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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외로운 섬 독도에서 찾은아름다운 빛과 색
  • 인터뷰 · 진행 ┃ 홍성근 독도연구소 소장

김중만 사진작가는 2012년 8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동북아역사재단, 해양경찰청, 울릉군의 협조로 독도의 사계를 사진으로 기록했다. 그리고 올해 7월 29일부터 8월 1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본관에서 '대한민국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1-96' 사진전을 열었다. 2주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1만여 명에 육박하는 시민들이 다녀갔다. 홍성근 독도연구소 소장이 김중만 사진작가를 만나 독도 사진 촬영과 전시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_편집자 주

김중만 사진작가

강원도에서 태어났다. 프랑스 국립응용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수료했고 1975년 프랑스 니스 '쟝 피에르 소아르니'에서 개인전을 열면서 사진작가로 데뷔했다. 곧이어 1976년 '프랑스 오늘의 사진작가 80명'에 선정되었고, 1977년에는 프랑스 ARLES 국제사진페스티벌 '젊은 작가상'을 수상했다. 한국에서는 제1회 한국패션 100년 어워즈 포토 부문상(2011), 제5회 마크 오브 리스펙트상(2010)을 수상하였다. 한국을 대표하는 사진작가로서 최근에는 한국의 아름다움을 담은 작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Q 홍성근 지난 8월 11일 서울에서 독도 사진전이 끝났다. 소감은?

김중만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좋은 시기에 아주 좋은 공간에서 전시회를 할 수 있어서 만족한다. 물론 시간적으로는 조금 부족함도 있었지만 반응이 생각보다 좋았고, 국민들과 한 약속은 어느 정도 지킨 것 같다. 이번 전시회 후 50곳 정도에서 독도 전시회를 하자는 요청이 왔다. 많은 사람들이 독도에 관심이 크다는 것을 실감하는 시간이었다.

Q 홍성근 사진을 찍기 위해 2012년 8월 독도를 처음 찾았을 때 느낌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김중만 독도를 처음 방문한 것은 2011년 10월이다. 한국문화협회 문화인들과 함께 1시간 정도 독도 선착장에서 사진을 찍었다. 물론 긴 시간 본격적으로 독도 사진을 찍은 것은 2012년 8월부터 동북아역사재단과 함께한 작업이다. 2011년 독도를 처음 봤을 때는 독도가 조금 멀게 느껴졌다. 본격적으로 작업을 하기로 맘을 먹고 2012년에 방문했을 때도 독도는 여전히 멀었고, 외로운 곳에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여건이나 마음가짐도 사실 여유롭지는 못했다. 생각보다 크지 않은 자그마한 섬인데, 어떻게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을 지 걱정이 들었다.

Q 홍성근 독도 사진을 찍기 전에 어느 정도 구상을 하고 사진을 찍었는지 아니면 독도를 보고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찍은 것인지?

김중만 두 가지 모두 해당한다. 독도에 관한 보편적인 느낌을 구성해보자는 생각과, 내가 독도에 발을 딛으면서 느낀 그대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모두 했다. 작가로서 이기적인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번 작업은 가장 순수한 영역이라고 여겼기 때문에 절제를 많이 했다. 예를 들어, 어떻게 독도를 보여주느냐를 고민하면서 완전히 나만의 해석으로 독도를 보여주는 것이 좋을지, 내 해석을 조금 덜어내고 설명적인 사진을 찍을지 고민이 많았는데 이번 작업에서는 후자에 더 무게를 실었다. 왜냐하면 작가로서 내 욕심껏 추상적인 사진을 많이 찍으면 국민들이 독도 작품을 보면서 혼란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욕심은 되도록 내려 놓고 설명적인 사진을 많이 찍었다. 또 국민 한 사람으로서 누리는 소중한 기회였기 때문에 가능한 한 독도 구석구석 모든 곳을 내 발로 딛고 작품으로 남기려고 노력했다.

Q 홍성근 이번 전시회를 하면서 "이제 더 이상 독도에 태극기를 꽂지 말자. 이제 우리는 그냥 독도가 되자"고 하셨다.

