까 내가'한 턱 쏜다'고 하는데도, 굳이 사이토가 값을 치르더군요. 그런 사이토가 내년 여름휴가 때도 한국에 와서 제주도를 가려고 하는데 나에게 동행하자고 하더군요. 그래서 난'여름 성수기 때는 비행기 표 구하기가 쉽지 않은데...'라고 했죠. 그러자 사이토는 씨익 웃으며, "인천에서 배타고 가야지! 비행기 타면 재미없잖아!"라고 말하더군요.

동동주와 파전을 얻어먹은 대가가 크더군요. 내년 여름에 열 몇 시간 동안 여객선을 타고 제주도를 가겠죠. 멀미도 할 거고. 이럴 때는 우리나라에 대해서 잘 알고 바다와 배를 좋아하는 사이토가 밉더군요. 외로운 유학 시절에 같이 라면을 끊여 먹고, 소주잔을 기울이며 서로의 향수를 달래주던 친구 사이토! 그런 친구를 위해서라면 그런 희생 정도는 해야겠죠. 하여간 사이토는 참 유쾌한 녀석입니다. 이런 일본인 친구들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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