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4일부터 28일까지 4박5일간, 재단과 캐나다 토론토 알파(Toronto ALPHA)가 주최한 '2011 캐나다 교사 초청 평화와 화해를 위한 역사체험 교육'(Peace & Reconciliation Study Tour for Educators 2011)이 개최되었다. 토론토 알파는 제2차 대전의 참상과 그 교훈을 전파하고 보존하기 위해 설립된 캐나다 소재 역사NGO다. 재단은 2010년 12월 토론토 알파와 동아시아의 역사화해와 평화공동체 기반 조성을 위해 상호 협력하는 MOU를 체결하였다.
이번 행사는 제2차 대전의 역사적 비극 현장을 탐방하고, 생존자의 증언 및 견학 등을 통해 동아시아 평화와 역사화해를 위한 올바른 교육 방법 및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개최되었다. 토론토 알파 회원들로 구성된 37명의 캐나다, 미국, 독일 등지의 외국인 교사를 대상으로 한 이번 교육 행사를 통해 '사실과 진실'에 대한 올바른 생각을 정립함으로써 보다 효과적으로 과거사를 이해하고, 그것이 교육 현장에서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제2차 대전의 역사적 비극을 체험한 생존자를 만나다
25일부터 재단에서 시작된 행사 첫 시간에는 양서고등학교 역사 동아리 '햇담'과의 만남이 있었다. 싱그러운 흰색 단체티를 입고 나타난 학생들은 동영상과 PPT자료를 이용해 동아리 소개 및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봉사 등 다양한 활동 모습을 소개하였다. 어린 학생들이 동아리 활동을 통해 80세 이상의 연로한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로하고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하는 모습은 참가 교사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둘째 시간에는 길원옥 '위안부' 할머니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 윤미향 대표와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참가 교사들은 정대협에서 준비한 일본군'위안부' 실태에 관한 영상을 보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참가 교사들의 마음을 더욱 안타깝게 한 것은 비디오를 시청한 후 가진 길원옥 '위안부'할머니와의 인터뷰였다. 참가 교사들은 연로한 할머니께 어떻게 끌려갔는지, 어떤 취급을 당했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바람은 무엇인지 등 다양한 질문을 했다. 길원옥 할머니는 바람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살면서 희망을 가져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이런 강연에 참가하여 호소하는 이유는 더 이상 자신과 같은 사람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소망 때문이며, 이를 위해서는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필자는 희망을 가져본 적이 없다는 할머니의 말씀에 가슴이 아렸다.
점심식사 후 강제 동원된 조선인들, 즉 일본 아소탄광의 강제징용자 공재수씨, 도야마 후지코시 강재(鋼材)공장 여자근로정신대 김정주씨, 히로시마 원폭피해자 한정순씨 등 전후 생존자들과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그분들은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계속 '분하다' 고 표현했는데, 강제 동원 기간 동안 혹사당한 육체와 정신으로 인해 해방 후에도 병으로 고생하고 있고, 주위의 편견으로 인한 고통이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여자근로정신대였던 김정주씨는 자신을 일본군 '위안부' 로 오해한 남편으로부터 폭행을 당했고, 결국 이혼해 혼자 외롭게 숨어 살았다며 눈물을 흘렸다. 일본정부의 공식사죄와 법적 배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들에게 진정한 광복은 오지 않을 것이다.
26일에는 서울관광공사 회의실에서 일본 역사교사들과 일본의 역사교육과 역사인식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였다. 참가자들의 열띤 관심 속에서 시간을 연장하면서까지 진행되었다.
일본 역사교사들과의 토론을 마치고, 태평양전쟁 말기 일제에 의해 성적 희생을 강요당했던 일본군'위안부'할머니들이 모여 살고 있는 <나눔의 집>을 방문하였다. 먼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을 관람하였다. 역사관에 전시된 관련 자료와 <나눔의 집> 에 거주하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그림수업을 통해 익힌 그림이 전시되어 있어 일본이 공개적으로 부인하고 있는 역사적 사실들을 명확하게 알릴 수 있었다. 이후 일본군 '위안부' 로서 제각각 아픈 사연을 가진 할머니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일본의 만행에 대해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동아시아 평화와 역사화해를 위한 노력
27일에는 '평화를 위한 다리' 설립자 나오코 진과 일본 퇴역군인 테쯔로 타하하시와 간담회를 가졌다. '평화를 위한 다리' 설립자 나오코 진은 피해자의 증언 영상을 가해자에게 보여주어 가해자에게는 사죄의 기회를, 피해자에게는 용서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후손에게는 전쟁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하고 전쟁범죄를 예방할 수 있게 한다. 일본 퇴역군인 테쯔로 타하하시와의 인터뷰에서 참가 교사들은 일본 군인들은 왜 일본 정부의 명령에 복종했는지를 질타했다. 그 질문에 대해 그 시대의 참전 용사들은 일본 정부의 주입식 교육으로 인해 잘못된 일이라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변명하였다.
간담회를 마친 초청 교사들은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매주 수요일마다 열리는 일본군'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 참석하였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였지만, 수요집회에 참석한 초청 교사들은 전쟁, 인권유린, 국가폭력과 여성차별 중단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국제 사회에 함께 전하였다.
4박5일간의 알찬 일정을 보내고 그들은 귀국했다. 이번 행사에 참여했던 37명의 외국인 교사들은 본국에 돌아가 학생들에게 '사실'이 무엇인지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를 가르쳐 줄 것이다. 학생들에게 '진실'을 전달하기 위한 그들의 노력과 열정이 느껴졌다. '진실'을 알리기 위한 우리들의 노력과 그 '진실'을 바르게 전달하고자 하는 그들의 열정이 이어지는 한 일본이 아무리 자신들의 과거를 공개적으로 부인해도 결국 역사 앞에 공개 사죄를 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전 세계적으로 동아시아의 역사, 문화 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바른 역사의 길을 제시하는 주요 연구기관으로 앞으로 재단의 활발한 연구활동과 다양한 정책개발 및 교육 활동이 더욱 중요시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