김중만 독도는 주권을 다투는 영역이 아니다. 이번 독도 작품 중 'Following Kim Jungho'가 보여주듯이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것은 이미 1800년대에 결정이 난 명백한 역사적 사실이다. 지금 와서 이런 명백한 사실을 알리기 위해 태극기를 독도에 꽂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오히려 우리 조상들이 노력한 역사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독도에 태극기를 꽂지 말자'고 했던 것이다. '독도가 되자'는 것은 독도가 가진 외로움과 강인함을 동시에 이해하자는 의미다. 독도는 본토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외로운 섬이지만 우리 땅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항상 기억해주길 바란다. 또 독도가 춥고 차가운 바다 한가운데에 강인하게 서 있듯이 독도는 강인한 한민족의 얼을 품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는 뜻이다.

Q 홍성근 새벽 3시에 일어나서 밤 12시까지 21시간 동안 카메라를 놓지 않을 때도 있다고 하셨다. 그런 열정은 어디에서 오는가?

김중만 사진을 39년 찍으면서 하루에 21시간 동안 사진을 찍은 것은 독도가 처음이다. 그만큼 독도가 매력적인 곳이었기 때문이다. 또 보통 사람은 오래 머물 수 없는 독도에서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촬영할 수 있도록 도와준 동북아역사재단을 비롯한 주변 여러분들에게 더욱 감사하다. 허락받은 시간 안에 모든 것을 쏟고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다.

Q 홍성근 어느 인터뷰에서 "예술은 사람과 사람의 영혼을 이어주는 다리"라고 하셨다. 이번 전시회를 둘러본 관람객들은 독도가 예술이 되었다는 평을 많이 했다.

김중만 과찬이다. 이번 작업으로 독도를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초입에 살짝 역할을 한 것일 뿐이다. 앞으로 화가나 시인 같은 예술가들이 독도와 관련한 문화 예술 콘텐츠를 많이 만들어 냈으면 좋겠다. 그것이 예술가로서 앞으로 독도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Q 홍성근 작품 중 'On a Misty Day'는 이종상 화백이 그린 독도 그림과 비슷해서 놀랐다. 대상을 보는 예술가들의 안목과 감성이 서로 통하는 것 같다. 촬영을 위해 독도에 대해 따로 공부했는지 궁금하다.

김중만 이종상 화백은 평소 존경하는 어른이다. 나보다 훨씬 오랜 시간동안 독도를 소재로 창작활동을 해왔고 후배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셨다. 하지만 화가의 표현과 사진가의 표현은 사실 다르다. 나는 운이 좋아서 안개가 낀 아름다운 독도의 모습을 현장에서 만난 것이고, 비슷한 작품이 나왔을 뿐이다. 사진은 상상력도 물론 필요하지만 발로 찍는 작업이다. 미술이나 문학은 경험을 바탕으로 작업실에서 상상력을 발휘해 작품을 구현할 수 있으나, 사진은 내 발로 그곳을 딛기 전에는 내가 본 세상을 보여줄 수 없다. 이 작품은 내가 한 폭의 그림같은 독도의 한 순간을 우연히 마주할 수 있었기에 누린 것이지 내가 만든 것은 아니다.

물론 독도에 대해 기초 공부도 했다. 'Following Kim Jungho'라고 이름을 지은 작품처럼 이미 조선 영토에 독도가 포함되어 있다는 역사적인 사실을 알고 있었고,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라는 인물을 기리면서 이미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당연한 사실과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제목을 지었다.

Q 홍성근 'Eclipse on a Cold Winter Night'와 'Hilltop'은 밤과 낮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두 작품 모두 초승달이 떠 있다. 특별한 의미가 있나?

김중만 독도를 가본 사람은 알지만, 외로운 분위기를 풍긴다. 실제로도 독도는 한반도에서 먼 곳에 떨어져 있는 외로운 섬이다. 이런 진한 외로움을 어떻게 사진으로 표현할지 많이 고민했고, 이를 상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초승달이라고 생각했다. 그 사진을 보고 황지우 시인이 시를 써주었는데 가보지 않고도 자신의 철학을 담아 작품을 만드는 점에서 문학의 위대함에 놀랐고, 고마웠다. 두 작품에 담긴 초승달로 독도의 외로움을 전하고 국민들이 독도를 많이 사랑해 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이번 전시회 제목은 모든 사람들이 독도 주소를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대한민국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1-96'으로 정했다.

