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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삼열 세계 NGO 역사 포럼 상임 대표 심층 좌담 "5차 역사 NGO 세계대회는 평화 공동체 건설 위한 연대 구축의 틀-정부, NGO, 언론은 역사 갈등 해소 위해 공동 전선 전개해야"

재단은 세계 NGO 역사 포럼, 경희대학교 등과 오는 7월 22일(월)부터 25일(목)까지 경희대 등 몇몇 지역에서 제5차 역사 NGO 세계대회를 개최한다. 재단 뉴스레터는 이를 계기로 이번 대회의 내용, 역사, 특징, 정부와 NGO의 역할 분담 등 여러 주제를 전반적으로 짚어보기로 했다.
이번 대회를 총괄하고 있는 이삼열 세계 NGO 역사 포럼의 상임대표를 모시고 재단 홍보교육실의 설원태 수석행정원이 좌담회를 가졌다. _ 편집자 주

설원태 재단 수석행정원

서울대 사대 영어교육과 학사, 동 석사과정 수료,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 주립대 저널리즘 석사, 경희대 신문방송학 박사를 받았다. 중등학교 영어교사, KBS 기자, 세계일보 기자, 경향신문 기자 등을 거쳐 2012년 3월부터 재단의 홍보교육실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영문 저서「Presidential Communication and News Media」 국문 편·저서 「저널리즘이란 무엇인가」 연구서 「글로벌 언론인교류 및 네트워크 구축방안 연구」등 저서·연구서를 갖고 있다.

이삼열 세계 NGO 역사 포럼 상임대표

서울대학교 철학과에서 학사·석사를 받은 뒤 독일 괴팅겐 대학교에서 철학, 사회과학 박사를 받았다. 숭실대 교수('82~'05),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04~'08), 대통령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자문위원, 통일부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 민간위원, 한국철학회장을 역임했다. 또한 국무총리산하 국가이미지개발위원회 위원장, 에코피스 아시아 이사장, 한국기독교 사회발전협회 이사장, 유네스코 아태 무형문화유산 센터 사무총장 등 여러 영역에서 매우 폭넓게 활동하고 있다.

설원태 수석행정원

Q 설원태 7월말 경희대에서 열리는 제5차 역사 NGO 세계대회를 전반적으로 설명해 주십시오.

A 이삼열 7월 22일부터 27일까지 경희대학교에서 열리게 되는 제 5차 역사 NGO 세계대회는 "지구 시민사회가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해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역사화해와 평화 공동체의 건설을 위해 노력해온 한국과 동아시아 여러 나라들의 NGO의 대표들이 함께 모여 방안과 전략을 모색하고, 경험과 사례를 나누면서, 협력과 연대의 틀을 만들어 내기 위한 대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역사 NGO'라고 하면 역사적 갈등이나 오해, 모순의 문제들을 합리적인 대화와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고 평화로운 관계와 질서를 산출해 내려는 비정부 시민사회 단체들을 일컫습니다.
이번 대회를 주최하는 한국의 「역사 NGO 포럼」에는 이런 운동을 하는 NGO단체들이 약30여개 결합되어 있습니다. 특히 우리가 사는 동아시아에서는 한국, 중국, 일본이 오랜 동안 역사적 갈등을 빚어왔고, 전쟁과 침략, 식민지 지배등의 불행한 역사를 겪어 왔습니다만, 아직까지 불행했던 역사적 과거가 말끔히 청산되지 못하고, 오히려 새로운 갈등과 분쟁을 일으킬 수 있는 요소들이 그대로 잠재하고 있습니다.

