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패망한 지 7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전쟁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일본군'위안부'피해자들은 일본의 공식 사죄와 법적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나눔의 집'은 올바른 역사를 정립하고, 피해자들의 인권을 회복하기 위해, 2015년에도 국내외에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한다. 그 첫 번째 사업으로는 강제동원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로 끌려간 조선 여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역사 동화책 윤정모 작가의《봉선화가 필 무렵》을 번역하였다.
이 책은 어둠의 침묵을 깨고 당당히 대중 앞에 선 피해자 할머니들의 용기를, 따뜻한 가슴으로 안아줄 수 있는 어린이가 단 한 명이라도 있길 바라며 기획했다. 또 전쟁이 얼마나 끔찍한 고통을 주는지,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워 주고자 했다. 책은 '나눔의 집'에 계시는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이 직접 그린 그림 이야기여서 역사적 의미와 가치가 매우 크다. 조금 미숙하지만 순수한 붓놀림으로 그린 그림들을 보며 우리는 아직, 다 풀지 못한 역사적 과오를 되새기며, 억울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는 피해자들의 간절한 바람을 만나볼 수 있다.
할머니들의 그림이 들려주는 이야기
책에는 '나눔의 집' 부설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에 전시되어 있는 200점 중 14점이 실려 있다. 고 김순덕 할머니가 직접 그린 6점('씨앗공출', '끌려감', '처량한 봉숭아야! 때가 되면 다시 핀다', '끌려가는 배안', '그때 그곳에서', '못다 핀 꽃')과 김복동 할머니가 그린 2점('고향집', '끌려가는 날'), 고 강덕경 할머니가 그린 5점('라바울 위안소', '빼앗긴 순정', '마쓰시로 위안소', '배를 따는 일본군', '우리 앞에 사죄하라')과 강일출 할머니의 그림 1점('태워지는 처녀들')이다.
'나눔의 집' 그림수업은 처음 할머니들을 위한 프로그램의 하나로 시작되었으나 수업이 진행되면서 50여 년 동안 가슴을 짓눌렀던 피해의식과 분노를 풀어내는 마음치료제가 되었다. 그림은 피해자들의 어린 시절 순수했던 고향의 기억(순수), 전쟁 후 귀국했으나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맺힌 삶(상처, 한), '위안부' 증언 후 소외된 삶을 극복하고 전쟁범죄를 고발하면서 일본정부의 사죄, 배상을 촉구하는 의지와 바람이 담긴 내용(바램), 그리고 마지막으로 현재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승화하는 삶(또 다른 순수) 등이다. 책은 최초로 자신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음을 밝힌 고 김학순 할머니 이야기가 중심인데, 소설에서는 '순이'로 나온다.
일본의 역사수정과 왜곡은 생존해 계신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큰 상처다. 일본의 한반도 강점 시기 일본인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로 둔갑시킨 일명 《요코 이야기》는 원제목이 'So Far from the Bamboo Grove'로 일본계 미국인 요코 가와시마 왓킨스가 1986년 출간한 자전적 소설이다. 이 책은 일본인 소녀와 가족들이 일제 패망 후, 한반도를 떠나는 과정에서 조선인들이 일본 부녀자들에게 강간과 폭력을 일삼았다는 등 일본인을 피해자, 한국인을 가해자로 묘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열한 살 소녀의 눈높이로 쓰여진 이 책은 드라마틱한 요소도 갖춰 미국의 많은 학교에서 영어 읽기 교재로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한국인들에게는 또 다른 침략으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코미디 같은 영문 동화책이다.
'위안부' 자료 유네스코 등재 위한 실질적 지원 절실
'나눔의 집'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되던 90년 초, 당시 생계조차 어려웠던 일제 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자는 취지로 온 국민의 성금을 모아 설립되었다. 현재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10명이 생활하면서, 일본 정부를 상대로 진상 규명과 공식 사죄를 요구하고, 명예회복을 위해 국내외 증언활동도 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위안부' 관련 자료를 2017년 유네스코에 등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등재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민간 자료 확보(보관)와 열악한 자료 관리를 위한 지원이 필요한데, 2013년 12월 '나눔의 집' 1차 자료 3,060점을 국가기록원에 등록하여 자료의 우수성을 검증 받았다. 유네스코 등재를 위해서는 이들 증언 자료를 문고 형태로 정리해야 하는데, 현재 증언 자료 정리 전문 인력이 부족해 대책이 시급하다. 또 유네스코 등재 당위성과 여성 인권 문제 해결, 여성 인권 피해 방지라는 인식 전환을 위해 추모공원과 기록물 전시관, 위안부 역사박물관을 체계적으로 운영하여 아픈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자라나는 후손들에게 일깨워 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 세계 평화 박물관에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상설전시실을 확보하여 세계적으로 일본의 잘못된 역사 인식과 여성 인권의 피해 사항에 대한 교육과 홍보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