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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새 책
'구조현실주의' 이론으로 동아시아 영토문제 고찰
  • 김인성 충남대학교 국가전략연구소 연구원

동아시아의 국제정치 상황이 심상치 않다. 2010년 9월 센카쿠열도[尖閣列島, 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주변 해역에서 일어난 중국어선 충돌 사건을 시작으로 2012년 9월 일본 정부가 센카쿠열도에 속한 세 개 섬을 '국유화'함으로써 중·일간의 외교갈등이 심각해졌다. 2013년 11월에는 중국이 동중국해 방공식별 구역을 일방적으로 설정하자 일본은 이후 중국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제한하고 있는 헌법의 족쇄를 풀려고 시도하였다. 중·일 간센카쿠열도 충돌을 계기로 동아시아에서 심각해지고 있는 영토분쟁을 두고 한 국내 언론은 미국 시사전문지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 보도를 인용하여 민족주의의 발흥과 영토갈등이 심각해지면서 결국 세계대전을 촉발한 발칸 사례와 유사하다고 지적하기도 하였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이처럼 중국과 일본이 험악한 외교전쟁을 치르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향후 동아시아에 불어 닥칠 영토문제의 심각성과 이 문제가 우리의 독도주권 수호에 미칠 영향이 지대할 것임을 감지하고, "동아시아 영토분쟁의 과거·현재·미래"를 기획연구과제로 선정하였다. 《동아시아 영토문제와 독도》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동안 동 주제에 관해 연구한 결과물이다.

이명찬 재단 연구위원을 책임연구자로 하고 재단과 외부 연구자 등 모두 7명이 참여한 공동연구팀은 그동안 여러 차례 함께 모여 발표와 토론을 거듭하면서 연구의 방향을 조정하였다. 또 각자 수행한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수정·보완해왔다. 한편으로 영토문제 관련 국제학술회의에 참가하거나 세계 유수 영토문제 전문가들을 인터뷰하면서 대국 간 세력 전이와 동북아 질서 변동에 대응하고 독도 주권 강화를 위한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끝에, 최종 결과물을 단행본으로 출간한 것이다.

동아시아 영토문제가 독도 영유권 주권에 미치는 영향은?

이 책은 기획연구에 참여한 공동 연구위원 7명이 각자 쓴 논문 7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논문은 각각 다음과 같은 쟁점과 현상을 고찰하여 분석하였다. 2010년 9월 이후 센카쿠열도 영유권 문제를 둘러싸고 중국과 일본이 주고받은 외교공방 속에 드러나고 있는 중국의 주장과 일본의 대응 논리에 관한 연구, 쿠릴열도 네 개 섬 반환문제로 지루한 공방을 하고 있는 일본과 러시아의 영토정책에 대한 연구, 남중국해의 많은 섬들을 둘러싸고 중국과 주변 국가들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영토·영해문제의 추이에 관한 연구, 그리고 동아시아 영토문제에 관한 미국의 태도와 정책 연구, 마지막으로 이 지역 영토분쟁의 해결사례 연구가 그것이다.

이 책을 구성하는 논문은 케네스 왈츠(Kenneth Waltz)의 구조현실주의를 이론적 기반으로 하고 있다. 케네스 왈츠에 따르면 세계정부를 결여하고 있는 국제정치는 무정부 상태이며, 가장 중요한 행위자인 국가는 영토와 영해 수호를 중시한다. 글로벌 국가로 중국이 부상하고, 매년 12% 이상 군사비를 올리는 것, 미·일동맹 강화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도입, 남·북한 군사 대립과 북한의 추가 핵실험 가능성 등 동북아국제정치의 현실은 신현실주의 구조론과 맥락을 같이 한다. 이 책은 왈츠의 인식에 기초하여, 각 장의 분석수준을 정치적 리더십, 국내정치요인, 국제정치의 구조적인 영향력으로 나누어 기술하고 있다.

동아시아는 왈츠의 주장처럼 역외 강대국의 국제정치가 빚어내는 체제적 결과가 투영되는 지역이라고 해석될 여지가 농후하다. 특히 한반도는 강대국 간 국제정치 변동의 결과가 그대로 투영되는 지역이며, 구조적으로 강대국의 국제정치 동향으로부터 어느 한순간도 자유롭지 못했던 특수한 역사적 경험이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도 잠재적 세력 전이 정치에 가장 많이 노출되어 있다.

이명찬 연구위원은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중·일 간 분쟁의 가장 근원적인 요인으로, 중국인에게 내재된 이른바 '치욕스러운 100년 역사'를 청산하고 '중화 부흥'을 실현하기 위한 새로운 출발을 있게 한 '파워시프트'를 들고 있다. 하도형은 센카쿠열도 문제를 둘러싼 일본의 중국어선 처리 과정과 국유화를 통한 강경대응이 개별적 영토분쟁 차원을 넘어 국가안보 전략의 차원에서 이루어졌고, 이에 대응하여 중국 역시 현재 지역질서 구도를 고려하면서 해양에서 오는 안보 위협에 대응한다는 방침으로 강경한 정책적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고봉준은 중국의 부상과 북한 문제는 지역 차원을 넘어 미국의 세계전략에도 영향을 주는 핵심 문제라고 보았다. 그는 동아시아에서 안정을 유지하고 미국의 이익을 지키는 것은 바로 세계국가로서 미국의 사활을 좌우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하며, 따라서 현재로서는 미국에게 동아시아의 문제가 바로 핵심 문제라고 인식하였다.

"영토문제에 관한 현실적 접근 돋보여"

동아시아 영토분쟁의 과거·현재·미래
학술회의 모습

책 말미에는 동아시아 영토문제를 둘러싼 관련 조약과 동 문제에 관한 각국 외교부의 정책 방침을 보고 독자들이 객관적이고 냉정한 평가를 할 수 있도록 1차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영토문제와 직접 관련 있는 미국·중국·일본의 국제조약과 외교부성명은 각국의 주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성공회대 양기호 교수는 《동아시아 영토문제와 독도》에 관해 서평에서 "이 책은 지금까지의 기존 연구를 뛰어넘어 동아시아 영토문제에 관한 현실적 접근으로 미국의 원칙, 영토문제에 관한 각국의 주장과 국내정치, 정치지도자의 리더십 요인이 영토문제에 미치는 영향, 중·러 영토문제 해결과 남사군도 도서영유권 갈등의 대안 모색 등, 성공적인 해결과 외교적 조정 과정을 상세히 서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연구의 결과가 최근 도를 더해가는 일본의 독도 도발에 효과적인 대응책을 제공하고 일선에서 독도 주권을 수호하는 정책을 담당하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대안에 관한 영감을 주고,연구자들에게는 신선한 자극이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