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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동북아 공동역사교재 발간의 필요성과 과제
  • 김정현 재단 정책기획실 연구위원
민간 차원에서 제작한
한일 공동교과서의 사례

동아시아의 역사인식과 영토 갈등, 식민과 냉전유산 극복이라는 당면과제 속에서, 한중일 3국의 역사학자와 시민단체는 자발적인 역사대화를 통해 『미래를 여는 역사』 등 공동역사부교재를 발간해 왔다. 정부채널의 한일·중일간 역사공동연구위원회 보 고서도 나와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11월 14일 동북아 공동역사교과서 발 간을 제안한 것은 3국 정상으로 처음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중국 외교부는 이를 지지하여 "일본이 관련 문제에서 진실하고 성실한 태도를 취하기 바란다"고 언 급했고, 왕언거(王恩哥) 북경대총장도 "아시아의 대학들이 나서서 공동 집필을 검토 해야 한다"고 하였다(조선일보, 12.7). 일본정부도 당초 부정적 반응에서 하루 만에 환영으로 입장을 선회하여, 공동역사교과서가 평화로운 동아시아공동체 수립에 기 여하는 중요 사안임을 인정하였다.

동북아 공동역사교과서 발간은 '역사사실에 대한 공동 확인'을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한중일간 2천년 이상의 교류와 소통의 역사사실을 제대로 알아야 상대국의 역 사에 공감할 수 있고, 공감이 되면 인식이 바뀌고, 인식이 바뀌어야 공동역사교재 서술이라는 실천적 행동이 가능할 것이다. 먼저 역사사실의 확인차원에서, 역사교과 서를 중심으로 중국의 한국사 서술의 실제를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중국의 한국사 서술의 실제

최근 중국역사교과서 편찬의 기본방향은 중국의 전통과 중화민족을 강조하면서 중 국의 제도와 문화가 주변국가에 영향을 주었음을 강조한다. 예컨대, 인민교육출판사 의 『역사』와 『중국역사』(7~8학년, 2009) 등 교과서는 '고조선' 항목을 없애버리고 기 자조선을 한국사 최초의 국가로 서술하며, 한 무제(漢 武帝, B.C. 141~B.C. 88) 시기의 강역을 한반도 중부까지 표시하여, 압록강 일대에 존재 한 고구려를 무시하였다. 수양제의 고구려 원정실패 내용 이 2009년 삭제되었고, 당대 장안에서 고구려 음악이 유 행했다는 서술도 2001년판 이후 삭제되었다. 신라의 모든 제도가당의것을모방한것처럼,당에설치한신라방등 을 마치 당이 설치한 것처럼 서술하였다. 발해를 당나라의 지방정권이라고 규정하고 2009년 대조영을 삭제하였다. 명 대 대외관계에서 이순신과 임진왜란 서술은 극히 부분적 인데, 이는 중국교과서에 한국사 기술이 줄어드는 추세가 반영된 것이다. 조선을 '이씨조선'으로 중국의 '번속국'으로 서술한 것은 부적절한 표현이다. 임진왜란에서 청일전쟁 (淸日戰爭)과 '항미원조전쟁(抗美援朝戰爭)'까지 중국의 출 병논리를 조선(북한)의 출병요청에 의해 조선이 처한 어려 움을 도와주었다는 서술, 항일운동기 만주에서 활동한 독 립군의 활동이 제외되고 김일성의 활동이 부각된 것 등은 한국의 서술과 다르다. 중일전쟁은 남경대학살, 731부대 등 중국에서 일어난 문제에 국한하여 서술하고 일본군 '위 안부' 등 전쟁동원 및 피해는 서술하지 않고 있다.