Q 홍성근 "길을 걷다가 100만 원짜리 피아노를 샀다고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100만 원짜리 사진기를 사는 순간 벌써 사진가가 된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김중만 대한민국은 디지털 카메라 보급률이 세계 1위다. 요즘 대한민국 국민이 힘을 발휘하는 놀라운 영역 두 가지가 있다. 요즘 우리는 모두 가수고, 모두 사진가다. 사진에 대해서 사람들은 이미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단지 시간적인 여유가 부족해서 원하는 만큼 완성도를 얻지 못할 뿐이다. 기본적으로 우리 국민들은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부분을 말하는 것이다. 주변에는 사진 찍는 일이 직업이 아니어도 좋은 작품을 내놓는 아마추어 예술가들이 많다. 좋은 현상이다. 사진은 피아노를 치거나 그림을 그리는 다른 예술처럼 어떤 기능을 따로 배워 수료하지 않아도 할 수 있다. 사진기는 기계라서 셔터만 누르면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물론 사진을 찍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요즘 분위기가 사진가에게는 좋은 면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스스로 찍어보면서 사진을 찍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고 사진가의 작품을 인정해 주기 때문이다. 사진이라는 예술을 사랑하는 국민들에게 사진가로서 인정을 받고, 사랑받는 것은 축복이다.

Q 홍성근 상업사진도 했고 아프리카 대초원에서 근접해서 사자를 찍기도 했다. 그러다 '한국의 재발견'을 주제로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풍경을 4년 동안 찍었다. 그리고 독도도 찍었는데 우리 국토의 아름다움에 주목하게 된 계기는?

김중만 객관적으로 볼 때, 한국의 아름다움은 전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고 생각한다. 한국에는 사막 이외에 거의 모든 자연의 구성요소가 있고 4계절이 뚜렷하다. 또 짧은 거리를 이동하고도 언어, 음식이 달라지는데 가까운 거리에서 다양한 것들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사진작가가 작품으로 실현 가능한 다양한 환경이 있다는 것이다. 세계를 돌아다니다 보면 이동 시간이 오래 걸려 좋은 풍경을 놓치기도 한다. 한국의 아름다움을 깨달은 것은 사실 다른 나라를 많이 돌아 다녀봐서다. 지금까지 내가 보지 못했던 빛과 색을 찾기 위해 다른 곳을 동경하면서 세계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 물론 그런 동경 끝에 놀라운 결과물을 얻기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안에도 충분히 좋은 빛과 색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더늦기 전에 우리 안의 아름다움을 깨달아서 다행이다. 이번 독도 사진 작업은 그래서 더 의미가 있다.

Q 홍성근 작가님의 작품을 보고 사진작가가 되려고 마음먹은 청년들이 많을 것 같다. 이런 청년들에게 조언을 부탁한다.

김중만 인내심을 키우라고 말하고 싶다. 사진을 찍다보면 내가 생각한대로 사진이 절대 나오지 않을 테고, 자신에게 좌절하는 시간이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런 순간을 버티는 인내심이 사진작가에게는 꼭 필요하다. 앞에서 말했듯이, 사진은 다른 예술처럼 기능을 따로 배우지 않아도 쉽게 시작할 수 있지만, 처음에는 기대한 것과 결과물이 전혀 다를 것이다. 이런 시간이 이어지면 쉽게 포기하는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려면 인내심이 필요하다. 나 역시 39년 동안 백만 장이 넘는 사진을 찍었지만 그 중에 100장 정도만 내가 생각했던 것과 같은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 100장 중에 내 생각이 많이 들어간 독도 사진도 3장 정도를 꼽을 수 있다. 'Are You Going With Me'와 'Philosophic Destination to Empty'가 그것이다.

Q 홍성근 마지막으로 사진작가로서 앞으로의 계획과 동북아역사 재단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김중만 2015년 4월 7일부터 3개월 동안 상하이(上海)에서 개인전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 일이 가장 큰 과제다. 2000평 정도 큰 규모로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한국, 중국, 일본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 지역의 대형사진을 중심으로 전시한다. 그리고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앞으로 나와 같은 예술인들과 협력해서 독도뿐만 아니라, 역사 현안들을 문화적으로 승화하는 일에도 앞장서는 창의적인 사업을 많이 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