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역사재단은 2013년 11월 7일 밀레니엄 서울 힐튼 호텔에서 상하이 사회과학원(SASS)과 "한중 공공외교와 동아시아 지역협력"을 주제 로 제1회 국제학술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한중 인문교류를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열렸던 이 행사에는 SASS 국제관계연구소의 류밍 소장이 중국측 대표로 참석했다. 재단의 차재복 연구위원이 한반도 문제에 정통한 류 소장과 심층좌담을 가졌다. -편집자주 1) 류밍 교수는 중국 상하이 사회과학원 국제관계연구소의 상무 부소장(中國 上海 社會科學院 國際關係硏究所 常務 副所長)이라는 공식직함을 갖고 있다. 그러나 상무 부소장이 단 한 명이고 소장이 없는 가운데 실질적으로는 소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본 좌담에서는 류밍 교수를 '소장'으로 부르기로 했다. _ 편집자 주
류밍(劉鳴) 중국 상하이 사회과학원 국제관계연구소의 상무 부소장1)
1958년생. 1998년 푸단 대학 세계경제연구소에서 정치학 전공으로 철 학박사학위 취득. 미국 콜럼비아 대학(1993년), 서울대학(1996년), 미국 스탠퍼드 대학(2000년)에서 각각 방문학자로 활동. 그의 가장 최신 출 간물로는 『한 발짝 후퇴? 2025년 동북아시아를 위한 이상적 안보 상 태 재평가』(One Step Back? Reassessing an Ideal Security State for Northeast Asia 2025, The Maureen and Mike Mansfield Foundation, 2011)에 쓴 논문 『동북 아시아에서 근본적 변화의 시대를 맞은 동북아 지 역 정책 조율』(Northeast Asian Regional Policy Coordination in an Era of Fundamental Change in North Korea)과 『이행기에 있는 북한 : 정 치, 경제, 그리고 사회』(North Korea in Transition : Politics, Economy, and Society, Rowman & Littlefield, 2012)에 쓴 논문 『평양의 중국정책에 서 드러나는 변화 및 계속성』(Changes and Continuities in Pyongyang's China Policy) 등이 있다.
차재복(車在福) 재단 정책기획실 연구위원 고려대학교 국제관계 석사
중국사회과학원 세계사연구소 역사학 박사 (중국외교 및 중일관계사 전공), 『1992~2012 한중관계 어디까지 왔나』 (공저) 등.
차재복 6자회담의 참여국인 한국, 중국, 일본, 북한, 러시아, 미국에서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선지 1년이 지나갑니다. 소장님은 현재 '한반도(북핵문제)를 둘러싼 주요 대국관계(大國關係) 2) 에 대해 어떻게 진단하십니까
류밍 한반도의 안정과 발전은 주로 한반도 비핵화의 실현 여부에 달려있습니다. 중국은 북한에 일정한 영향력을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북한이 중국의 말을 다 듣는 것은 아닙니다. 북한은 핵보유를 핵심적인 전략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에 비핵화가 실현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중국은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를 중미관계 수립의 중요 계기로 보고 있기 때문에 북한과의 관계를 활용하려 합니다. 중국은 6자회담을 재개시켜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려 합니다. 그러나 만약 북한이 극구 협력을 거절하고 핵실험을 계속 진행할 경우 중국은 미국·한국 등과 함께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를 강화할 것입니다. 현재 미국과 한국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조건을 내걸고 북한에 대해 비핵화 성의를 행동으로 보여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이런 요구를 거절한다면, 6자회담 재개는 어려워지고 북한은 계속 핵무기 개발에 주력할 것입니다. 이런 상황은 북한의 지속적인 핵무기 발전을 억제하려는 관련국들의 단기목표 달성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입니다.
