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역사재단은 지난 11월 7일부터 8일까지 프랑스 파리의 뤼떼시아(Lutetia)호텔에서 한불 국제학술세미나를 개최하였다. 이번 세미나는 한국과 프랑스간 문화, 학술 차원에서 교류와 협력의 장을 마련하여 동해표기와 독도영토주권에 관한 불어권 국가들의 인식을 제고하기 위하여 기획되었다. 이번 행사에서는 학술세미나와 한지(고지도) 전시회가 동시에 열렸다. -편집자 주
6개국 30여명이 파리 국제 학술세미나에 참가
한불 국제 학술세미나는 한불간의 학술적 교류의 장을 마련하여 불어권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동해표기와 독도영토주권에 대한 인식제고와 홍보를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외부인들이 바라볼 때, 우리의 관심사가 민감한 쟁점으로 여겨질 수 있으므로, 프로그램은 처음부터 세계인들이 공통적으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예컨대, 독도에 관해서는 최근 동아시아 정세와 영토문제 세션에서 다루고, 동해표기는 영토문제와 지도제작의 딜레마를 다루는 두 번째 세션에 포함시켰다.
이번 행사에는 한국, 프랑스, 미국, 폴란드, 알제리, 부르키나파소 등 6개국에서 지리학, 역사학, 국제법, 국제정치, 언어학, 지명학, 한국학 분야 등의 전문가 30여명이 참가하였다. 환영사에서 김학준 이사장은 프랑스 소설을 화두로 한국인들의 프랑스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였다. 이훈 독도연구소장은 프랑스인들의 동해 진출사에 관하여 발표하면서 동해와 독도를 한국과 프랑스가 만나는 평화적인 공간으로 설명하였다.
동해표기에 대한 관심 공유 및 확산의 계기
두 번째 세션에서 재단의 신승혜 행정원은 지난 20여 년간 국제사회에서 논의한 자료들을 근거로 동해표기의 당위성을 설명하였다. 이 자리에 모인 불어권 참석자들은 한일간 쟁점이 되고 있는 해역명칭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하는 기회를 가졌다. 끌로드 탑소바(부르키나파소 지리원)는 지난 날 이웃국가인 니제르 공화국과 영토문제 및 지도제작상의 갈등 상황을 소개하며 한일간의 문제에 관해 공감을 표현하였다. 세 번째 세션에서는 한국과 프랑스 양국 지리교과서에 표현된 상대방 국가에 대한 이미지와 관심사에 관한 발표가 있었다. 권정화 교수(한국교원대)는 지난 100여 년간 한국 지리교과서에 기술된 프랑스에 관한 내용을 소개하였으며, 오귀스트 빠비 드 갱강(Auguste Pavie de Guingamp) 고등학교의 정 조셉 르 브호젝(Jean-Joseph LEBROZEC) 역사지리 교사는 프랑스 지리교과서에 포함된 동아시아 내용과 함께 학생들이 한중일 3국을 지도로 표현하는 방법에 관하여 소개하였다. 르 브호젝 교사는 그들의 교과서에 동해명칭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행사의 의미를 염두에 둔 듯, 발표자료와 프레젠테이션에서 일본해 명칭 대신에 동해를 표기함으로써 참가자들에게 해당 이슈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동해독도 해외홍보는 한국학 연구자들과 함께 해야 효율적
불어권에서 한국학 연구는 195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이진명 리옹대 명예교수가 불어권 한국학의 역사와 현황을 종합적으로 발표하였으며, 이어서 마리 오헝쥬 히브 라쌍(Marie-Orange RIVE-LASAN) 교수(파리 7대학) 등은 불어권 한국학 연구의 사례에 관해 발표하였다. 이번 한국학 세션을 통해 동해독도와 같은 민감한 사안들의 경우, 단독으로 다루어지기보다는 한국학 연구의 틀에서 학술적이고 문화적인 관점에서 논의될 때 훨씬 더 장기적이고 설득력있는 테마로서 받아들여질 것으로 여겨졌다.
이번 세미나에서 눈에 띄는 것들중 하나는 문화예술분야에서 두 명의 전문가가 지원차 참석한 것이다. 한지 전문가인 김석란 대표(미래문화재연구소)는 직접 한지전시를 맡고, 한지에 관해서도 설명하였다. 그리고 한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황인경 작가는 '한국문학의 세계화 가능성'에 관해 발표하여, 참석자들의 큰 호응과 관심을 받았다. 한지와 고지도 전시에서는 조선시대에 제작된 세계지도를 전시함으로써 조선의 지리학적 전통을 알리는 기회가 되었으며, 동해독도 관련 고지도를 함께 전시함으로써 이번 행사의 목적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자 하였다.
한국에 대한 관심을 일으키고 재단의 긍정적 이미지를 제고
이번 한불 국제 학술세미나에서는 학술회의와 전시회를 통해 한국학과 한국의 문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기회가 되었다. 특히, 한국과 프랑스간의 학술적 교류의 장을 마련하여 동아시아 정세와 한불 교류라는 공통의 주제를 통해 재단이 학술적, 문화적 측면에 기여하고, 무엇보다도, 동아시아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앞으로도 이와 유사한 행사를 지속적으로 기획하여 해외 네트워크 관리는 물론, 동해독도 해외홍보도 효율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