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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아베 신조의 "침략의 정의"에 대한 망언의 국제법적 실체와 함의
  • 이장희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아베 신조 일본총리는 '침략'에 관한 정의는 나라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면서 과거 일본의 주변국 침략사를 희석시키려 하는 등 갈수록 노골적인 보수화의 길을 걷고 있다. 이에 국제법상의 '침략'의 정의에 초점을 맞춰 그의 발언을 분석·비판한다. -편집자 주

침략 정의에 관한 아베 망언이 나온 배경

지난 4월 24일 아소다로 부총리와 일본 국회의원 168명이 일본 군국주의 부활의 상징인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이는 내용적으로나 시기적으로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 이것은 일본의 식민지 침략역사의 진정한 반성이 없는 행위이며 한일 간 진정한 과거사 청산을 통한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에 찬물을 끼얹은 행위이다. 한국과 중국은 이 발언이후 예정된 일본과의 공식적 대화를 중단했다. 우리 정부와 국회여야도 단일된 목소리로 일본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WSJ)과 워싱턴 포스트(WP) 등 미국의 주요 언론도 4월 27일(현지시간) 일본의 침략 역사를 부인한 아베총리의 망언과 일본 정치권의 우경화를 강력 비판했다. 이 신문은 사설을 통해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세력이 누구인지는 마치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것과 마찬가지로 명약관화한 사실"이라며 "오로지 아베총리만이 '참신한 해석'을 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결과적으로 이런 움직임은 주변국의 반발을 살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아베신조 총리는 "일본의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을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고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지난 4월 23일 참의원(상원) 예산위원회에서 "침략이라는 정의는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정해지지 않았다" "국가간의 관계에서도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 는 등 비상식적인 발언으로 일관해 일본의 역사왜곡을 심화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4월 28일 일본정부는 '주권회복의 날'행사를 대대적으로 개최했고, 아베총리가 여기서 "천황 폐하 만세" 삼창을 하였다.

한국 국회의 비판적 결의안 채택에 대해 4월 30일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에게 존숭(尊崇)의 뜻을 표하는 것은 당연 한 일이다. 대국적 관점에서 외교적 루트를 통해 우리의 진의를 설명해 나가겠다"며 오만한 태도를 보였다.

침략의 정의에 관한 국제법적 실체분석

아베총리가 "침략의 정의"는 정해지지 않았고, 아무런 법적 근거없이 학자마다 다르다고 단정적으로 단언한 것은 국제법상 침략의 정의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왜곡한 것이다. 침략의 정의에 대해서는 UN 총회 "침략정의특별위원회"가 1967년부터 7년 동안의 작업 끝에 1974년 4월 12일 침략의 정의 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였으며, 이어 1974년 12월 14일 제29차 UN 총회(총회 3314호, XXIX)는 동 특별위원회가 작성한 '침략의 정의(Definition of aggression)' 결의를 전원일치로 채택하였다.

이 결의에 일본 정부도 동참하여 찬성하였다. 1974년 '침략의 정의' 결의는 전문과 8개조로 구성된다. 정의 내용은 일반적 정의와 열거적 정의로 나눈다. '일반적 정의'에 의하면, "침략은 어느 국가가 타국의 주권, 영토 보존 또는 정치적 독립에 대해 무력을 사용하거나 또는 본 정의에 규정된 UN 헌장에 위배되는 기타 방법을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제1조)라고 정의하고 있다. 또 '열거적 정의'도 제1항 "병력에 의한 타국영역의 침입. 공격 또는 이와 같은 결과를 발생시키는 군사점령 및 무력행사에 의한 타국 영역의 병합"을 포함하여 7개항을 규정하고 있다. 위에 7개 사항으로 열거된 침략 행위가 중지되지 않을 경우, 즉 침략행위의 불중지(不中止)도 UN 안보리는 UN 헌장 규정에 따라 침략으로 단정할 수 있다. (제4조).

