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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Q&A
야스쿠니신사 참배 vs 알링턴국립묘지 참배 왜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말이 안 되는가?
  • 박진우 숙명여대 일본학과 교수

최근 한 일본 정치인은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해 미국인들이 알링턴국립묘지를 참배하는것과 마찬가지 의미가 있다고 궤변을 늘어놓았다. 이에 따라 본지는 두 장소의 같은 점 및 차이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왜 일본 정치인들과 외국 지도자들이 야스쿠니를 참배하면 안 되는지를 문답으로 풀어 보았다.

-편집자 주

Q : 왜 우리는 야스쿠니와 알링턴을 구별해야 하는가? 누가 두 장소를 동일시했는가?

지난 5월 중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미국의 국제관계 평론지 포린 어페어즈(Foreign Affairs) 편집국장과의 인터뷰에서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관한 질문에 대하여 조지타운 대학의 케빈 독(Kevin Doak) 교수의 말을 인용하면서 "미국인이 알링턴국립묘지에 참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을 위한 것이며 일본 지도자로서는 극히 당연한 행위"라고 강변했다. 케빈에 의하면, 알링턴묘지에는 남북전쟁에서 노예제를 지지한 남군 병사들도 매장되어 있지만 미국 대통령이 알링턴을 방문해서 전몰자를 추도한다고 해서 그것이 노예제를 긍정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없다. 마찬가지로 야스쿠니신사에 일본 총리가 참배한다고 해서 그것이 야스쿠니에 합사되어 있는 'A급 전범'을 찬양하는 것이 아니며, 나아가 자국의 전사자를 애도하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행위이기 때문에 일본 총리의 참배는 '장려'되어야 한다는 궤변이다. 아베가 케빈의 말을 빌려 야스쿠니 참배를 정당화하는 것은 이 때가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06년에 출간한 자신의 저서 『아름다운 나라로(美しい國へ)』에서도 이미 케빈의 견해에 의거하여 자신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정당화했으며, 지난 2월 국회 답변에서도 이 논리를 펼쳤다.

Q : 두 장소를 동일시하는 근거가 무엇인가? 그리고, 왜 이 같은 논리에 문제가 있는가?

알링턴국립묘지와 야스쿠니신사를 동일시하여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장려'하는 케빈의 주장은 미국의 권위에 영합하는 일본우익들에게는 크게 환영받을 일이다. 하지만 역사적인 사실 인식이 정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논리적 설득력이 결여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노예제 찬반을 둘러싼 남북전쟁에서의 남군 전몰자와 일본의 침략전쟁으로 국제 법정에서 처벌을 받은 'A급 전범'을 같은 부류에 두고 비교하는 자체에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무리하게 알링턴국립묘지와 야스쿠니신사는 같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이다. 그것은 곧 미국의 대학교수라는 '권위'를 빌려 일본의 침략전쟁을 '자위전쟁'으로 정당화하고 총리가 야스쿠니신사에 당당하게 참배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치적 의도를 배제하면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야스쿠니와 알링턴을 같은 성질의 것으로 보는 시각 자체에 큰 무리가 있다.

Q :그러면 두 장소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항목별로 설명해 달라.

우선 양자의 사이에는 종교성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알링턴국립묘지에는 미국의 남북전쟁 이후 지금까지의 전쟁에서 전사한 자나 국가를 위해 공헌한 약 30만 명의 유골·유해가 '매장'되어 있는 '국립묘지'이다. 여기서는 정교분리의 관점에서 본인이나 유족의 희망에 따라 모든 종교, 종파, 종지에 의한 매장을 허용하고 있으며, 특정 종교형식을 강요하지 않고 신앙의 자유를 보장함으로서 종교성을 배제하고 있다. 이에 비해 야스쿠니신사에는 메이지유신 이후의 전몰자 240만 여명(이 가운데 제2차 대전의 전몰자는 약 230만 명)의 유골이나 유해가 아니라 위패가 '합사'되어 있는 종교시설의 신사이다. 그리고 전몰자의 합사에 대해서도 본인은 물론이고 유족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야스쿠니신사측이 일방적으로 결정한다. 유족 가운데는 합사를 원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야스쿠니는 이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처리한 사례가 적지 않다. 식민지 조선인도 여기에 포함되어 있어 한국의 유족들이 합사 취하를 요구하지만 야스쿠니측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둘째로, 매장되어 있는 전몰자들이 무엇을 위해 싸우다 죽었는가에 대해서도 그 대상이 다르다. 지금까지 미국이 치른 모든 전쟁이 침략전쟁인지 아닌지는 별도로 하더라도 알링턴의 전몰자들은 '미국'이라는 국가를 위해 싸우다 죽었다. 그러나 야스쿠니에 합사된 '영령'은 메이지유신부터 일본의 패전에 이르기까지 국가를 초월한 신적 권위로서의 천황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신(神)'이 되어 있는 곳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결코 아베나 케빈이 말하는 '국가를 위해서 죽은 자'들이 아니다. 일본의 우익들이 여전히 천황의 야스쿠니참배 부활을 기도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셋째로, 알링턴에는 아무리 국가를 위해 공헌했다고 하더라도 군법회의에서 처벌을 받은 자나 국제 법정에서 전범으로 지목된 자는 기본적으로 배제된다. 따라서 알링턴에는 미국대통령이 매년 수 차례 헌화해도 내외의 비판을 불러일으키는 일이 없으며, 미국을 공식 방문한 각국 원수들도 알링턴의 '무명전사의 묘'에 참배한다. 그러나 야스쿠니에는 도쿄재판을 비롯한 국제군사법정에서 처벌을 받은 전범들이 합사되어 있다. 1967년 10월까지 4차례에 걸쳐서 984명의 'BC급 전범'이 합사되었으며, 1978년 14명의 'A급 전범'이 합사되어 지금까지 논란의 쟁점이 되어 오고 있다. 따라서 일본의 총리가 참배할 때마다 내외의 논란을 불러 일으키며 외국의 원수가 일본을 방문해도 야스쿠니에 참배하지 않는다.

