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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소식
한중수교 20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연행록》을 통해 살펴본 한중관계
  • 진익상 홍보교육실 행정원

2012년 한중수교 20년을 맞아 재단에서는 각종 학술회의 등 많은 행사를 진행하면서 한중수교의 역사적 의미와 앞으로의 동북아 관계의 방향성 및 시대적·역사적 의미에 대한 여러 의견들을 들어왔다. 지난 11월 24일 개최된 행사도 한중수교 20년을 되돌아보고, 특히 한중간 중요한 역사적 사료인 《연행록》을 통해 한중관계의 과거와 미래를 조명하는 행사였다.

조천록과 연행록을 통해 동아시아 전통지역질서 분석

지난 11월 24일(토), 재단은 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와 공동으로, '사행(使行)의 국제정치: 조천·연행록을 통해 본 한중관계와 동아시아 전통 지역질서'라는 주제로 한중수교 20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회의는 조선시대 한국의 정치관료 및 학자들이 중국을 방문하여 남긴 조천록과 연행록을 통해 당대 한국인의 대중(對中)인식을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근대 진입 이전 조명(朝明)관계와 조청(朝淸)관계, 더 나아가 동아시아 전통지역질서를 분석하고자 기획되었다. 이번 학술회의는 기조연설과 총 3개의 세션으로 성되었으며, 한중일에서 모두 15명의 관련분야 연구자와 전문가들이 참여, 11개의 심도 있는 주제발표와 뜨거운 토론을 진행했다. 발표자들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명청시기 동아시아 세계와 사대교린 질서의 단면 분석

우선, 중국의 푸단대학(復旦大学) 문사연구원(文史硏究院) 거자오광(葛兆光)교수는 기조연설 "주변인의 눈을 통해 새롭게 살펴본 동아시아와 중국: 중국에서의 조선연행록 연구에 대한 평가와 고찰"을 통해, 중국적 자료와 시각에만 의지한 기존 중국사 연구 및 해석의 한계를 지적하고, 조선·일본·중국의 사료를 비교하고 종합하여 명청시기 동아시아 역사세계와 사대교린 질서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할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이어진 제1세션에서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16세기 중후반(1574년) 허봉(許篈)과 조헌(趙憲)의 연행록 내용 분석을 통해, 당대의 조선 성리학자들의 대명인식 및 조명관계 해석의 일단면을 고찰하였다.

저장대학(浙江大學) 양위레이(楊雨蕾) 교수는 만력 연간(1573~1620) 조선과 류큐, 양국 사신이 북경에서 교류한 모습들을 살펴봄으로써, 중국과의 안정적인 조공책봉관계가 주변국들 간의 상호 교류 창구로 기능했음을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진 발표에서 이헌미 이화여대 박사는 16세기 말(1598년)부터 17세기 초(1620년)에 걸친 이정구의 사행 기록을 통해 임진왜란, 정유재란, 정묘호란의 와중에서도 치열하게 진행되었던 일본·명·금 사이에 놓인 조선의 복합적인 대외관계 양상을 심도 있게 분석하였다.

제2세션에서 서동일 중국 옌벤대학 교수는 홍대용, 박지원, 박제가의 연행록에서 드러난 청조의 사회상과 연행사의 대청인식을 논하였다. 이어 하영선 동아시아연구원 이사장은 1780년 여름, 열하(熱河)에서 일어난 건륭제, 판첸라마, 조선사신 간의 만남을 조선, 청 그리고 티베트 사료의 적극적인 활용을 통해 복합천하질서의 시각에서 재구성하여 참석자들의 많은 관심을 끌어냈다. 이어 순웨이궈(孫衛國) 난카이대학(南開大學) 교수는 1794년 12월 동지사로 북경을 방문했던 홍양호와 청의 학자이자 관리였던 기효람(紀曉嵐)과의 교분과 교류를 통해 18세기 후반과 19세기 초반 당대의 한중간 학술교류의 일면을 복원하고, 이를 토대로 18~19세기 동아시아에서의 '청(情)'의 모습을 그려냈다.

마지막으로 진행된 제3세션에서 김봉진 일본 키타큐슈시립대학(北九州市立大学)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홍대용의 연행록을 분석하고 살펴봄으로써, 자국 중심적이고 배타적인 소중화론이 아닌 자기성찰에 기반한 이른바 '열린' 화이관(華夷觀)과 동아시아 지역질서 인식의 가능성을 개진하였다. 이어 김준석 카톨릭대 국제학부 교수는 1809년 중국 연행의 경험이 추사 김정희의 학문 및 예술세계에 미친영향을 천착하고, 이어 보편성과 독창성, 미학적 성취와시대적 요구 사이에서 추사가 지녔던 양가성을 논했다. 이어진 발표에서 김현철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1832년김경선의 연행 기록을 통해 19세기 전반기 조청관계와 대청인식 변화를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김성배 동아시아연구원 박사는 1861년과 1872년 연행기록을 통해, 서양세력의 등장이라는 역사적·시대적 측면에서 바라본 이른바 '쇠퇴기'를 맞이한 청 제국에 대한 박규수의 국제정치학적 인식을 재구성하였다.

한중수교 20주년 맞아, 한중 학자간 학문적 성과 교류의 자리

원-명-청 시대를 거쳐 빈왕록(賓王錄), 조천록, 연행록 등으로 명칭을 달리하며 꾸준히 집적된 한국 측 중국 사행의 기록은 상대적 주변부에서 경험하고 참여한 동아시아 전통 지역질서의 현실과 이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행기 지역질서의 변환에 관한 다양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오늘날 조천록과 연행록에 대한 국제정치적 조망은 과거 한중관계의 연구라는 관점에서 뿐 아니라 동북아시아 시대를 맞이해 나가며 공동의 번영과 미래지향적 관계를 설정해 나가야 하는 우리에게 많은 의미를 주고 있다. 특히, 한중수교 20주년을 맞아, 한국과 중국의 역사학자와 정치학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그간의 다양한 학문적 성과를 교류했던 이번 국제학술회의는 역사적·현재적 관점에서, 그리고 학제적·국제적 관점에서 한중관계와 동아시아 전통질서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