아베 총리의 "침략의 정의" 왜곡의 함의

아베총리의 "침략의 정의"의 왜곡 발언이 우려스러운 점은 첫째 일본이 저지른 과거 식민지지배의 불법성과 침략전쟁을 새삼 부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2차 세계대전시에 일본의 전쟁범죄를 처벌한 도쿄 군사법정은 25명의 전범을 모두 유죄로 판결하였다. 이 판결에 대해 UN 총회는 지지결의를 하였다. 아베총리의 침략전쟁의 부인 망언은 UN의 첫째 목표인 국제평화와 안전유지라는 UN체제를 전면 부인하는 것이다. UN 헌장은 제53조와 제146조에서 일본과 독일에게 전범국가로서 벌책을 아직도 부과하고 있다. 둘째, 아베의 "침략의 정의" 왜곡은 이미 1995년 무라야마 총리를 비롯한 역대 일본 총리가 이미 행한 침략전쟁과 식민지배에 대한 사과도 전혀 인정하지 않겠다는 점이다. 이것은 역사의 퇴행이며, 동아시아에 심각한 역사전쟁을 다시 선포 한 것이다. 셋째, 아베총리의 "침략의 정의" 왜곡 발언이 노리는 궁극적 정치적 의도는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기위해서 일본헌법 제9조 개정 수순의 첫 일환으로 보인다. 일본이 과거 식민지 지배국처럼 군국주의부활과 우경화로 나아가겠다는 것이다.

일본 헌법 제96조는 "헌법개정을 위해서는 참의원, 중의원 3분의 2 이상 동의, 마지막으로 국민투표 과반수가 필요하다"고 규정했다. 그런데 현재 중의원 3분의 2는 이미 확보된 상태이다. 문제는 돌아오는 7월 참의원 선거에서 3분의 2를 획득하여 헌법개정 요건을 중의원·참의원도 과반수 동의로 개정하여 현재보다 헌법개정을 쉽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일본 주가상승을 포함하여 아베노믹스로 현재 일본 경제가 활성화되어 국민들의 80%가 아베정권을 지지하여도 대다수 일본국민은 평화헌법 제9조 개정에는 매우 신중하다는 것을 잘 알아야 한다.

우리의 대응

1974년 UN 총회가 만장일치로 내린 "침략의 정의"는 국제법과 국제공동체가 수용한지 오래이며, 2010년 6월 국제형사재판소 재검토회의에서 이를 기초로 침략범죄와 침략행위의 정의내리는 데 기초로 삼았다. 그러므로 국제규범을 무시하는 아베 총리의 "침략의 정의" 망언은 U N 체제 부인과 우경화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일본 정치인의 국제규범 무시와 우경화 망언에 대해서는 일회성적인 대증적 방안에 그쳤다. 그런데 이번 일본총리의 망언은 매우 계획적이고 점진적인 수순을 밝고 있다. 이제 대응방법도 근본적이고 조직적인 계획을 세워 치밀하게 지속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 최선의 길은 일본 지도층의 자발적인 역사인식의 제고에 기초한 과거 침략전쟁과 식민지배에 대한 법적인 인정과 이에 상응한 국가책임의 실천이다. 그런데 이러한 일본 지도층의 자발적인 역사인식제고의 실천 행위는 거의 기대할 수가 없다. 일본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1차적으로 피해국 정부와 국민이 혼연일체가 되어 강하게 문제제기를 지속적으로 일본정부에 해야 한다. 그리고 2차적으로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강한 여론에 호소하는 길이다. UN을 비롯한 국제 공공여론에 일본의 반역사성 그리고 반평화주의적인 행태를 정확히 알려 일본정부를 압박해야 한다. 이것이 일본상품의 불매운동으로도 연계되면 더욱 효과가 있을 것이다. 끝으로 동아시아 평화 NGO들은 일본내 양심적인 평화세력과 체계적으로 연대하여 평화세력이 일본정부의 시대착오적인 역사퇴행정책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굳건한 평화세력으로 일본 사회속에서 자리잡도록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