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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청사 편찬과 청사 연구
  • 김형종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 교수
중국의 청사 편찬과 청사 연구

2003년 초, 약 10년 정도 계획으로 시작된 중국의 이른바 '신청사(新淸史) 편찬공정'(이하 청사공정이라 약칭)은 우리나라에서는 학계 일부의 관심 외에 그다지 주목 받지 못했다. 비슷한 무렵 시작한 이른바 '동북공정'이 거의 모든 한국인이 인지할 만큼 지대한 관심을 받았던 것에 비하면, 그 작업 규모나 의미가 사실상 훨씬 더 중대한 데도 의외일 정도로 우리의 관심 범위에서 벗어나 있다. 청사공정은 청대사 연구자들의 적극적인 건의에 기초하여, 중앙정부가 막대한 재정지원을 결정하였다. 그 결과 10년동안 약 1,500명의 연구자가 동원될 만큼 방대한 규모의 작업이 개시되어 이미 그 마무리 작업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한다면, 청사공정이 지닌 정치적·학술적·현실적 의미는 응당 크게 주목을 받아야 마땅하다.

청대의 유산은 바로 오늘날 중국에 대한 규정

청사공정은 기본적으로 20세기 전반에 출간되었지만 정사(正史) 24사에 포함되지 못했던 《청사고(淸史稿)》의 문제점을 보완하여 새롭게 출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그 분량은 대체로 약 3,000만 자(字), 100권 정도로 예정되어 있다. 《사기》, 《한서》에서 《명사》에 이르는 중국사 거의 전 시기를 망라한 24사 전체 분량이 약 3,500만 자임을 고려한다면, 신청사의 규모는 그야말로 대단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공정과 더불어 청대의 수많은 문집이나 당안(공문서) 자료집, 사진집이 체계적인 기획 아래 수집·정리되어 출간되고, 또한 다수의 해외 연구서와 논문을 중국어로 번역하는 상황은 이 공정에 기울이는 중국 측의 대단한 열성과 노력을 엿보게 해준다. 앞으로 2, 3년이 지나면 대체로 약 10권의 개설 부분과 90권 정도의 자료 부분으로 구성된 신청사가 우리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왜 오늘날 중국에서는 청대(1644∼1912년)의 역사를 다시 써서 정사의 대열에 합류시키는 데 큰 공을 들이는 것일까? 이렇게 청대 역사를 중시하는 현실적인 이유 가운데 핵심은 청대에 완성된 거대한 강역과 다양한 민족을 포함한 거대한 인구의 제국(帝國)이라는 유산이 사실상 오늘날 중국의 바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즉, 청대의 유산은 바로 오늘날의 중국을 규정하는 셈이다. 그러니 청대의 역사를 이해하거나, 그것을 크게 중시하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동시에 오늘날의 현실에 대해서도 그러한 이해와 평가를 적용하는 것이다. "성세에는 역사를 편찬한다(盛世修史)"고 하면서 현 지도부를 설득하였던 청대사 연구자들의 발언은 그야말로 정치적으로 정곡을 찌른 표현이다.

중국의 청사편찬과 청사연구의 현황 분석

물론 이런 답변만으로 청사공정의 이유나 의미가 제대로 설명될 수 없기 때문에, 보다 구체적이고 적절한 이해와 해석을 모색하기 위해 사실 지난 3년 동안 재단의 지원 아래 청대사 연구자들이 연구팀을 조직하여 그 문제와 씨름해왔다. 그 연구 결과는 이미 《중국의 청사공정 연구》(2008)와 《중국 역사학계의 청사 연구 동향》(2009) 두 권의 책으로 정리되어 출간되었다. 따라서 여기에서 소개하는 《중국의 청사 편찬과 청사 연구》(2010)는 그 뒤를 이어 청사공정에 대한 한국학계의 분석을 일단 마무리하는 세 번째 책이다. 이 책의 발간 동기는 기존 연구와 마찬가지로 청사공정의 진행과정과 그 역사적·현실적·학문적 의미를 탐색하고,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살펴보는 작업에서 출발하였다. 하지만 3년동안 계속 진행되는 연구의 속성상 해마다 그 초점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으므로 이 책에서는 5명의 연구자 개인이 집중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부분에 한정하여 중국의 청사 편찬과 청사 연구 현황을 분석하기로 하였다. 그것은 보다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 책 맨 앞에 실린 이준갑 교수(인하대)의 <중국의 청사공정 연구상황 2002~2009>에서는 관련 연구논문과 현재까지 공간된 출판물을 중심으로 청사편찬공정의 진행성과를 총정리하였다. 청사공정의 진행과정을 상세히 검토한 이준갑 교수는 이 공정의 주창자인 다이이(戴逸) 교수 등이 정부의 '지도사상'을 반영하는 데 적극적이어서, 정부 주도 아래 편찬되었던 전통시대 정사의 '사실 왜곡'(廻護)이 재현되는 것을 피할 수 있는지 우려하였다.

차혜원 교수(연세대)의 <청대 초·중기 정치문화사의 쟁점 분석>은 최근 미국학계의 주류로 부상된 신청사(New Qing History) 학파의 학문적 바탕과 기원을 이루는 일본의 청조사 연구 동향을 소개하면서, 아울러 중국과 일본학계에서도 크게 주목하고 있는 자료인 연행록(燕行錄)에 대한 우리 학계의 분발이 필요하다는 점을 따끔하게 지적하고 있다.

조영헌 교수(홍익대)의 <청조의 수도론과 황제의 순행>은 청조 지배체제의 성격을 이해하기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써 만주족의 다경제(多京制) 운용과 그 특징에 주목하면서, 특히 강희제와 건륭제의 남순(南巡)이 지니는 정치적·사회경제적 의미를 천착하고 있다.

한편 필자의 <청대 후기 정치사 연구동향과 쟁점 분석>과 정혜중 교수(이화여대)의 <청대 상업·금융·화상네트워크망의 구성과 변화>는 19세기 후반에 대한 중국의 연구동향을 분석하고 있다. 전자는 중국 역사 연구방향에 있어서 여전히 '혁명사담론'이 절대적으로 우세하다는 '보수성'을 지적하였다. 더불어 청사 편찬공정을 주도하는 다이이 교수의 최근 발언과 논문을 집중적으로 분석하면서 장래 편찬될 신청사의 줄거리가 될 <통기>(通紀)의 초고내용을 분석하여 소개하였다. 그리고 후자는 개혁·개방 이후 크게 활성화된 청대(근대) 상인과 상인조직의 네트워크에 특히 초점을 맞추어, 청대 주요 상인단의 내용과 변화, 산서상인(山西商人)과 산서표호(山西票號) 및 동아시아 화교의 금융네트워크에 대해 그 양상과 특성을 소개하고 있다.

이상에서 소개한 이 책의 내용이 어쩌면 약간 산만해보일 수도 있지만, 앞서 소개한 두 권의 연구서와 함께 놓고 참고한다면 현재 중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청사공정을 여러 방면으로 소개하는 구도를 이루면서 그 대체적인 윤곽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