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를 꿈.꾸.며.
"牝鷄之晨,惟家之索(빈계지신, 유가지색)."은 암탉이 새벽에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뜻으로『상서(尙書)』의 목서편(牧誓篇)에 나오는 말이다. 주나라의 무왕이 은나라의 폭군 주왕을 정벌하기 위해 조가(朝歌. 지금 중국 중부 하남기현)에 제후들을 집합시켜 놓고 주왕이 달기의 말만 들어 국정을 망친 사실을 책망한 것이다.
중국 유학을 시작하면서 필수 과목인 중국고대문헌학 수업시간에『중국역사문헌간명교정(中國歷史文獻簡明敎程)』이란 교재를 통해 순수한 우리 속담으로만 알고있었던 이 표현이 중국의 고사에서 온 것임을 알고 적지 않은 문화적인 충격을 받았다.
이러한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은 며칠 뒤 모택동이 애독했다고 하는『자치통감』에서 총각(總角) 이란 단어를 보고 또 한번 놀란 기억이 난다. 잠시 뒤통수 맞은 느낌이었다. 이 또한『시경』의 위풍(衛風)편에서 그 유래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서 한자를 자세히 보니 묶다'총'(總)에 뿔'각'(角)으로 옛날 남자 아이들의 머리를 가운데에서 두 갈래로 나누어 양쪽에 마치 뿔처럼 맨 모양에서, 혼인을 하지 않아 상투를 틀지 못하는 남자 즉 미혼 청년을 지칭하는 것 이었다.
그 이후로 짧지 않은 유학 기간 동안'지피지기면 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를 꿈꾸며 항상 역부족인 자신을 독려해 왔다.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중국과 민감한 역사문제에 부딪히게 되면"부피부지기 매전필패(적의 실정은 물론 아군의 형편도 모르면서 싸우면 싸울 때마다 패한다)."가 떠오른다.
최근 동북공정이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된 이후 중국을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 더욱 절실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동안 민·관·학의 노력으로 중국 정부와 학계에 역사왜곡의 문제점을 지적해 왔고, 그 결과 중국 측도 표면적으로나마 이에 대해 인지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요즘은 동북공정에 이어 청사공정이 화두에 오르고 있다. 중국은'사기(史記)'이래 정사에서 조선관련 역사를'외국열전(外國列傳)'으로 처리하였지만 1928년에 출간된『청사고(淸史稿)』에서는'열전속국(列傳屬國)'으로 처리 하였다고 한다. 이는 조선을 속국으로 만들고자 하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 된다.
반면 새로운 청사에서는 속국전(屬國傳)의 국가들 모두 방교지(邦交志, 이웃 나라들과의 외교관계를 서술한 내용)에 포함시키되, 방교지를 상하로 나누어 상권에는 조선, 유구, 월남 등을 하권에는 일본과 구미 각국을 포함시킬 예정이라고 한다. 적어도 우리의 역사가'열전속국(列傳屬國)'에 포함 되지 않는 것은 다행이다. 이 역시 보이지 않는 학자들의 수고가 있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청사공정 과정에서 한·중관계에 대한 적지 않은 쟁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역사문제를 둘러싼 한·중간의 인식차이는 그렇게 쉽게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이런 의미에서'중국 정확히 읽기'`는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다시'지피지기(知彼知己)'면'백전불태(百戰不殆)'라는 말을 기억하며 좀 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로 동북아의 공동 번영과 발전을 뒷받침하기 위한 새로운 역사상 정립에 우리 모두가 힘을 합하기를 기대해 본다.
※ 역사에세이는 재단 연구위원들이 쓰는 자유로운 형식과 내용의 칼럼입니다. _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