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역사재단 NORTHEAST ASIAN HISTORY FOUNDATION 로고 동북아역사재단 NORTHEAST ASIAN HISTORY FOUNDATION 로고 뉴스레터

연구소 소식
제6회 제주포럼 역사화해, 그리고 동아시아 평화
  • 최운도 정책기획실 연구위원
제6회 제주포럼

지난 달 5월 제주에서 엄청난 규모의 국제회의가 있었다. 5월 27일부터 29일까지 열린 제6회 제주포럼으로서, 회의 후 집계에 따르면 참석자 수가 사흘간 1500여 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세계적인 포럼으로 알려져 있는 다보스 포럼이나 보아오 포럼에 비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 개최하는 국제회의로는 상당한 규모다. 2년 전에 열린 제5회 제주평화포럼의 총 참가자가 500여 명을 조금 넘긴 것에 비하면 엄청난 양적 성장이라 할 수 있다. 주제의 확대와 회의 방식의 변경, 주요 초청 대상의 확대 등을 통해 이룬 성과다.

재단은 후원기관으로 참가하여 2개의 개별 세션을 구성하였다. 하나는 정재정 이사장이 "역사화해와 동아시아 협력"을 주제로 사회를 맡아 진행한 세션이고, 다른 하나는 이수훈 경남대 교수가 사회를 맡은 "두만강 개발협력과 동아시아 평화"라는 제목의 세션이다.

역사갈등 극복을 통한 동아시아 협력

역사갈등 문제의 극복은 동아시아 지역이 진정한 협력의 시대로 접어들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정재정 이사장의 사회로 진행된 첫 번째 세션에서는 그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러 국적의 학자들과 외교관들로 패널을 구성하였다. 그 구성원들의 면면을 보면 다음과 같다. 정재정 이사장은 한국사를 전공한 학자로서 한·일 공동의 역사교재를 만드는 활동을 주도해 왔으며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에서 활동하였다. 피터 두스 전 스텐포드대 교수는 일본사를 전공한 학자로서 제국주의 일본에 대한 전문가이며, 한·중·일 교과서 비교에 대해서도 깊은 연구 경력이 있다. 옹켕용 대사는 싱가포르의 외교관으로서 현재는 싱가포르 국립대학의 정책연구소(IPS)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신정승 대사는 주중 대사를 역임한 외교관으로 현재는 외교안보연구원 중국센터 소장직을 맡고 있다. 마지막으로 스벤 살러 교수는 일본 상지대학(Sophia University)에서 일본사를 가르치고 있다.

피더 두스 교수는 한·중·일 3국의 역사교과서를 비교해 본 경험을 바탕으로 이들 교과서 내용이 애국주의와 민족주의를 강조하고 있으며, 그 내용을 개정하거나 상호 간에 수용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어려운 일이라고 하였다. 그 결과 적어도 교과서에 있어서 3국간 상호인식의 수렴에는 많은 시간과 세월이 걸릴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또한 바로 그런 점 때문에 미국은 동아시아 역사 갈등문제에 대한 개입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하였다.

살러 교수는 독일의 역사반성을 통해 전후의 유럽 상황을 설명하였다. 독일은 전후 경제복구를 위해서 국제사회에 참여하고 수출을 통한 무역수지 개선이 필요하였으며, 주변국들과의 관계개선을 위해서는 역사반성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반면 전후 일본의 상황은 이와는 달랐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냉전의 등장으로 일본의 역사반성은 미·일 관계 속에 매몰되어 잊혀져 갔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 출신 학자들이 동아시아 역사화해의 어려움을 지적한 반면 신정승 대사와 옹켕용 대사는 중국과 동남아에서 불고 있는 한류의 성공을 예로 들면서 문화적 공통분모에 대한 경험이 지역 정체성의 실감을 통해 지역협력을 유도할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두만강 개발협력과 엇갈리는 각국의 이익

이수훈 경남대 교수가 사회를 맡은 "두만강 개발협력과 동아시아 평화"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두 번째 세션은 동북아 지역 공동체 논의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두만강 개발에 대한 것으로 현재 GTI(Great Tumen Initiative)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국제협력사업에 대한 것이다.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한반도를 둘러싼 관련국가들 사이에는 경제협력 뿐 아니라 평화분위기 조성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북한을 국제사회로 불러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였다. 역사관련 세션이 문화적인 기반 조성에서 출발한 지역협력을 추구하였다면 이 세션은 반대로 북한과 중국을 둘러싼 지역 국가들 사이의 협력을 통한 평화와 화해방법을 추구하였다.

먼저 두만강개발사무국을 이끌고 있는 주수 담당관은 GTI의 역사와 최근 진전 상황, 동북아 경제협력과의 관계 등에 대해 설명하였다. GTI 사업은 지리적으로 두만강 유역의 발전을 위해 중국, 몽골, 러시아, 그리고 한국이 참가하는 프로그램이다. UNDP의 구상으로 1995년에 시작하였으나,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채 유지되어 오다가 2005년부터 중국의 동북3성(지린성, 라오닝성, 헤이룽장성), 내몽골, 북한 나진 자유무역지대, 몽골 동부지역, 한국 동해안 항구도시, 러시아 연해주를 포괄하는 광역두만강지구로 확대되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2009년 북한의 탈퇴로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국 이 사업의 핵심인 나진, 선봉 지역의 개발과 관련된 북한의 적극적 가입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며, UNDP가 주도권을 내놓은 이후 지도력을 발휘하는 국가가 없으며 그러다 보니 투자가 이어지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토론 과정에서 이 사업에 대한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국가들 사이의 입장차이가 드러났다. 노스 텍사스 대학의 미어닉 교수는 북한이 현 체제를 유지한다면, 경제번영이 이루어져도 군이 활용할 가능성이 있으며, 군부 세력의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였다. 북한이 대중국 교역에 더욱 의존하게 되며, 중국이 대북한 압박에 소홀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지적하였다. 일본의 타가 히데요시 교수는 일본 정부는 북한과 정상적인 외교관계가 구축되지 않아서 GTI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현재로서는 민주당이나 자민당 모두 이 문제에 별다른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앙정부가 이 문제를 주도함으로써 지방 자치체는 투자문제에 대해 깊이 고려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재단의 홍면기 연구위원은 이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정부 뿐 아니라 모든 국가들이 경제논리가 아닌 정치논리로 접근할 필요가 있으며, GTI가 북한의 핵문제 해결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음을 강조했다.

제주포럼은 올해 처음으로 70분을 할당한 토론세션 중심의 회의를 구성하였다. 2시간 30분씩 진행되었던 기존의 논문발표와 지정토론에 비해 더 높은 집중도와 요약으로 흥미롭게 진행되었다. 그러나 제한된 시간 때문에 참가자들 모두가 자신의 생각을 다 보여주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내년에는 보다 나은 진행과 내용으로 채우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