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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소식
한·카자흐스탄 공동 암각화 조사
  • 장석호 제2연구실 연구위원
한·카자흐스탄 공동 암각화 조사

동북아역사재단은 2009년 8월의 한 달 동안 카자흐스탄의 중·동부 지역에 분포하는 암각화 유적지에서 한·카자흐스탄 공동 조사를 펼쳤다. 이 조사는 동북아역사재단이 카자흐스탄 교육과학부 교육위원회 마르굴란 기념 고고학연구소와 협정을 체결하고 펼친 것이다. 이 조사는 카자흐스탄의 선사 및 고대 암각화의 세계와 그 연구 현황, 카자흐스탄 학술 연구 기관 및 연구자들과의 네트워크 구축과 공동 연구 그리고 한국 민족 문화의 계통성을 파악하기 위하여 기획된 것이다.

조사 기간은 2009년 8월 3일부터 31일까지 총 29일간이었으며, 조사는 '스임겐트'를 중심으로 한 카자흐스탄 남부 지역의 네 곳, 남동부 '세미레치에' 지역의 네 곳 그리고 '우스트 카메노고르스크'를 중심으로 한 동북부 지역의 다섯 곳 등 총 13개 유적에서 실시되었다. 이 조사는 지난 2006년도에 남부시베리아의 '하카스코-미누신스크' 분지와 '투바 공화국', 2007~2008년에 몽골의 '고비 알타이'와 '호브드' 그리고 '오브스' 아이막 등 서북부 지역에서 펼친 한·러, 한·몽 공동 암각화 조사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이 조사에는 한국과 카자흐스탄 그리고 러시아 등 세 나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였다. 필자와 더불어 카자흐스탄 측에서는 고고학연구소의 자이눌라 사마세프 고고조사단의 단장과 사금바이 그리고 에르도스 등의 연구원이, 러시아 측에서는 과학아카데미 물질문화사연구소의 니콜라이 A. 보코벤코 박사가 조사단에 참여하였으며, 조사 과정에서 수집한 모든 자료는 공유하고 또 향후 결과 보고서를 공동으로 집필하기로 하였다.

한국문화와 중앙아시아 수렵 유목 문화의 친연성

지금까지 카자흐스탄에서는 카스피 해 동쪽 아크타우 근처에서 발견된 석기시대의 암각화를 비롯하여 에네올리트기, 청동기, 철기, 흉노 그리고 투르크 시대 등 서로 다른 시기에 제작된 암각화들이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발견되었다. 유적 가운데는 '탐갈르이'와 같이 역사·문화·조형적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도 있고 또 '사우스칸드이크'와 같이 새롭게 발견되어 아직 그 전모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것도 있다.

공동 조사단은 가능한 한 학술적으로 의미 있는 형상들을 모두 촬영하고 또 채록하고자 하였다. 조사 과정에서 몇몇 형상들은 특히 필자의 눈길을 끌었는데, 그것은 야생 동물의 수렵 장면, 전투용 도끼를 들고 싸우는 사카족(사르마타이족) 전사, 깃발을 든 튜르크(돌궐) 기병(사진 1), 창을 들고 서로 싸우는 투르크 병사, 열을 지어 이동하는 고대 마차 행렬 등의 그림이다. 이러한 형상들은 카자흐스탄에서 꽃핀 선사 및 고대의 문화를 조형 언어로 번역한 것들이다.

이와 같은 형상들이 주목을 끄는 이유는 그것들이 시·공간적로 바이칼호수 동북쪽에서 남부시베리아와 산지 알타이 그리고 몽골 등지의 고대 암각화 속에서 같은 양식으로 표현되어 있고 또 고구려 고분 벽화 속에서도 유사한 형상들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사성으로써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고대 문화의 보편성과 아울러 고구려 고분 벽화의 수렵 및 유목민 문화와의 친연성을 논할 수 있는 새로운 단서를 확보하게 되었다.

향후 이번 조사에서 수집한 도상들을 그동안 남부시베리아와 몽골 등지에서 수집한 자료들과 비교·분석하여 중앙아시아 선사 및 고대 미술의 보편성을 추출하는 한편, 중앙아시아 속에서 고구려 고분 벽화의 미술 문화사적 세계 그리고 동시대 중원 문화와는 구별되는 한국 민족문화의 원형을 밝히는 기초 자료로 활용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