동아시아의 평화와 협력의 공동체를 세우자면, 한일관계나 중일관계, 또는 남북한 관계만 보더라도 역사적 과거의 문제들이 산적해 있고, 이를 해결하지 않고는 도저히 평화를 말할 수 없고, 늘 불안과 긴장, 전쟁공포에 시달려야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물론 이 문제는 정부의 핵심적 과제이며 책임입니다만, 많은 나라의 역사적 경험에서 볼 때, 결코 정부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많은 시민들, 민간단체들이 나서서 밑바닥 작업을 한 결과로 정부들이 따라 하게 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희들은 이런 경험들을 배우면서 역사적 화해와 갈등의 해소를 시민들의 힘으로 해결해 보자는 신념으로 이미 7년전부터 역사NGO 포럼을 조직하고 매년 세계대회를 개최해 왔습니다.

Q 설원태 이번 대회는 종전의 대회들과는 어떤 점에서 차별화됩니까?

A 이삼열 2007년 9월에 제 1회 역사 NGO 세계 대회에 23개국 2천여 명이 참가한 이래 네 차례 세계대회와 두 차례 활동가 대회를 개최하였습니다. 2009년 제 3차까지는 매년 세계대회를 열다가, 그 후로는 세계 대회와 활동가 대회를 격년제로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지난 2011년에 개최한 4차대회까지는 주로 역사적 갈등의 원인이나 역사화해의 방법과 방향에 관한 이론적인 논의를 많이 해왔고, 여러 나라의 사례와 경험들을 들어보는 풀뿌리 운동의 경험 나눔 쪽에 힘을 기울였습니다. 역사교과서의 갈등과 논쟁을 다른 나라들이 어떻게 해소시켜왔는지, 독일이나 프랑스, 폴란드 등의 전문가들을 초청해서 발표를 듣기도 했습니다.

이번 5차 대회가 열리게 되는 2013년은 동아시아의 역사 갈등 문제가 다른 어느 때 보다도 심각한 대립과 긴장을 야기하는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위기의 때입니다. 특히 일본의 아베정권수립과 우경화의 문제가 동아시아의 안보와 평화를 위협할 만큼 갈등과 군사적 긴장상태까지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독도나 센카쿠(댜오위다오)의 도서 영유권을 다투는 영토갈등뿐만 아니라, 2차 대전의 전범자들의 유골이 묻힌 야스쿠니 신사를 일본의 각료들이 참배하면서, 일제의 침략사를 부정하는 망언들을 늘어놓는 국수주의적 민족주의가 다시 날개를 펴고 있습니다. 일본 군대의 성노예로 강제 징용당해 온갖 학대와 모욕을 당한 정신대 문제를 전혀 사죄하지 않는 일본정부의 역사인식이 그대로 있는 한 한일관계나 중일관계는 항상 갈등과 적대감을 면할 길이 없으며,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보 공동체의 수립은 요원한 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렇게 심각해지는 역사적 갈등이 정치적 외교적 갈등으로까지 번져가는 금년에는 학술적-이론적 회의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되어, 보다 실천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대회의 초점을 모았습니다. 역사 NGO들이 동아시아에서 이런 갈등과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양식이 있는 지식인, 종교인, 시민사회의 지도자들과 함께 어떤 역할을 해야 되겠는가를 집중적으로 논의 하면서, 일본과 중국을 비록한 동아시아의 여러 나라의 역사 NGO들과 어떻게 연대를 강화할 것인가를 중점적으로 토론하게 될 것입니다.

Q 설원태 최근 수개월간 동북아에서 갈등이 고조되자 이 지역 지식인들이 평화를 호소하는 움직임으로 눈길을 끌었는데요.

A 이삼열 네. 작년 말 일본과 중국 사이에 있는 센카쿠(댜오위다오)섬의 영유권 문제로 군사적 충돌의 위기까지 가게 되었을때, 일본의 양심적인 지식인, 시민사회의 지도자, 2천여 명이 정부에 자제를 호소하며, 역사적 갈등문제를 평화적 대화로 해결하라는 감동적인 성명서에 서명해 발표한 일이 있었습니다. 독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도 일본의 이런 분들과 함께 연대해서 합리적 대화와 평화적 노력으로 해결해가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이번 대회에 여기에 서명했던 지식인 몇 분을 초대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대회의 기조연설을 해주실 전 UN대학 총장 무샤코지 킨하이데 교수님도 일본에서 평화운동의 지도자로 유명한 분입니다. 또 한반도의 전쟁과 정전협정 60주년을 반성하는 워크숍에 발제 강연을 해주실 무토 이치요 선생도 역시 일본의 국수주의와 군국주의를 비판해 온 저명한 지식인 대표입니다. 중국에서 오시는 천춘룡 선생은 우리 세계대회의 공동 대회장으로 수년간 수고하셨는데, 시민사회가 자라기 힘든 중국에서, 일본의 침략시기 일어난 민간인들의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 조직된「대일민간배상연합회」의 부회장직을 맡은 분입니다.

