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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아베 정부의 보수화 행보와 한국의 대응
  • 박영준 국방대학교 안보대학원 교수

1930년대 일본이 만주사변을 일으키고 국제연맹에서 이탈하면서 당대 국제사회의 '불량국가'로 등장했을 때 저명한 중국의 문필가였던 후즈(胡適)는 일본 언론에 기고한 글을 통해 다음과 같이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과거 60년의 일본은 대단히 훌륭했다. 그러나 근년 일본의 민주헌정은 무인(武人)전횡으로 바뀌었고, 일본인의 미덕이었던 규율은 붕괴되었고, 일본은 무서운 국가가 되면서, 세계에 벗을 잃고 고립되고 있다. (胡適「日本国民に 訴ふ」『日本評論』, 1935년 11월)

그런데 80여년전 군국주의로 후퇴하던 일본에 대해 후즈가 발신한 경고가, 2012년 아베 정권 등장 이래 주변국의 지식인들과 정치가들에 의해 재연되고 있다. 중국 외교학원의 조우 용셩(Zhou Yongsheng) 교수는 아베 정부가 설치한 국가안보회의가 1930년대 군국주의적 정책을 결정했던 5상회의와 유사하고, 최근 일본에서 성립된 비밀정보보호법은 군국주의 시대에 제정되었던 군사기밀보호법과 비슷하다고 지적하면서, 아베수상이 파시스트적 열망을 갖고 있다고 비판하였다.1) 중국의 왕이(王毅) 외교부장도 일본의 지도자들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등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 하며, 국가를 위험한 길로 이끌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Wang Yi, "China's development makes for better world", Global Times, January 12, 2014).

심지어 일본의 유일한 동맹국인 미국의 조야에서도 아베 정부의 역사인식 및 안보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캐롤라인 케네디 주일 미 대사와 미국 국무부는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반대의 의사를 명확하게 밝힌 바 있다. 뉴욕타임스도 연일 사설을 통해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뿐만 아니라, 아베 정부가 추진하는 무기수출 3원칙의 완화도 비판하면서, 지역내 안정을 위해서는 일본이 오히려 무기수출을 통제하고 군비통제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하였다.2)

아베 총리 자신 및 그 브레인들은 자신들의 정책들에 대한 내외의 비판을 반박하고 있다. 아베의 외교안보정책 브레인의 한사람인 기타오카 신이치(北岡伸一) 전 동경대 교수는 전전의 일본과 현재의 일본은 구조적으로 다르며, 오히려 현재의 중국이 군부가 정책결정을 주도하고, 대외적으로 국제법을 무시하고 팽창적인 정책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지역질서의 안정을 해치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北岡伸一, 「安全保障議論、戦前と現代、同一視は 不毛」『読売新聞』 2013. 9. 22).

아베 정부의 역사인식 및 외교안보정책을 둘러싼 이 같은 논란은 지리적으로 일본과 가장 가까운 지역에 있을 뿐 아니라 지난 수천 년간 애증이 교차하는 복잡한 역사관계를 맺어온 한국에 중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과연 일본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1965년 이래 지속되어온 일본과의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아베 일본은 한국에 대해서는 일견 모순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일본은 2013년 12월에 최초로 책정한 국가안보전략서를 통해 자신들이 직면한 지역내 최대의 안보위협을 북한의 군사적 위협 및 중국의 해공군력 증강이라고 적시하였다. 그러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일환으로 한국을 호주 및 인도, 아세안 국가들과 더불어 지역안보협력을 추진해야 할 중요한 파트너 국가로 규정하고 있다. 국가안보전략서와 같이 개정된 방위계획대강에서는 심지어 2012년에 무산되었던 한국과의 정보보호협정 및 상호군수지원협정도 재추진하여야 한다고 명기하고 있다.

그러나 여타의 분야에 있어 현재의 일본은 한국의 국가이익 및 국민정서에 반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베 총리는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불법성에 대해 사죄를 표명한 1993년의 고노 담화나, 아시아 지역에 대한 침략에 대해 사과를 표명한 1995년의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여러 차례 시사하였다. 아베 총리는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미국의 알링턴 국립묘지와 비교하면서, 자신의 참배를 정당화하려고도 하였다. 또한 아베 총리는 영토 및 주권 관련 내외 발신에 관한 전문가 간담회를 조직하여, 이들로 하여금 독도(다케시마) 및 센가쿠(댜오위다오)와 관련된 일본의 영유권 주장을 국내외적으로 강하게 발신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하였다.

외교안보정책의 측면에서도 아베 정부는 한국의 대외전략 방향과 충돌할 수 있는 어젠다를 추구하고 있다. 아베 정부가 헌법 개정을 통해 자위대에 '국방군'의 헌법적 법인격을 부여하고, 집단적 자위권 용인을 통해 대외 안보활동 참가를 확대하려는 것은 일본 국내정치의 문제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일본이 국가안보전략서 및 방위계획대강을 통해 중국을 잠재적인 위협으로 인식하고, 중국의 군사력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해병대 창설을 추진하는 등 자위대의 군사력 증강을 도모하는 것은, 역내 안보질서에 불안감을 안길 뿐만 아니라, 중국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추진하는 한국의 대외전략과도 어긋날 가능성을 갖는다.

이러한 아베 일본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인식하고 대응해야 할 것인가? 우선 아베 총리가 역사 및 영토 이슈에 관해 우경적인 입장을 갖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다원화된 일본 사회나 미일동맹 등의 국제관계 구조를 볼 때, 일본이 과거의 군국주의로 회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냉철한 대일 인식을 바탕으로 우리는 한반도 및 동북아 지역에 보다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질서를 구축해야 한다는 분명한 목표의식을 갖고, 일본이 그 목표에 동참할 수 있는 국가로 공헌할 수 있도록 전략적이고 다층적인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우리는 아베 정부의 왜곡된 역사관을 시정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일본 청년층과 시민사회에 대한 다각적 접촉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양국간 성숙된 시민사회와 학교 간의 접촉 확대, 지자체간 교류 강화를 통한 풀뿌리 레벨의 접촉 확대 등이 일본 정치가들의 그릇된 역사인식을 시정할 수 있는 방편의 하나가 될 것이다.

외교적인 측면에서는 중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 다자간 안보협의를 우리가 적극 주도해야 한다. 이미 설치된 한중일 협력사무국을 통한 역내 국가들 간의 다각적 협력을 추진하여, 이를 통해 일본과 중국의 대립 가능성을 완화하고, 보다 안정적인 지역질서가 창출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미 실시되고 있는 캠퍼스 아시아 사업의 확대, 그리고 우리 대통령이 제안한 한중일 공동역사교과서 발간의 추진 등은 역내 갈등과 대립을 완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1930년대 후즈(胡適)와 같은 동아시아 식자들은 결국 일본의 군국주의화를 막지 못했다. 그러나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그동안 축적된 외교와 문화역량을 발휘하여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이 서로 신뢰하고 협력하는 질서를 만들어 가야할 과제를 갖고 있다.

 

1) "Attempt by Japan to return to militarist past face tough new geopolitics" Global Times, December 11, 2013.
2) "Editorial: Risky Nationalism in Japan" International New York Times, December 27, 2013. "Editorial: A Troubling Move on Arms Exports" International New York Times, December 27,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