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야스쿠니신사 춘계대제 때(4.21~23) 아베 신조 일본총리는 내각 총리대신 명의로 공물을 보냈고 아소 타로 부총리를 비롯한 각료 3명은 참배를 했다. 국회의원도 168명이나 집단으로 참배를 했다. 이에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예정되어 있던 일본 방문과 외교장관 회담을 취소했다. 하지만 일본정부는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에게 국가 지도자가 경의와 애도를 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이웃 나라를 설득해 나가겠다고 말하고 있다. 아베 총리 취임 이후 다시 뜨거워지고 있는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의 본질을 알아본다.
답
야스쿠니신사가 A급 전범을 신으로 모시고 있다는 게 왜 심각한 문제가 되는가?
아베 총리는 금년 2월 미국을 방문했을 때 알링턴 국립묘지를 참배했다. 아베 총리는 자신이 알링턴 국립묘지를 참배했듯이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권유할 수 있을까?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야스쿠니신사에는 A급 전범 14명도 함께 모셔져 있기 때문이다. A급 전범은 포츠담선언에 기초하여 일본의 침략전쟁을 심판한 극동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에서 침략전쟁을 주도한 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인물들을 지칭한다. 일본은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제11조)에서 도쿄재판의 판결을 수락하고 국제사회에 복귀했다. 따라서 A급 전범도 신으로 모시고 있는 곳에 총리나 각료가 참배하는 것은 침략전쟁을 정당화하는 것이자 일본이 국제사회에 복귀한 전제를 완전히 부정하는 것이다.
1985년 5월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나치 SS 친위대 대원도 매장된 독일 비트부르크 묘지를 참배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은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국가 지도자가 전범이 포함된 시설을 참배하는 것은 아베 총리와의 생각과는 달리 국제사회에서는 용인되지 않고 있다.
야스쿠니신사에는 강제로 동원되었던 한국인도 신으로 모셔지고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된 일인가?
야스쿠니신사는 한반도를 침략하는 과정에서 의병을 탄압하다 살해된 일본인 군인ㆍ헌병들을 폭도를 진압하다 희생되었다는 이유로 신으로 모시고 있다. 그런데 동 신사에는 일본에 의해 강제로 전쟁에 동원되었다가 사망한 한국인 약 2만 1천명이 유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본을 위해 싸우다 죽었다는 명목으로 이들과 함께 신으로 모셔지고 있다. 이러한 시설에 일본 총리나 각료가 참배하여 감사와 경의를 표하는 것은 한반도 침략의 역사를 부정하고 식민지 지배로 인한 손해와 고통을 무시하는 것이다.
일본정부는 1995년 무라야마 담화를 통해 침략과 식민지 지배를 통해 인근 국가들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끼쳤음을 인정하고 사죄와 반성을 표명했다. 아베 총리도 공식적으로 무라야마 담화를 부정하지는 않고 있다.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되어 있는 한국인이야말로 무라야마 담화에서 말하는 다대한 손해와 고통 그 자체다. 따라서 일본총리나 각료가 야스쿠니신사에 가서 감사와 경의를 표하는 것은 일본정부의 공식 입장인 무라야마 담화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자 한국인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제2의 가해인 것이다. 야스쿠니신사에 억지로 신으로 모셔져 있는 한국인 피해자에게 필요한 것은 감사와 경의가 아니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와 반성일 것이다.
아베 총리 집권 이래 일본이 우경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일본 각료들은 금년 8월 15일에도 야스쿠니를 참배할까?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특정한 날이 정해진 것은 아니나 주로 야스쿠니신사 춘계대제(4.21~23), 8월 15일, 추계대제(10.17~20) 때 총리나 각료, 국회의원들이 참배를 하고 있다. 특히 8월 15일에는 일본 민주당이 집권했던 2011년과 2012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각료들이 참배를 했다. 각료들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한 이웃 국가들의 우려에 대해 총리가 나서서 어떤 위협에도 굴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고 두둔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다가오는 8월 15일에도 각료들이 참배할 가능성이 높다.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는 1985년 8월 15일의 야스쿠니신사 공식참배가 국제적으로 문제가 되자 다음 해인 1986년에는 참배를 중단했다. 그리고 중국 후야호방 공산당 총서기에 편지를 보내 이해를 구했다. 아베 총리의 정치가로서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며, 나카소네가 쓴 편지의 일부를 소개하는 것으로 이 글을 맺는다.
"전후 40년이 지났다고는 하나 불행한 역사의 상처는 아직도 특히 아시아 주변 여러 나라의 국민들 마음속에 깊이 남아있습니다. 침략전쟁의 책임자인 특정 지도자가 모셔져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공식 참배하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귀국을 비롯한 아시아 여러 나라의 국민감정에 상처를 입히는 것이라고 생각해, 이를 피하려고 금년은 야스쿠니신사 공식참배를 하지않는다는 고도의 정치결단을 내렸습니다. 아무리 어렵고 곤란한 결단에 직면하더라도, 자국의 국민감정과 더불어 세계 여러 나라 국민들의 국민감정에 대해서도 고려를 하는 것이 평화우호·평등호혜·상호신뢰·장기안정의 국가관계를 만들어 가기 위한 정치가의 현명한 행동의 기본원칙이라 확신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