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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소식
일본의 우경화와 야스쿠니 문제 대응을 위한 국제회의 야스쿠니의 어둠을 밝히는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
  •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팀장

지난 8월 21일 국회에서는 "동아시아 평화와 야스쿠니신사"를 주제로 '일본의 우경화와 야스쿠니 문제 대응을 위한 국제회의'가 열렸다. 지난해 12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수상이 야스쿠니신사를 직접 참배한 것을 비롯하여 일본 정부 각료와 정치인들이 해마다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일을 되풀이하고, 올해 7월 각의 결정으로 집단적 자위권을 허용하는 등 일본 사회 우경화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국제연대로 야스쿠니반대운동을 해 온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야스쿠니 문제의 현황을 진단하고 향후 연대활동의 전망을 제시하기 위해 이번 학술회의를 마련하였다.

동북아역사재단, 야스쿠니반대공동행동한국위원회, 국회 유기홍 의원실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민족문제연구소와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가 주관하여 진행한 이 행사는 한국과 일본, 중국에서 야스쿠니 문제를 고민하고 활동해 온 유족, 변호사, 연구자, 활동가들이 모처럼 한국에서 얼굴을 마주한 자리였다. 일본에서는 오키나와(沖縄), 도쿄(東京), 야마구치(山口) 사무국이 발표하였고, 타이완에서는 야스쿠니반대공동행동의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치와스 아리(가오진 쑤메이, 高金素梅)의원이 영상 메시지를 보내 참여하였다. 특히 이번 국제회의에는 중국의 국립문서기록보관서인 지린성(吉林省) 당안관 관계자 2명이 참가하였는데, 야스쿠니 문제 국제회의에 중국 관계자들이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이번 회의는 야스쿠니반대공동 행동의 연대 틀을 중국까지 확대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야스쿠니 문제 해결은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길

국제회의 1부에서는 '동아시아 평화의 관점에서 바라본 일본 우경화와 야스쿠니신사'를 주제로 한국, 중국, 일본 참석자가 발표하였다. 야스쿠니반대공동행동의 일본 공동대표인 우치다 마사토시(內田雅敏) 변호사는 이른바 '성전(聖戰)'사관을 포기할 수 없는 야스쿠니와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일본 사회의 현실을 진단하고, 침략전쟁을 '성전'으로 미화하는 역사관이 바로 야스쿠니 문제의 본질임을 지적하였다. 나아가 아베 수상이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전후 세계 평화질서에 도전한 것이며, 다시는 전쟁을 하지 않겠다고 결의하면서 이어온 전후 일본의 발자취를 부정하는 행위라고 비판하였다. 그리고 최악으로 치닫는 한·일관계, 중·일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일본 사회가 역사를 진지하게 마주하는 자세로 야스쿠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중국 지린성 당안관의 짜오위지에(趙玉潔) 연구관은 당안관이 보유한 자료를 분석하여 야스쿠니신사가 군국주의 침략전쟁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하였으며, 침략전쟁 시기에 중국에서도 야스쿠니신사에 제사 지내는 행위가 전쟁을 수행하는 방편으로 실시되었음을 소개하였다. 한편, 야스쿠니신사가 단순한 종교시설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침략전쟁을 계속하는 핵심 장치이자 군국주의자들의 정신적 거점임을 비판하고, 동아시아의 평화와 국제질서에 도전하는 야스쿠니의 존재와 일본 우익들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동아시아 국가들이 함께 단호히 대처할 것을 호소하였다.

야스쿠니반대공동행동의 한국 공동대표인 이석태 변호사는 '일본 내각의 집단적 자위권 허용 의결과 야스쿠니 이데올로기'를 발표하여, 야스쿠니 문제와 일본의 급격한 우경화가 어떤 관련이 있는지 분석하였다. 먼저 아베 정부의 내각 결의로 일본이 재무장하고 군사대국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버팀목 역할을 해 온 헌법 9조가 힘을 잃었으며, 이 때문에 동아시아에서 새로운 군사 갈등이 커질 가능성을 우려하였다. 아울러 침략전쟁이 '천황'을 위한 정의로운 전쟁이며 아시아 민중을 해방시키는 전쟁이었다고 왜곡 선전하고 있는 야스쿠니신사의 이데올로기가 오늘까지도 일본 사회에 여전히 살아 있고, 일본의 우경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는 것과 더불어 일본 정치의 정신적 중심이 되어가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또 아베 수상을 비롯한 일본 정치인들이 야스쿠니신사에 참배를 하거나 공물을 보내는 행위는 일본 정부가 야스쿠니 이데올로기를 통치 이념 중 하나로 받아들인다는 것을 공언하는 것에 다름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야스쿠니 이데올로기를 공식화하는 것과 일본 우경화가 심각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동아시아 시민사회의 상호 교류와 연대가 절실하다고 피력하였다.

야스쿠니반대 국제 연대활동의 성과와 과제

이어서 진행한 국제회의 2부에서는 '야스쿠니반대운동의 성과와 과제, 그리고 전망'을 주제로 오키나와, 야마구치, 도쿄, 한국에서 9년 동안 국제 연대로 함께 벌여 온 야스쿠니반대운동의 성과를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공유하였다. 야스쿠니반대공동행동 이희자 대표와 박남순 씨가 유족을 대표하여 소송 투쟁과 야스쿠니 항의 방문에 관해서 발표하였다. 침략전쟁에 강제로 끌려가 억울하게 죽은 아버지가 야스쿠니에 합사되어 있는 한 유족은 자신들은 여전히 식민지에서 해방되지 못하고 있음을 절절하게 호소하였다.

참가자들은 이날 발표한 결의문에서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동아시아 평화를 위협하고 있는 야스쿠니에 맞서 앞으로도 소송 투쟁과 촛불행동, 국제사회에 대한 호소 등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임을 결의하였다.

해방 70년을 맞이하는 2015년은 야스쿠니반대공동행동이 첫걸음을 뗀 지 10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다. 야스쿠니반대공동행동은 동아시아 모든 시민들이 함께 평화롭게 살기 위한 정의로운 싸움이다. 야스쿠니의 어둠을 밝히는 촛불은 결코 꺼 지지 않을 것이며, 어둠을 내몰기 위한 우리의 발걸음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