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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에카르트 푹스 박사에게 공동 역사교과서 문제를 묻다 "재단의 『동아시아사 부교재』 출간은 한국을 유럽에 알리는 계기" "한국대통령의 '동북아 공동 역사교과서' 제안은 건설적 출발 될 것"
  • 진행·기록·정리 ┃ 김민규 홍보팀장

게오르그 에케르트 국제교과서 연구소의 부소장 에카르트 푹스 박사가 최근 한 달동안 재단의 초빙학자로 한국에 체류한 다음 귀국했다. 재단의 김민규 홍보팀장이 역사화해라는 큰 목적 아래 공동 역사교과서 제작 및 연구 등 사업을 전문적으로 하는 에케르트 연구소의 푹스 부소장을 만나 대화를 나누었다. _ 편집자 주

에카르트 푹스(Eckhardt Fuchs) 게오르그 에케르트 국제교과서 연구소 부소장

교과서 연구소 부소장/ 역사교육학ㆍ비교교육학 전공/ 브라운슈바이크 공과대학 교수
라이프치히대학 박사학위 논문 『역사와 실증주의 : 헨리 토마스 버클의 작품을 중심으로』

김민규 게오르그 에케르트 국제교과서 연구소(Georg-Eckert Institut fur Internationale Schulbuchforschung, 이하 에케르트 연구소로 약칭) 부소장이신데,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초빙학자 신분으로 우리 동북아역사재단을 방문해 연구하게 되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에케르트 연구소를 간단히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푹스 에케르트 연구소는 전 세계의 교과서와 관련해 특히, '역사 화해' 달성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아 연구하는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전 세계 교과서와 관련 자료 20만 여점을 소장하고 있으며,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끊임없이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독일을 비롯해 폴란드, 체코, 일본 등 전 세계 교과서 관련 연구자들이 다양한 형태의 학술 프로젝트와 교류 활동을 하고 있으며, 공동 연구 또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김민규 에케르트 연구소의 주된 임무 및 활동을 좀 더 구체적으로 소개한다면 어떤 것이 있습니까?

푹스 어떻게 일반 연구자들에게 유익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 연구소의 주요 임무입니다. 즉,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정보 인프라'를 구축한다든지, 교과서를 디지털화해 인터넷으로 제공하거나, 교과서와 관련된 참고자료나 참고문헌을 웹상에 띄워놓는 일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동북아역사재단에서도 줄곧 해오고 있듯이, 국제교과서와 관련된 '문제들(affairs)'을 풀기 위해 다양한 국제학술회의도 개최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종종 분쟁과 갈등을 겪고 있는 당사국들 사이에서 그 중재 역할을 맡기도 합니다. 『독일 프랑스 공동 역사교과서』를 만들어내는 데 일조를 한 것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2003년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당시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에 공동교과서 부교재를 소책자로 발간하는 데 에케르트 연구소가 코디네이터로서 큰 역할을 해냈습니다. 팔레스타인 측 NGO 단체가 먼저 우리에게 자문을 의뢰함으로써 이루어졌습니다.

김민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중재했다는 말씀인가요?

푹스 그렇습니다. 물론 정치적인 중재가 아니라, '공동교과서' 제작을 둘러싼 중재입니다. PRIME (Peace Research Institute in the Middle East)이라는 기구가 에케르트 연구소에 자문을 의뢰하면서 성사됐습니다. 연구소가 구체적인 회의일정과 내용 등을 주선했으므로 거의 모든 회의는 연구소가 위치한 브라운슈바이크에서 열렸습니다.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끝에 2006년에 그 결실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 후 그 교과서가 어떻게 채택되어 어떤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추진하려 했으나 불행히도 정치적·경제적 이유로 인해 중단되었습니다.

김민규 어떤 방식으로 전 세계의 교과서를 수집하고 있으며, 연구비는 어떻게 조성해 운영하고 있습니까?

에카르트 푹스(Eckhardt Fuchs)

푹스 교과서는 우선 독일 내의 각 교과서 출판사에서 무상으로 보내주고 있는 것이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으며, 협력기관들과의 서적교환 등을 통해 확보하기도 하고, 방문학자나 교과서 관련 프로젝트 연구자들이 기증을 해주기도 합니다. 또한 해외 출장 등을 통해 구입하기도 하며, 정부 인사들과 교류하면서 기증을 받기도 합니다. 연구비는 주로 연방정부와 주정부에서 기금을 마련해 주고 있으며 다른 (15개의) 주정부에서도 보조를 받아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김민규 에케르트 연구소의 미션 중 특히 지향하고자 하는 목표나 '철학'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는지요?