비용관계로 많은 분을 초청할 수 없지만, 강사나 논평자로 오시는 30여명의 외국인들은 모두 앞으로 우리와 함께 동아시아의 역사화해와 평화공동체의 건설을 위해 협력하며 연대할 수 있는 주요 인사들입니다. 이번 5차 대회의 성격은 바로 동아시아의 시민사회 주요 인사들과 함께 역사 화해운동을 전개할 수 있는 조직적 틀을 모색한다는데 특별한 의미와 의도가 있습니다.

Q 설원태 역사 NGO 세계대회의 역사를 간략히 말씀해 주십시오.

이삼열 세계 NGO
역사포럼 상임대표

A 이삼열 역사 NGO 세계대회가 2007년에 시작되게 된 것은 「동북아 역사재단」의 발족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중국의 동북공정과 고구려의 옛 터전인 지안에 있는 한국 문화 유적지에 대한 중국학자들의 왜곡된 역사인식이, 한국 정부와 국회, 학계, 시민사회에서 커다란 문제로 등장하면서, 이를 바로 잡는 역사연구와, 갈등의 해소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게 일어났습니다. 결국 고구려 재단이 만들어지고 동북아 역사재단으로 발전되었지만, 사실 이 역사적 갈등의 문제는 연구나 출판만으로 해결될 수 없고, 국민들의 역사인식을 바로 잡고, 왜곡된 해석이나 인식을 고쳐나가는 노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또 이런 노력은 정부나 관료들이 나서기 보다는 학계나 시민사회가 나서서 하는 것이 효과적이며 현실적이라는 판단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동북아역사재단의 창립과 병행해서 역사화해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NGO들을 묶어서 「역사 NGO 포럼」을 조직하기로 했고, 국내뿐 아니라, 이웃나라나 갈등관계의 나라들의 역사 NGO들도 함께 불러서 역사 인식의 바른 길과, 갈등의 해소를 모색해야 한다는 뜻에서, 매년 「역사NGO 세계대회」를 열게 되었습니다.

Q 설원태 역사 NGO, 정부, 언론은 역사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역할 분담을 해야 하나요?

A 이삼열 역사 갈등의 문제나 해소의 과제는 정부만의 과제가 아니며, 국민 모두의 과업이라고 하겠습니다. 전쟁이나 식민지침략 등으로 피해를 입고 상처를 받은 것은 누구보다도 국민들이기 때문이며, 국민감정이나 이해를 무시하고 정부가 홀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가령, 일본군 '위안부' 문제나 역사교과서의 갈등문제, 강제징용자 보상 문제만 하더라도 피해를 입은 국민들의 입장과 이익을 떠나서 정부가 외교적으로만 해결할 수 없습니다. 바로 여기에 역사 갈등의 해결을 위해 피해를 입은 국민들을 보호하고 대변하는 역사 NGO 단체들의 역할이 필요한 것이고, 정부는 이들과 충분히 협력해서 외교적으로 해결하는 길을 모색해야만 합니다.

