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매년 3월 말 경 일본 문부과학성은 교과서 검정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올해는 고등학교 고학년 교과서 검정결과가 발표된다. 최근 보수우익 교과서 채택율 증가와 관련하여 일본 교과서 검정제도상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답
근대 일본의 교과서제도는 자유 발행·채택제도로 시작되어 검정제도, 국정제도를 거쳐 패전 후에는 초중고 모두 검정제도를 유지해 오고 있다. 교과서검정은 민간 교과서 출판사가 제작한 교과서를 문부과학성에서 교과서로서 사용하기에 적절한가를 일정한 기준에 의거하여 심사하여 합격불합격을 결정하는 것이다. 매년 3월 말에 발표되는 일본 문부과학성의 고등학교 교과서 검정결과 발표에 즈음하여 이하에서는 일본 교과서 검정과 채택 제도의 문제점을 간략하게 살펴보도록 하겠다.
'학습지도요령'이 내용 규정
일본 교과서는 민간의 발행자가 학습지도요령과 교과용 도서검정 기준에 의거하여 교과서를 제작하여 검정 신청한다. 일본의 학습지도요령은 한국의 교육과정에 해당하는 것으로 1958년 관보 공시 이후부터는 법적 구속력을 가진 교과서 집필 기준이 되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는 원칙적으로 학습지도요령을 따라야 되므로 학습지도요령에 제시된 교과목표는 교과서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교육내용과 수업 방향을 결정한다. 일본 문부과 학성 중앙교육심의회가 작성하는 학습지도요령은 총칙, 각 교과목별 목표와 내용, 수업방법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2008~9년에 개정된 학습지도요령 및 해설서는 '일본의 전통과 문화 존중, 향토 사랑=애국심, 공공의 정신' 등을 강조하고 있다. 교과서 출판사는 검정 신청 시에 각 교과서의 내용과 학습지도요령의 교육 목표와의 대조표를 서류로 제출하게 되어있다. 이는 문부과학성이 교육 목표로 제시된 애국심 관련 내용 등이 교과서의 어디에 기술되어 있는가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출판사는 교과서 제작단계에서부터 합격을 위해서는 이들 규정에 따르지 않을 수 없게 되어 있다. 결국 교육기본법을 비롯하여 학습지도요령 및 해설 등을 통하여 문부과학성은 교과서에 애국심을 강조하고 자민족중심의 역사 서술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교과서조사관이 자의적 검정에 의해 내용 수정
일본의 교과서검정은 교과서 회사로부터 신청을 받아 각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문부과학성의 '교과서조사관'이 조사하여 의견을 달고, 검정심의회에서 최종 심사하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교과서조사관 제도는 1956년 12월에 문부성령으로 검정강화를 위해 도입되었다. 검정과정에서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실권을 쥐고 있는 교과서조사관들은 현재 문부과학성의 상근직원임에도 불구하고 임명과정이 불투명하고, 교육현장의 경험이 없거나 교원면허가 없이 교과서검정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검정발표 후에 교과서 회사가 처음 제출한 검정신청본과 검정을 마친 합격본, 검정의견과 수정하여 기술한 전후 대조표가 공개되는데 이 심사과정은 비공개로 이루어진다. 사후에 공개하는 것은 의사개요뿐이어서 구체적인 심사 상황을 알 수가 없다. 이러한 검정제도로 인해 사실상 문부과학성 직원인 교과서 조사관에 의한 자의적이고 독단적인 검정이 이루어질 수 있다. 현행 검정제도 하에서는 어떠한 논의를 거쳐 최종 결론에 도달했는지를 알 수 없고 그 과정이 불투명하다. 하지만 문부과학성은 검정심사 의사록 공개는 자유로운 논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며 비공개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검정 합격이 마지막까지 보류된 채로 검정의견이 붙고, 이에 따라 수정이 진행되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과거에는 합격을 전제로 하여 검정의견은 합격 조건으로 제시 되었는데, 현재에는 합격 여부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검정의견이 개진되므로 교과서 출판사는 불합격을 피하기 위해 교과서조사관의 요구대로 수정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 있다. 교과서 검정 신청자 측은 검정의견에 따라 수정하지 않으면 불합격 판정을 받게 되므로 수정에 대한 압력을 받게 된다. 문부과학성 검정 의견의 강제력이 강화된 결과, 출판사는 최종 단계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안고서 검정의견대로 내용을 수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비전문가의 입김 증대
교과서 검정제도 하에서는 검정 합격한 다수의 교과서 가운데 한 종류를 선택하게 되어 있다. 문부과학성에 의하면 선택의 권한은 공립학교의 경우는 교육위원회에 있으며 국립과 사립학교의 경우는 교장이 권한을 갖는다고 '해석'하고 있다. 채택권자로서 적임자는 실제로 교과서를 사용하여 학생들을 지도 하는 현장의 교사인데 이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자자체 의회의 승인을 얻는다고는 하지만 지자체장이 임명하는 소수의 교육위원회에 의해 교과서를 채택하게 되어 있다. 지자체장의 의도에 따라 움직이는 교육위원이 선출되면 현장의 의견 보다는 지자체장 등 소수의 의견에 따라 교과서가 채택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비전문가가 교육위원으로 선출되는 경우도 있으며 이들이 다수의 교과서를 단기간에 조사하여 지역에 적합한 교과서를 선정하는 것도 어렵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현장 교사의 조사에 의한 보고서를 존중하도록 하고 있지만, 조사보고에 기입 내용을 자의적으로 정함으로써 현장에서 어떤 교과서를 희망하고 있는지를 알 수 없게 하고 있다. 결국 교육위원의 독단과 정치적 판단에 의한 투표로 교과서가 채택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지난해 자민당은 중의원 선거 공약으로 '경제 재생'과 함께 '교육 재생'을 중요 과제의 하나로 내걸고 정권교체를 이루었다. 2006년에 '교육재생회의'를 설치하여 60여년 만에 애국심을 강조한 '교육기본법'을 개정한 자민당의 아베 신조 총재가 제2차 아베내각을 출범시켰다. 아베 정부는 '교육재생실행본부'를 설치하여 국제사회에 약속한 '근린제국조항'을 재검토하고, 문부과학성에서 검정기준의 하나로 교과서 공통 기재 사항을 정하고, 교육위원회제도 개정 등 교과서검정과 관련한 '교육재생'을 강조하고 있어서 향후 교과서 검정제도에 주목할 필요가있다.
이에나가 사부로(家永三郞, 1913~2002) | 일본의 역사학자
- 일본군 '위안부' 강제연행 사실을 《전쟁책임》(1985)에서 언급
- 일본의 과거 만행을 기술한 일본사교과서를 저술, 검정과정에서 문제가 되자 국가를 상대로 위헌소송을 제기(1965), 패소(1997) 했으나 주장의 일부는 받아들여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