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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소식
일본지역 청소년·청년 대상 역사콘서트독도·역사문제로부터 한일 관계를 생각한다.
  • 정은정 홍보교육실 행정원

지난 11월 21일부터 양일간 일본지역의 청소년과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제 6차 역사콘서트가 개최되었다.
지난해부터 재단은 젊은 세대들과 역사를 주제로 소통할 수 있는 교육과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국내에서 역사콘서트를 개최해 왔는데, 이번에는 일본에서 처음으로 개최하게 되었다. 행사를 준비하는 즈음, 일본의 일본군 '위안부' 관련 망언 등으로 야기된 한일간 갈등이 악화되어 상황이 여의치 않았고, 특히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총재 선출 등 더욱 우경화되어 가는 일본 사회에 대한 우려로 이번 행사에 대해서도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이런 걱정과는 달리, 일본사회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지금과 같은 시기에 한일간 역사현안에 대해 바르게 이해하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일본지역의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마련해 주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있어 이번 행사를 추진하게 되었다. 그 밖에도 여러 우여곡절 끝에 개최된 이번 행사는 일본 내 한국 학생들과 일본 청년, 그리고 일본시민들을 대상으로 '한국과 일본, 과거 100년을 넘어 미래 100년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개최되었으며, 이번 행사를 다음과 같이 간략히 반추해 보고자 한다.

20~30대 일본 청년들을 대상으로 강연과 토론회 개최

일본에서의 첫날 행사는 일본의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과 토론회였다. 그동안 소위 일본의 양심 있는 시민, 지식인들로서 한일 문제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패전 전후에 태어난 60~70대가 주를 이루는 경우가 많았다. 그들은 늘 적극적으로 학습회에 참여하고, 한일간 역사문제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며 한국과 교류와 협력을 지속해 왔다. 그러나 늘 그들의 적극적인 활동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그들을 이을 젊은 세대들이 없어서 아쉬웠던 것도 사실이었다. 이러한 점에 착안, 이번 행사는 최근 독도·센카쿠 등으로 야기된 동아시아 지역의 영토 갈등을 우려하는 일본인 선언운동에 참여하거나 한일관계에 관심이 있는 20~30대의 젊은 세대들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로 기획을 하게 되었다.

이번 행사를 위해 일본에서는 1980년대 일본정부의 교과서 역사왜곡을 계기로 출범한 '피스보트(PEACE BOAT)'라는 단체가 참가자 모집을 맡아 주었다. '피스보트'는 한일간 과거사 청산과 역사인식 공유를 위한 활동과 관련해 아시아 지역의 다양한 시민단체와 연대를 활발히 하는 등 그들의 활동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이들은 피스보트, 즉 '평화의 배'를 띄워 일본이 과거에 저지른 침략전쟁의 피해국을 찾아가 피해자들을 만나고, 이와 관련된 교육활동을 실시하는 등의 교류활동을 통해 화해와 평화를 모색하기 위해 결성되었다. 특히, 1982년 일본교과서 역사왜곡 파동에서 일본정부의 잘못된 역사관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면서 결성 이래 지금까지 3개월간 지속되는 항해를 80여 차례나 진행하였다. 이제 그들의 대부분은 50대를 넘어섰지만, 여전히 일본의 젊은 세대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도록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참여시키는 등 일본에서 보기 드물게 전국적으로 활동하는 제법 큰 일본NPO(Non-Profit Organization, 비영리민간단체)라고 할 수 있다.

피스보트는 다양한 그룹들이 참여하여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과의 역사 청산과 화해를 위한 활동을 벌이는데, 올해 12월에도 출항을 앞두고 있었으며, 그들에게는 이번 강연회와 토론회가 좋은 기회가 되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참가자들은 '요즘 일본 젊은이들은 강연회에 가면 거의 자기의사를 표현하지 않는데, 이번 행사에는 많은 젊은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토론하는 모습이 좋았다', '한국의 상황을 한국으로부터 직접 들을 수 있어서 많은 공부가 되었다', '최근 역사인식문제 관련해서 이렇게 많은 젊은이들이 참여하는 모임은 정말 오랜만이다'와 같은 평가를 해주었다. 비록 많은 사람들의 평가를 모두 듣지는 못했지만, 일본에서도 한일관계와 역사 문제에 관심 있는 젊은 세대들이 늘어나고 있고 스스로도 이러한 변화를 긍정적으로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행사를 마치고 계속된 간담회에서도 한일간의 독도와 역사 문제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계속되었다.

동경한국학교 학생과 교사 대상 강연회 개최

둘째날에는 동경한국학교 학생과 교사 500여명을 대상으로 강연회가 진행되었다. 강연자로 나선 정재정 서울시립대 교수(前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은 '교토에서 본 한일 관계의 역사'라는 주제로 일본의 과거 수도였던 교토에 있는 유적을 중심으로 한국과 일본 관계의 밀접성을 설명하였다. 정 교수는 강연을 통해, 오늘날 독도와 일본군 '위안부', 교과서 문제 등으로 한일 양국이 갈등하고 있지만,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에서 활발하게 교류해 왔다며 일본에서 살아가고 있는 동경한국학생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느냐가 미래의 한일관계를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역사에 대해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 줄 것을 당부하였다.
무엇보다도 이날 강연회에 앞서서는 동아시아 지역에 있는 역사현안과 재일동포들의 역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시자료들이 설치되어, 500여 명의 학생들이 관람하기도 하였다. 행사에 참여한 500여 명의 학생과 교사들은 짧은 시간에 진행된 한국과 일본의 2,000여 년에 걸친 교류의 역사를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일본에 살면서 한번쯤은 가게 되는 '교토'라는 지역에 남아 있는 한국과의 인연이 있는 유적지를 보면서 일본에 대해 좀더 가깝게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고 소감을 이야기하였다. 또한 과목으로서의 '역사'만이 아닌 앞으로 미래를 살아가는데 있어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배우는 노력을 해야겠다고 하는 의견을 내어 주기도 했다. 아울러 동경한국학교 교장선생님 이하 교사들도 이번 행사가 학생들에게 무척이나 의미있는 시간이었으며, 앞으로도 이런 교육 활동들이 지속적으로 진행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역사콘서트'는 미래세대 역사인식 공유의 장

청소년이나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들이 지금 당장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21세기 한일관계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젊은 세대들이 자국중심적이고 민족적인 역사관이 아닌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아는 성숙된 시민의식을 가지는데 있어 지금의 우리를 있게 만든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할 것이다. 특히, 역사콘서트와 같이 한 방향으로 전달되는 교육이 아닌 상호 소통할 수 있는 교육이 더욱 강조된다면 그 의미는 더욱 클 것이다.
우리는 역사콘서트라는 공간을 통해 미래세대의 청소년들이 국경을 넘어 상호 소통할 수 있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진행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고, 이러한 노력을 지속한다면 머지않은 시기에 평화로운 미래가 우리에게 다가올 것 이라는 생각이 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