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6일, 일본 대장성이 1946년에 스스로 '독도는 일본 땅이 아니다'라고 인정한 사실을 담은 법령 자료가 공개되면서 독도 영유권 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이미 우리나라는 독도 영유권 논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 있다. 이는 독도가 한국의 영토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는 수많은 학자들의 연구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독도, 지리상의 재발견'의 저자로 독도 영유권과 동해 표기 분야의 연구에서 업적을 남기고 있는 이진명 교수를 만나보았다.
프랑스에서는 한국학 교수인데 국내에서는 독도 연구자로 알려져 있다. 독도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70년대 말, 파리에서 박사논문을 끝낸 후 우연히 외무부에서 발간한 '독도자료집'이라는 것을 보게 되면서부터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후 1990년대에 독도 문제가 큰 이슈로 등장하면서 한·일간의 마찰이 빚어질 때, 본격적으로 독도문제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밝혀진 자료 외에 서양에는 어떤 자료가 있는지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1996년 가을부터 프랑스 해군성 자료관을 시작으로 국립고문서관, 프랑스국립도서관 등에서 자료를 찾으며 서양 고지도에 나와 있는 독도를 찾아냈다.
2005년에 찾아내 공개한 조선전도 중 팔도총도, 조선전도 등은 독도가 한국 땅임을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증거 사료로 꼽힌다. 발견 당시의 소감은?
학자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좋은 자료를 찾았을 때는 눈물이 날 정도로 기쁘다. 1644년 이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여지도' 중 '팔도총도'는 초대 주한 프랑스 공사 콜랭 드 플랑시의 수집품이었다. 현재 프랑스국립도서관에 소장된 이 지도는 울릉도와 독도(우산도)의 위치를 바르게 표시한 가장 오래된 지도로 추정되고 있다. 또, 일제강점기 때 일본에서 제작한 '대일본분현지도' 중 '조선전도'에는 독도를 '다케시마'라는 이름으로 명확하게 조선령에 포함시켜 놓았다. 독도를 일본 영토로 인식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2005년에 『독도, 지리상의 재발견』 증보판을 내고 한국에서 관련 학술회의 등에 참석하면서 동해 연구로 방향을 전환한 것으로 알고 있다. 동해 연구는 어느 정도 진척이 있는지?
역시 여러 방면으로 서양 자료를 많이 찾아봤다. 한국해의 기원부터 누구의 영향으로 18세기에 그 표기가 쓰이기 시작했는지까지. 근원을 찾아보면, 여행기 등에 들어가 있는 지도들을 참작해서 지도제작자들이 지도를 만들 때 반영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 근원지가 어딘지, 어떤 식으로 표기됐는지, 18세기 고지도에 일본해와 한국해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 등등 여러 가지 방면으로 자료를 찾고 연구하고 있다. 자료를 찾고 연구하다 보면 같은 지도를 놓고도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
'동해' 표기 관련 고지도를 찾으면 19세기 이전에는 한국해로 나오다가 이후 일본해로 바뀌었다는데?
동해 표기 관련해서 지도를 찾으면 17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분야에서 서양 자료가 중요한 이유가 있는데, 사실 동양에서는 옛날부터 바다에 이름을 따로 붙이지 않았다. 바다 명칭은 서양 사람들이 붙이기 시작한 것이다. 18세기 지도를 보면 80% 정도가 조선해로 표기하고 있다. 그러다가 19세기로 넘어가면서 똑같은 바다가 일본해로 바뀌었다. 그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당시 항해의 기본 자료가 되었던 라페루즈 탐험대의 해도였다. 울릉도를 발견한 라페루즈 탐험대가 동해를 일본해라고 기록하면서 이후 전 세계 지도에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된 것이다.
그렇게 200년 이상 세계 사람들이 쓰게 된 명칭이어서 하루 아침에 동해로 표기를 바꾼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동해 표기 문제를 제기하며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노력으로 일본해와 동해를 병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고무적인 현상이다.
일본은 교과서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을 명기하는 등 우리를 자극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런 일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일본의 정치 지도자들이 잘못하고 있다. 그것은 결코 자국민들에게 유익하지 않다고 본다. 독도 문제는 일본의 북방영토 분쟁과는 다른 문제다. 나중에라도 찾아오라고 젊은이들에게 주입을 시키고 있는 셈인데 결코 찾을 수 없는 남의 땅을 그렇게 빼앗으라고 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교육이다. 그러니 우리는 냉정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독도 문제와 관련해서는 현재 무엇으로 불리든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를 하고 있으니 늘 침착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
지난해 개소한 독도 연구소의 활동에 조언을 해준다면? 덧붙여 한국의 독도나 동해 연구에서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
독도에 관해서는 이미 좋은 자료들이 많이 나와 있는 것으로 안다. 새로운 자료를 찾고 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자료들을 번역해서 외국인들에게 널리 퍼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한국도 고문서, 고지도들을 포함한 독도와 동해 관련 옛 자료들을 모두 디지털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계 여러 나라 언어로 데이터베이스화 하여 어느 곳에서든 인터넷으로 검색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 전자도서관을 만들면 좋겠다.
이진명
1946년 경남 고성 출생. 1971년 서울대학교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파리4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리옹3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해 현재 한국학 정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동해학회 해외이사,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프랑스한국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서양 자료로 본 독도』, 『독도, 지리상의 재발견』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