고조되는 동아시아 지역의 민족주의 억제해야
차재복 2010년부터 중·일간 역사 갈등이 영토 분쟁으로 점화되면서 동아시아에서는 민족주의가 최고조에 이르렀고 역내 갈등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진단하며, 향후 이 사태를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류밍 최근 중국의 전반적 국력이 성장한 것에 대해 일본에서는 중국에 대한 불안과 초조심리가 증폭되는 듯합니다. 2012년 9월 일본정부의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국유화는 바로 이런 심리를 보여주었습니다. 지금 일본 국내의 우경화 현상은 점점 심해지고 있으며, 평화헌법 개정과 집단적 자위권 확보 노력은 일본이 '정상국가'로 가려는 중간과정입니다. 중국 국민들은 자국 정부가 오랫동안 외국에 의한 국가이익, 주권 및 존엄이 침해당한 것에 대해 저자세를 취해온 데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중국 국민들은 지금 일본이 댜오위다오의 영유권분쟁을 인정하지 않고 양보하지 않는 자세에 대해 매우 분노하고 있습니다. 동북아의 평화·발전과 번영의 관점에서 중·일 양국 지도자는 갈수록 고조되는 민족주의를 억제 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아울러 상대방에 대한 양국 언론의 공격적 보도는 피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물론, 미국도 배후에서 일본을 비호하는 입장과 군사행동을 지양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일본은 중국과의 대립각을 점점 높일 것이며, 대화를 통한 평화적 문제 해결의 방향으로 돌아서지 않을 것입니다.
차재복 근래 중국에서는 '공공외교'에 대한 연구열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의 동아시아 정세를 감안하면 일국의 공공외교도 중요하지만 '동아시아 지역협력'을 위한 역내 공공외교를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한중 양국의 싱크탱크는 역내 공공외교 강화를 위해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까
류밍 양국의 싱크탱크는 양국에서 현재 추진하고 있는 '인문교류' 활동에 적극 참여하여야 합니다. 두 나라의 중요한 싱크탱크로서 우리는 먼저 상대국가와 관련된 문제를 연구함에 있어서 객관적·이성적으로 문제를 분석하고, 의견을 제시하고, 여론과 국민을 적극적으로 인도하여, 중한(中韓) 관계와 상대국 정책에 대해 이성적인 인식을 갖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와 같은 싱크탱크는 정부에 대해 양측의 인적교류, 상대국에 대한 신뢰, 위기관리를 위한 건의를 적극적으로 이행하여야 합니다. 특히 북한문제에서 양측의 정부관리 및 국민의 이해와 포용을 이끌어 냄으로써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비핵화 및 통일을 위한 건설적인 구상을 제공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각자의 장점을 살려 학술 회의 개최, 연구 프로젝트 수행, 상호방문 등의 형식으로 영향력 있는 학자들을 우리의 학술교류에 참여시키는 등 우리의 교류 성과를 양국 사회에 널리 알려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 대한 견해
차재복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Eurasia Initiative)"를 언급한 바 있습니다. 한국의 일부 학자는 이를 두고 한국이 당면한 외교와 경제를 아우를 수 있는 전략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중국학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류밍 네, 2013년 10월 18일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라는 새로운 전략구상을 내놓았습니다. 기존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정책과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의 외교안보전략의 기초 위에서 박대통령은 또 유라시아를 통일경제권으로 발전시키자는 경제전략을 제시하였습니다. 이런 구상은 이론적으로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구상은 한반도문제, 한국의 경제발전, 중일한러 지역경제협력, 미래의 에너지협력 등 문제해결을 유기적으로 결합시켰습니다. 특히 이 제안은 한국의 중추적인 작용과 중등대국(中等大國, '중견국'을 의미하는 듯함) 으로서의 지위를 부각시켰습니다. 물론 이런 구상을 실현시키기 에는 아직 많은 문제점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초광역 철도 실 크로드 익스프레스(SRX)가 한국과 북한을 연결할 가능성은 거 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현재로서 상하이에서 우루무치, 카자흐 스탄, 러시아, 핀란드, 스웨덴을 거쳐 노르웨이와 북미대서양 연 안의 캐나다 핼리팩스(Halifax)항까지 연결하는 '신(新)실크로드 프로젝트'가 더 실현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라시아 에너지 네트 워크의 경우, 각국이 에너지 자원에서의 이익차이와 이미 투입 된 배관설치 비용으로 인해 관련국들은 먼저 자국의 이익부터 고려할 것입니다. 한중일 자유무역협정이 정치적인 요소로 인 해 지지부진한 상태입니다. RCEP(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와 TPP(Trans-Pacific Partnership agreement, 환태평양경제 동반자협정)등 이 지역 내외의 무역협정은 최종적으로 서로 연 결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려면 두 경제체가 모두 내부의 협상을 마쳐야 됩니다.