넷째로, 전쟁관과 역사인식의 차이점이다. 알링턴은 전쟁을 미화하는 시설이 아니며 더구나 노예제 유지를 둘러싼 찬반의 역사인식을 나타내는 곳도 아니다. 이에 비해 야스쿠니는 유슈칸(遊就館)으로 상징되는 바와 같이 노골적으로 전쟁을 미화하고 있다. 또한 야스쿠니신사는 스스로 근대사의 진실을 밝히고 전몰자를 영령으로 기리는 것을 중요한 역할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것은 곧 과거의 전쟁은 침략전쟁이 아닌 '자위전쟁'이며 'A급 전범'은 도쿄재판이라는 '승자에 의한 재판'에 의해 전쟁범죄인의 누명을 쓰게 되었다는 주장으로 이어져 내외로부터 일본 정치인들의 역사인식에는 문제가 있다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베는 특히 외부로부터의 비판을 회피하기 위해 케빈의 말을 빌려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한다고 해서 거기에 합사되어 있는 'A급 전범'까지 추도하는 것은 아니며, 'A급 전범'을 제외한 '나머지 영령'은 일본이라는 국가를 위해 죽은 자들이기 때문에 미국의 알링턴국립묘지와 마찬가지로 일본 지도자로서 참배하는 것은 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정당화하고 있지만 그 자체도 중요한 문제점을 간과하고 있다.

Q : 그렇다면 케빈과 아베, 두 사람 모두 역사인식에 어떤 문제가 있는가? 아울러, 외국 지도자들이 야스쿠니에 참배하면 어떻게 되는가?

케빈도 아베도 'A급 전범'을 제외한 '나머지 영령'들이 '국가를 위해서 죽은 자'이기 때문에 참배가 당연하다고 주장하지만, 그들이 전쟁터에서 자행한 잔학행위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있다. 야스쿠니신사에는 240만 여명의 영령이 합사되어 있으며 'A급 전범'은 이들 가운데 0.01%에도 지나지 않는다. 아베와 케빈은 그 외의 2백 수십만 명의 '나머지 '영령' 가운데 근대일본의 침략 전쟁에 동원되어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곳곳에서 포로 학대, 양민 학살 등의 잔학행위를 자행한 자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그로 인한 피해자들의 트라우마가 여전히 치유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전적으로 무시하고 있다.

이러한 차이점을 무시하고 알링턴과 야스쿠니를 동일시하는 것은 침략의 역사를 부정하고 정당화하려는 역사인식과 무지가 결합된 결과이다. 아베가 인터뷰에서 야스쿠니와 알링턴을 동일시하고, 동시에 알링턴의 무명전사 묘에 헌화한 자신의 행위를 '국제 사회의 기본적인 의례 행위'라고 말한 의도는 명백하다. 만약 미국의 대통령이 아베의 언행에 대한 응답으로 야스쿠니에 참배하고 헌화한다면 아베를 비롯한 일본 우익들의 숙원이 성취되는 셈이다.

Q : 미국 고위관리들은 왜 야스쿠니 참배를 거부했는가?

미국은 일본의 의도를 모를 리 없고 야스쿠니신사가 동아시아에서 내셔널리즘의 충돌을 부채질하는 쟁점이 되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런 점에서 지난 10월 3일 일본을 방문한 미국의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이 '의도적으로' 치도리가후치(千鳥ケ淵) 전몰자묘원에 헌화한 것은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의 정부 고위관리가 치도리가후치 전몰자묘원은 알링턴국립묘지와 '가장 가까운 존재'라고 발언한 것은 한국과 중국의 시선을 염두에 둔 가운에 아베의 발언에 대하여 "야스쿠니와 알링턴을 같은 부류로 취급하지 말라"는 의미를 담은 강한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이 발언은 또한 대미 추종 일변도의 아베정권에게는 매우 굴욕적인 응답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