푹스 한 마디로 말해 기존의 관례적인(conventional) '시각'을 참신하게 바꾸는 것입니다. 역사학자들을 포함하는 모든 교과서 관련 학자들과 학교의 선생님들이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는 모든 사실과 해석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재점검·재검토의 과정을 거쳐 재분석하는 것입니다. 많은 시간과 자금이 소요되지만 그러한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교과서를 새로운 표현과 기술(記述)로 업그레이드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일국사적(一國史的)이거나 '건전치 않은 내셔널리즘'에 입각한 사관을 지양해 지역과 세계의 평화를 지향하는 역사관을 부단히 만들어나가는 것이 에케르트 연구소의 '철학'입니다.

김민규 에케르트 연구소가 앞으로 중점을 두어 진행하려고 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를 해주십시오.

푹스 여러 가지를 계획하고 있는데, 우선 진행하고 싶은 것은 '유럽'이 어떻게 형성되어 통합되었는가에 대한 연구입니다. 또한 통합 후의 문제점들과 그 극복 방법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그러한 것들을 교과서에서 어떻게 기술할 것인가에 대한 선행 연구로서 말입니다. 사실 이 프로젝트는 한·중·일 3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여러 나라들에게도 상당히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되기 때문입니다. 내가 아는 많은 한국, 일본, 중국인 학자들이 대부분 '동아시아 공동체'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EU가 성립되기 전에 수많은 이들이 EU 성립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었다는 것 또한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교과서 그 자체와 관련된 것인데, 교과서가 학교의 선생님과 학생 혹은 일반인들의 교양과 지식을 함양하는 '도구'로서 어떠한 방식으로 출판되고 채택되어 실제로 어떻게 활용되는지, 그 메커니즘을 밝혀내는 일입니다. 이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되겠지만, 실상은 그리 간단치 않은 일입니다. 교과서가 어떠한 고도의 특정한 역할을 할 수 있고 또 어떠한 식으로 변해야만 현재의 종교나 사상 그리고 정체(政體, polity)의 상위(相違)로 인한 갈등 심화를 극복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밖에 북아프리카 및 중동 지역에서 불고 있는 '아랍의 봄(Arab Spring)'이 교과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싶습니다. 또한 다소 생소한 개념일 수도 있는데 '메모리 프랙티스(Memory Practice)'라는 새로운 연구 분야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시간관계상 소상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간단히 말해 학교 수업시간에 사상(史像)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어떻게 '기억'되는가를 밝혀내는 작업입니다.

김민규 에케르트 연구소가 주축이 되어 2006년 7월에 발간한 『독일 프랑스 공동 역사교과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으면 합니다.

푹스 『독일 프랑스 공동 역사교과서』는 독일과 프랑스가 수십 년에 걸쳐 노력해온 화해와 협력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양국은 나폴레옹의 독일 침략에서 제2차 세계대전에 이르기까지 약 150년 동안 무려 네 차례의 전쟁을 치른 경험의 당사자로 앙숙 관계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전후 한동안 양국의 바람직하지 못한 관계가 심화·고착된 데는 자민족 중심의 편향되고 왜곡된 역사관과 역사교육이 한 몫을 하였습니다. 공동 역사교과서는 1963년의 엘리제조약(=독일 프랑스 우호조약) 40주년을 기리는 독일과 프랑스 청소년 의회의 요청이 발단이 되어 만들어지게 되었는데, 에케르트 연구소가 그 실무적 중심 역할을 했습니다. 2003년 1월 양국 고등학생 550여 명이 서로에 대한 이해를 구하기 위해 거의 동일한 내용으로 구성된 공동 역사교과서 편찬을 슈뢰더(G.Schroder) 독일 총리와 시라크(J. Chirac) 프랑스 대통령에게 요청한 것을 두 정상이 수락함으로써 편찬이 이루어지게 된 것입니다.