차재복 한중 양국사이에는 군사·안보 분야에서 여전히 잠재적 갈등 이 있습니다. 미래 한중 관계의 지향점은 어떻게 설정하면 좋을까요?
류밍 향후 양국관계는 경제협력 방면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중한 양국은 동북아에서 제일 큰 경제 활력을 가진 나라입니다. 지역발전 규모로 보나, 양국의 경제구조와 특징으로 보나, 양국 의 경제협력 강화는 백익무해(百益無害)한 것입니다. 먼저, 한 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야 합니다. 한중 FTA의 체결은 양국의 비교우위를 충분히 이용할 수 있고, 무역을 통해 양국 의 국민경제를 개선할 수 있습니다. 한중 FTA 체결 이후 중국 은 한국의 기술과 자금을 더 많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 더 중요 한 것은 한중 FTA를 체결함으로써 무역장벽을 낮추고, 무역마 찰을 줄이고, 한중간 무역적자를 완화할 수 있습니다. 또한 중 국은 풍부한 노동력과 거대한 시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한 국으로서는 한중 FTA를 통해 중국의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거대 한 시장, 저렴한 노동력을 이용해 생산과 시장에서 규모의 효과 를 노릴 수 있습니다. 양국간 협력 이외에 동아시아각국의 경제 협력을 촉진하고 동아시아 지역에 걸맞는 경제협력제도를 수립 하는 것은 한중 미래 협력의 또 다른 중요한 방향입니다. 두 번 째로, 양국은 지역안보협력을 맺어야 합니다. 한중 양국의 동북 아 안보체제 구축은 매우 중요한 의의를 지닙니다. 양국의 고위 층 교류가 활성화되는 것에 맞추어 동북아의 중요한 국가인 두 나라가 안보에서 협력을 맺는 것은 동북아시아의 안정을 이루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차재복 두 나라가 향후 어떤 영역에서 협력을 실현해 나갈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얘기해 주십시오.
류밍 양국은 향후 몇 가지 영역에서 서로 협력할 수 있습니 다. 첫째, 동북아의 최고 이슈는 여전히 한반도의 비핵화인데, 한중 양국 모두 여기에 공동이익을 갖고 있습니다. 북핵문제 해 결을 위한 6자회담이 여러 차례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핵무기실험을 포기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핵무기를 보유하고 세 차례의 핵실험을 강행하였으며 네 번째 핵실험을 진행할 가 능성이 존재합니다. 중국의 입장은 북한의 핵실험을 단호히 반 대하며 대화를 통해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하 는 것입니다. 이러한 중국의 입장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반대 하고 대화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기를 원하는 한국의 입장과 비슷합니다. 때문에 양국은 손을 맞잡고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만한 견실한 기반을 갖고 있습 니다. 양국은 협력을 통해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추진해야 합니다. 둘째, 한반도의 통일문제는 향후에도 양국의 협력이 필 요한 분야입니다. 정서적으로 볼 때, 양국은 모두 냉전의 피해자 이며, 중국 역시 타이완 문제로 늘 외부 세력의 견제를 받습니다. 때문에 중국인들은 한반도의 분단이 국민들에게 가져다준 상처를 잘 이해합니다. 이익면에서 볼 때, 한반도의 통일은 한중 양국의 이익과 긴밀히 연관됩니다. 아울러 한반도의 번영과 안정은 한중 양국에게는 최대이익에 부합합니다. 중국은 남북한이 대화, 협력, 협상을 통해 통일을 이루기를 바랍니다. 이런 통일을 이루기 위해 남북한은 먼저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해야 하며 정상적인 협력체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안보를 책임지는 역할을 수행할 것입니다.