년 1월 31일 발표된 「중일역사공동연구보고서」 역시 한국사 서술에 오류가 적지 않다. 백촌강전투·임진왜란· 청일전쟁·러일전쟁은 한국이 관련된 사건임에도 중국과 일본 양국만의 문제로 서술하는 등 한국을 소외시키고, 중일양국의 관계만을 강조한 서술이 다수이다. 중국이 일 본의 침략에 대한 항일운동을 서술하면서 한국사 관련 역 사사실을 누락하는 점은 객관적인 동아시아관계 이해에 어려움을줄우려가있다.특히중국이고대한반도에대 한 일본의 영향력을 역사적 사실에 비해 우월하게 서술함 으로써,일본과같은시각을드러낸것은큰문제이다.이 보고서는 나를 중심으로 상대방과의 관계를 서술하여, 상 대방의 내적상황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자기중심적인 역 사해석을 하거나, 생략하였다. 중화민족사관과 식민사관에 의한한국사인식을극복할수있는대안의하나가'지역 으로서 동아시아' 서술이며, 이것이 동북아 공동역사교과 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동북아 공동역사교재 발간을 위하여

중국 인민교육출판사는 우리의 수정요청을 반영하여, 2009년 판 『세계역사』에서 잘못된 태조 이성계의 사진을 바꾸었고, 한성(漢城)을 '서울'로 표기하였다. 동북아 공동역사교과서 발간은 이러한 사실 확인에서 출발하며, 궁극 적으로 공동의 역사인식과 서술이라는 '공동체적 집단기억' 을 만드는 작업이다. 여기에는 활용해야 할 자산과 해결해 야 할 과제가 있다. 먼저 민간차원 공동교재발간의 노력과 유네스코의 국제교과서 추진 경험과, 장기 지속적으로 이 루어져 온 독일과 프랑스, 독일과 폴란드 등 유럽의 국제 교과서대화의 역사를 참고해야 한다. 독·불 공동역사교과 서는 1935년 시작되어 2008년 간행되었고, 독·폴 공동역 사교과서는 1972년 시작되어 2015∼18년 간행될 예정이 다. 동아시아에서는 과거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의 우익 때 문에 더 많은 난관이 예상되며, 더욱 장기에 걸친 지속적 연구가 필요하다. 한국이 2012년 '동아시아사'를 고등학교 교과목으로 신설하고, 화해와 협력의 관점에서 서술한 교 과서는 식민사관과 중국의 중화민족사관을 극복하는 대안 이자, 동북아 공동역사교과서 발간을 위한 예인선으로 활 용되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동북아 공동역사교과서 발간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의 제도적 장치와 다양한 학술활동을 통한 합의 과정, 집필기준 등이 필요하다. 예컨대 각국의 정권이 바뀌 어도 계속 안정적으로 공동연구와 교재편찬을 지원할 수 있는 기구와 기금 등이 필요하다. 학술적으로 동북아의 국 경을 넘은 협력의 역사를 더욱 연구하고 개발해야 한다. 역사에서 영토문제가 어떻게 해결되었는지 사례를 조사하 는 공동연구와 자료축적이 병행되어야 한다. 학술연구는 동아시아 역사에 관심을 가진 세계의 학자와 NGO등 시민 단체도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공동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집필방법으로는 합의된 내용만 서술할 것인지, 다른 주장 을병렬할것인지,다각적시각을서술할것인지등기준 을 정해야 할 것이다. 교과서와 더불어 청소년교육을 위한 영상물 등 다양한 공동부교재와 청소년교류, 역사유적 답 사 등 학생들이 스스로 느끼고 깨달을 수 있도록 하는 교 육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학계와 정치·언 론·문화계, 시민단체 등이 힘을 합쳐야 한다. 동북아 공동 역사교재 만들기는 한중일은 물론 타이완·북한·몽골·러 시아 등 주변국을 비롯,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중 요한 과제이다. 당면한 과거사 극복과 현재의 지역협력을 넘어, '운명공동체'로서 동북아의 미래평화 창조를 위해 인 내심을 갖고 추진해야 할 우리의 의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