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오챠노미즈여자대학에서 국제학을 공부하고 있는 모리다 마나코라고 합니다. 저는 이전에 이화여자대학교와 프랑스의 파리 제7대학에서 교환유학을 한 경험이 있고, 동아시아와 유럽의 지역협력에 관한 비교에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왔기 때문에 EPRIE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기회였습니다.
이번 프로그램을 마치고나서 먼저 생각나는 것은 매우 멋진 참가자 분들과 만날 수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국제관계, 외국어, 경제학 등의 분야에서 공부에 힘쓰는 학생들, 그리고 연구, 외교, 보도, NGO영역에서 활약하고 있는 분들 등 각각의 참가자가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논의할 때에 다양한 시점의 의견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EPRIE의 특징은 역사화해와 지역통합에 관하여 유럽과 동아시아를 비교하여 생각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동아시아 지역통합에 오랫동안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 유럽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그 중에서 특히 인상에 남았던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먼저 첫 번째로, 유럽의 지역통합은 패배의 역사, 패배의 기억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EU의 가장 중요한 기초가 되고 있는 것은 '비참한 전쟁을 두 번 다시 반복해서는 안 된다'라는 강한 생각이며, 이를 프랑스의 교수는 'Positive aspects of history'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논의 중에서 아시아는 무엇을 기초로 지역을 통합해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제기가 있었는데, 경제협력을 뛰어 넘어 공통의 기반을 확립해 가는 것은 향후 아시아의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는, 유럽에서는 역사의 영역에서 피해자/가해자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역사에서는 피해자와 가해자를 단순하게 정할 수 없으며, 누구도 피해자가 될 수 있고 가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이분법적인 구분은 법정에서만 사용되는 것이며, 역사에서는 개인에게 책임을 추궁하여도 국가레벨에서 피해국, 가해국이라는 사고방식을 취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피해자, 가해자라는 구조로 못 박는 것은 그러한 구조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사실을 편견을 갖고 보도록 강요하기 때문에, 보다 유연한 시점에서 역사를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외에도 유럽의 참가자가 말한 "아시아에서는 역사가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국가 간 대립은 감정적인 것이 되어 있고, 더 실용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등의 의견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또한 프로그램 기간 중, 한국의 참가자와 깊은 의견교환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매우 기억에 남습니다. 실제로 의견을 교환해 보면 하나의 문제에 관해 일본인과 한국인으로 의견이 다른 것이 아니라, 국적에 관계없이 개개인이 각각의 의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한 국가의 사람이 그 나라의 정부와 같은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당연한 사실을 이해하고 그러한 사고방식의 다양성을 인정해 나가는 것은 정말로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한편, 프로그램 속에서 아쉬웠던 점은 강연자의 국적에 편향이 있다거나 특정 정부기관에게 출자를 받고 있다는 것에서 정치적인 중립성에 의문을 느꼈던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프로그램에서는 정치의 영역에서 벗어나 참가자가 진실로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할 수 있도록 균형 잡힌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EPRIE는 프로그램 후에도 동창생모임(Alumni)이 있어 저번 주에는 바로 일본 참가자들이 모여 지역통합에 관한 제언을 통합하기 위한 대화를 했습니다. 또한 개인적으로도 이번에 배운 것을 살려 학부 졸업논문에서는 지역통합에서의 정체성 문제를 다룰 예정입니다. 이후에도 EPRIE의 멤버와의 네트워크를 소중히 하고 다양한 의견과 아이디어를 교환하면서 역사화해와 지역통합의 현실을 이루기 위한 지혜를 짜내고 싶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