상하이사회과학원은 중국 최대의 지방사회과학원
차재복 상하이사회과학원(SASS)은 어떠한 연구기관입니까? 아울러 소장직을 맡고 있는 SASS 산하 국제관계연구소, 그리고 연구소내 북한·한국연구중심의 주요연구 분야와 향후 계획, 비전 등에 관해 말씀해 주십시오.
류밍 상하이사회과학원은 그 전신인 중국과학원 경제연구소와 역사연구소가 합쳐져 1958년 현재의 상하이사회과학원으로 확대 출범한 것입니다. 상하이사회과학원은 중국 최대의 지방사회과학원이자 상하이에서 유일한 인문·사회·과학 종합연구기관이며, 상하이의 철학·사회·과학 분야 국제 학술교류의 중요기지입니다. 현재 17개 연구소와 700여명의 연구인력, 그리고 600여명의 대학원생이 있습니다. 또한 상하이사회과학원내 국제관계연구소는 2012년 2월 새로 설립된 연구소로서 그 전신은 아시아태평양연구소와 유라시아연구소입니다. 현재 제가 소장으로 일하는 이 연구소에는 30명의 연구원과 국제관계 이론연구실, 국제안전 연구실, 지역협력 연구실, 대국전략 연구실, 중국외교 연구실, 국제문화 연구실 등 6개의 연구실이 있습니다. 연구소는 학술지 『국제관계연구』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북한·한국연구중심'의 주요업무는 한국의 여러 연구기관 및 대학과 학술교류를 강화하고, 공동으로 회의하고, 정기적으로 상호간 방문하려는 것입니다. 연구영역은 주로 북한 핵문제, 남북한 관계, 한반도 평화메카니즘, 북한 내부 경제정책과 지도자의 사상, 북미 관계, 북중 관계, 남북한 전략파트너 관계 등입니다.
차재복 소장님은 오랫동안 한국의 여러 기관들과 교류하셨기 때문에 한국의 학계 및 관계와도 두터운 인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 학계와의 인연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류밍 저는 1996~1997년 국제교류재단(KF)의 방문학자 지원프로그램으로 처음 한국을 방문하였습니다. 당시 형식적으로는 서울대 동양사학과에 이름을 걸어 놓았습니다. 이 기간에 많은 한국학자들과 교분을 쌓았습니다. 서울대 동양사학과의 민두기 교수, 대통령 21세기 자문위원회 위원장 겸 고려대학교 국제문제연구원장인 한승주 교수 등 한국의 여러 학자 및 관리들과 친분을 맺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했습니다. 1997년 3월 일시 귀국한 후 한국국제정치학회와 국제문제조사연구소의 초청으로 그해 6월 처음으로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 참석하였습니다. 그로부터 올해까지 16년 동안 한국을 모두 30여 차례 방문하였습니다.
차재복 이번에 동북아역사재단과 상하이사회과학원 사이의 첫 학술교류에 대한 소감은 어떠합니까
류밍 이번 회의는 주로 양측 학술기관 내부의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교류를 진행하였습니다. 양측 학자들은 지역 역사, 문화, 정치 등 영역에서 연구를 했고, 발표된 논문들은 각각 독특한 시각과 장점을 갖고 있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심혈을 기울여 발표문을 작성하였고 양측 학술기관의 객관적인 학술실력을 반영하였다고 생각됩니다. 전반적으로 회의 주최측의 기획 및 운영능력이 잘 드러난 학술회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