김민규 재단 홍보팀장

김민규 『독일 프랑스 공동 역사교과서』는 2008년 우리 재단의 지원 아래 한글로도 출간되었습니다. 공동 역사교과서가 지니는 진정한 의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푹스 사실 역사 해석에는 늘 차이가 있게 마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이 따랐음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양국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수많은 토론과 논의 과정을 거쳐 교과서가 완성되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물론 정부 당국자들과 출판사 그리고 저자들이 단계적으로 또 체계적인 스케줄에 맞춰 혼신의 협력을 했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해두고 싶은 것은 이 공동 교과서가 양국 정부에 의한 관찬 사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저자들은 프랑스와 독일에서 사용하고 있는 교과서를 대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충해주려는 목적에서 집필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공동 역사교과서는 교육현장의 절실한 '필요', 즉 교육적인 효과를 노렸다기보다는, 양국민의 화해라고 하는 정치적 '메타포'로서의 의미를 더 지니고 있습니다. 즉 상징적 의미로서의 상호 이해와 우호를 강조한다고나 할까. 아무튼 공동 역사교과서는 양국 정부의 공식 지원하에 나온 첫 사례로 그 의미는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것을 훨씬 뛰어넘는 것입니다.

김민규 실제로 현장에서는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요?

푹스 연도나 숫자가 확실한지는 자신이 없지만, 2006년도에 출간된 첫 번째 교과서는 이듬해에 약 4만 5000여 권 정도 판매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2011년에 마지막 제3권이 출간된 것으로 아는데, 한 2∼3년 정도 기간을 둔 후 종합적으로 관찰하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좀 재미있는 이야기이지만, 공동 역사교과서가 역사 수업시간 보다는 어학 수업시간을 통해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동일한 내용을 아주 훌륭하게 서로의 언어로 번역해 놓았기 때문입니다. 상대국의 언어를 익히면서 역사까지 알게 된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가 아니겠습니까.

김민규 귀 연구소와 우리 재단이 협조해 완성 단계에 있는 '동아시아사 부교재 (원제: Ostasien in Geschichte und Gegenwart)'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십시오.

푹스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연구소는 사실 전 세계 모든 교과서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역사 갈등 특히 '교과서 문제'는 우리에게도 큰 관심의 대상입니다. 독일의 고등학교에서 '동아시아사'를 어떻게 균형있게 가르쳐야 하는가라는 명제는 모든 역사교사의 고민거리 중 하나입니다. 그런 점에서 동북아 지역의 역사 갈등 현실을 감안하여 기존의 일국사(一國史)에 입각한 역사 서술을 극복하고 지역사적 관점에서 서술된 교재가 학교 현장에서 사용된다면 그것이 갖는 의미나 효과는 상당하리라 생각합니다.

김민규 사실 그 동안 유럽에서의 한국(사) 관련 교육에 상당한 애로가 있어왔다고 들었습니다.

푹스 그렇습니다. 유럽 내에서 동아시아에 대한 관심, 그 중에서도 일본과 특히 중국에 대한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라 할 만큼 증대되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눈부신 경제 발전과 정치의 민주화 그리고 한류 붐으로 관심의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교육에 사용할 만한 자료가 현저히 부족한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이번에 귀 재단의 도움으로 독일어로 된 '동아시아사 부교재'의 출간이 막바지에 이르게 된 것은 독일이나 유럽에 한국을 제대로 알리는 아주 좋은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의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아울러 이 자리를 통해 교재 제작과정 가운데 특히 한국(사) 관련 부분에 많은 조언을 해주신 재단 연구자 여러분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김민규 박사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역사 전쟁' 중에 있는 동아시아의 현 상황을 어떻게 타파해야 좋을지 조언을 구하고 싶습니다.

푹스 작년 11월 중순쯤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한국의 박근혜대통령께서 '동북아 공동 역사교과서'를 발간하자는 제의를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견해지만, 동(북)아시아 역사 화해에 아주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제안이라고 확신합니다. 이 제안은 박근혜 대통령의 개인적인 의견을 제시한 것은 분명 아닐 것이며, 그렇다고 한일 양국의 경색 국면을 타파하기 위한 '레토릭'은 더 더욱 아닐 것입니다. 이 제안은 대통령께서 비전을 제시하고 어떤 확고한 어젠다를 가지고 작심한 발언이 아닌가 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놀란 것은 중국과 일본의 반응은 그렇다치고 한국 내에서의 반응이 상당히 회의적이라는 점입니다. 유럽 학자 특히, 교과서와 역사 화해를 주 전문 분야로 하고 있고 실제로 공동 역사교과서 제작에 깊숙이 관여한 바가 있는 저로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제안은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동북아역사재단이 그 제안을 받아 실천 가능한 추진계획 등을 우선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떻겠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