유럽에서의 갈등해소의 과정을 살펴보면, 가령 역사교과서 문제만 해도, 먼저 프랑스, 독일의 역사교사들이 나서서 대화와 협력을 통해 시정안을 만들어 정부에 건의함으로써, 정부간회의가 열리게 되고, 외교적 합의도 만들어 내는 효과를 가져 왔습니다. 역사적 분쟁이나 갈등은 민간인이나 관련 당사자들이 나서서 해결을 시도하고 정부가 도와주는 방식으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부가 먼저 나서면 자국 내의 여러 가지 다른 의견이나 여론을 조정하기 어렵습니다. NGO들이 먼저 문제를 제기하고 수습안을 만들면 정부가 도와주면서, 절충하면서 외교적으로 결론을 맺는 것이 바람직하며, 부담도 적습니다. 아직 해결이 안 되었지만, 정신대보상 문제도 여성인권 평화운동단체들이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더라면, 정부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재일 교포들의 법적지위 문제나 중국동포들의 인권문제, 사할린교포문제등도 결국 NGO들의 문제제기와 운동이 있었기 때문에 해결을 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많은 경우에 정부가 말하기 곤란한 문제를 시민사회나 NGO단체들이 제기함으로써 정부의 일을 쉽게 해줍니다.

Q 설원태 향후 역사 NGO 세계대회를 어떻게 이끌어 가실 계획입니까? 아울러 왜 역사 NGO들이 서로 연계해야 하는지 설명해 주십시오.

A 이삼열 3차대회 때부터 채택해 온 세계대회와 활동가대회의 격년제 개최를 당분간 계속해보려고 합니다. 세계대회 때는, 지구촌 각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역사화해운동이나, 특히 동아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역사 갈등의 상황분석과 대응노력들을 점검하고 경향을 파악하고 전략을 모색하는 국제회의와 워크숍을 진행시킵니다. 다음 해 이웃나라 한 곳을 선정해서 방문하여 역사 갈등의 현장을 살펴보고, 현장의 운동가들과 단체들을 만나며 함께 여는 활동가 대회는, 우리 NGO들의 역사문제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이고, NGO활동가들의 역량을 강화하기위한 목적으로 구상되고 추진되어 왔습니다. 2010년에 캐나다에 있는 한국교포들의 역사 NGO들과 함께 청소년들에 대한 역사의식 교육활동을 살펴보았고, 작년에는 캄보디아에 가서 대량학살의 현장과 역사화해의 과정들을 살펴보면서, 동남아의 활동가들과 함께 연찬회를 가졌습니다. 우리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도 다른 나라, 다른 지역에서 어떻게 역사 갈등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지 알아볼 필요를 느낍니다. 앞으로 일본이나 중국, 유럽에도 가서 현장을 보면서 역사 갈등의 해소책을 배우고 연구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동아시아에서 역사 갈등을 해소하고 평화공동체를 이룩하자면, 동아시아 여러 나라에 있는 같은 뜻의 지식인들과 NGO들의 만남과 유대강화가 필요한데, 우리는 세계대회나 활동가대회를 통해, 우리와 함께 할 수 있는 NGO 파트너들을 많이 찾아서 교류하고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는 일에 힘을 기울이고자 합니다.

Q 설원태 이번 세계대회를 계기로 동북아역사재단이 역사 NGO들과 어떤 관계를 유지하면 좋을지 말씀해 주십시오.

A 이삼열 동북아역사재단과 역사 NGO 포럼은 동북아의 역사갈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같은 때, 같은 목적으로 태어난 쌍생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같은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정부의 조직과 시민사회의 민간단체라는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양측이 다 역사 갈등의 해소를 위해, 연구도, 교육도, 홍보활동도 연대활동도 해야 하지만, 입장이 정부기구와 민간기구로 다를 뿐입니다.
지금까지는 주로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역사 NGO들이 재정적 지원을 받는 정도의 관계였지만, 보다 더 심도 있게 협력하고, 역할을 분담해가는 관계의 설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매년 세계대회를 공동 주최하기는 합니다만, 보다 더 밀접하게 재단의 프로젝트에 NGO들이 참여하고, 또 NGO들의 활동에 재단의 전문 인력들이 협력하는 관계의 개선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결코 어느 한쪽에서만 역사화해의 과제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