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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평화로운 동아시아 미래 100년의 역사를 위하여
  • 박원철 세계NGO 역사포럼 상임대표

국내외 역사 관련 NGO들로 구성된 세계NGO역사포럼은 동북아역사재단,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과 공동주최로, 지난 8월 17일부터 22일까지 5박6일 동안 연세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제4회 역사NGO세계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대회는 일본과 중국, 캄보디아, 코소보, 네덜란드, 영국, 미국, 캐나다 등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12개국의 역사NGO들과 교사, 전문가 22명을 포함하여 국내외 100여 명 발표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총 31개 프로그램이 펼쳐친 대규모 행사였다.

지난 3회에 걸친 역사NGO세계대회를 통하여 한·중·일을 비롯하여 미주와 유럽에 이르기까지 연구자와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함께 모여 역사화해 운동의 가능성을 짚어보았다. 그 성과를 바탕으로 이제는 역사갈등을 역사화해로 이끌어내기 위한 실천방안을 모색할 때다. 이번 제4회 역사NGO세계대회는 지난 대회의 주제들을 포괄하여 "동아시아 미래 100년의 역사를 다시 쓴다"는 주제로 개최하였다.

세계NGO역사포럼은 지난해 향후 5년간 지속적으로 다루어야 할 주제로 풀뿌리 운동 사례 발굴, 역사교육과 평화교육, 역사화해를 위한 시민사회 규범을 설정하였다. 이같은 아젠다는 갈수록 동아시아의 영토갈등을 비롯한 역사갈등이 첨예화되는 상황에서 역사화해를 위한 시민사회의 합의를 만들고, 그 합의에 기초한 시민사회의 전망을 구체적으로 마련하는 일이다. 최근 독도문제로 한·일 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자칫하면 그동안 쌓아온 시민사회의 노력마저 손상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으나 이번 세계대회를 통해 다시 한번 시민사회의 의지를 모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역사 화해교육의 가능성과 대안 제시

올해 특별히 부각시킨 주제는 역사화해 교육이다. 2000년대 이후 한·일, 한·중·일 공통교재들이 출판되면서 역사인식을 공유하기 위한 역사화해 교육이 본격화되었다. 그러나 그 영역은 주로 내용적 측면에서 다루어졌고, 그 공통교재들을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교육하고, 청소년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에 대한 실천적 접근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번 세계대회는 역사화해 교육의 당사자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중·일 공통역사교재를 사용한 모델수업과 한·중·일 청소년 공동역사교실이 개설되었다. 이 실험 수업을 통해 청소년들이 역사갈등 해결 방법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모델수업을 개설하면서 과연 신청하는 학생들이 있을지 내심 걱정하였다. 그러나 하루만에 신청이 모두 마감될 정도로 청소년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는데, 입시교육에 지친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활력을 주는 수업인 것은 확실했다. 모델수업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앞으로도 이같은 수업들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교사들 역시 모델수업을 통해 많은 도전을 받았다고 했다. 모델수업을 진행한 일본인 교사는 보고를 통해 공통교재를 집필한 것에 머물지 않고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다가가면서 그들과 함께 어떻게 호흡할지를 고민하는 중요한 시간이었고, 이러한 모델수업이 일본에서도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번에 시도된 한·중·일 공통역사교재를 사용한 실험수업은 미래세대를 대상으로 한 역사 화해교육의 가능성과 대안을 제시했다.

세계대회의 또 다른 주제인 화해와 협력의 풀뿌리 운동은 총 5개 분야로 진행되었다. 피해자 지원분과는 위안부 피해자, 강제동원 피해자, 독일 나치 탄광피해자 등 전쟁피해자에 대한 각국의 지원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진실과 화해 분과는 우리에게 킬링필드로 알려져 있는 캄보디아 사례와 코소보, 남아공, 한국 진실과 화해위원회 사례 등을 각각 발표하고, 진실규명을 위한 각국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논의하였다. 분단과 통합분과는 독일 동서독 화해 경험과 한국 분단상황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를 하였다. 역사의 기억분과는 한·일, 한·중·일 공통교재의 경험과 유럽에서 활동하는 유로클리오의 다자간 공통교재의 경험을 함께 나누는 시간이었다. 청소년 지역교류분과는 한·일, 한·중·일 캠프, 그리고 우즈베키스탄과 한국의 청소년 교류를 보고하고 경험을 나누었다.

풀뿌리 운동의 협력사례는 한·중·일 중심의 동아시아 사례와 유럽과 미주 등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사례를 함께 배치하여 동아시아문제를 국제사회로 발신(發信)함과 동시에, 동아시아 사례와 유럽사례 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드러냈다. 특히 해외 참가자들은 각 분과별 논의가 매우 유용했고 자신들의 경험을 나누고, 다른 사례를 통해 배울 것이 많았다고 평가했다. 킬링필드의 학살자들을 법정에 세우는 데 중요한 공헌을 한 캄보디아 자료센터의 유크 창(Youk Chhang) 소장은 한국과 다른 나라의 사례를 통해 캄보디아에서 어떤 일을 더 확장시켜야 하는지 배우는 귀중한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한국 집필자들은 유로클리오의 전 유고연방 갈등조정 프로그램을 통해 한·일, 한·중·일 공통교재의 내용만이 아니라 교육프로그램의 필요성을 배우는 기회가 되었다고 하였다.

동아시아 시민사회의 행동규범에 관한 첫 논의

역사화해를 위한 시민사회 행동규범을 만드는 일은 시민사회의 합의를 만드는 일과 맥을 같이 하기에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우리의 과제다. 이번 세계 대회에서는 이를 위한 첫 논의를 시작했다. 유럽통합을 가능하게 만들었던 유럽평의회와 유럽사회헌장이 만들어진 배경과 목적, 그리고 시민사회의 역할 등을 UN, EU의 자문 위원으로 활동한 데니스 서멋(Dennis Sammut)을 초청하여 심도있는 토론을 진행했다. 비록 첫술에 배부를 수 없지만 유럽의 경험으로부터 배우는 중요한 탐색의 시간이었다.

이번 제4회 역사NGO세계대회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헌신으로 이루어졌다. 100여 명의 자원봉사자와 인턴, 사무국, 운영위원, 공동대표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 또한 마음과 정성을 다해 세계대회를 공동주최한 동북아역사재단과 연세대 국학연구원에도 같은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