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북아 안보문제와 한반도를 둘러싸고 동아시아 국제정세를 둘러싼 세계인의 관심이 매우 높다. 이런 가운데 근대 이후 한반도에 영향력을 행사해 온 러시아와 한반도의 관계, 한반도에서 러시아의 역할과 위상 등을 재조명하는 학술회의가 지난 3월 13일 재단과 '한러교류협회' 공동주최로 열렸다.
"제2차 세계대전 전승의 국제적 의의와 한반도"를 주제로 열린 이번 학술회의는 기연수 한러교류협회 회장을 비롯하여 최근 부임한 A.A.티모닌 러시아대사, 국내외 러시아 관련 전문가들, 학자들, 관계자들이 두루 참석하였다. 1, 2부로 진행한 학술회의에서 참석자들은 한반도와 러시아의 역사적 관계와 국제정치 흐름, 한국의 대 러시아 정책의 의의를 주제로 발표하고 토론하였다.
먼저 "한반도의 안정과 통일에서 러시아의 역할과 위상"을 주제로 진행한 1부에서 국립외교원 고재남 교수는 '한반도 주변정세 진단과 대러 정책과제' 논문에서 최근 북·러 관계가 긴밀해지는 것은 남·북·러 3국 협력을 촉진하면서 러시아를 통해 한국의 대북정책으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연세대 고상두 교수는 '한반도의 안정과 통일에서 러시아의 역할과 위상'을 전망하면서, 러시아의 '신 동진 정책'과 한국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상호 부합한다는 푸틴 대통령 발언을 인용하고, 한·러는 경제구조가 상호보완적이어서 서로 잠재력이 큰 중요한 협력 파트너임을 설명하였다.
통일 한국에 긍정적인 러시아
특히 한양대 엄구호 교수는 '한반도의 통일에서 러시아의 전략적 위상과 모스크바 전승행사'에서 박 대통령이 모스크바 전승행사에 참석할 때와 불참할 때 고려할 점을 지적하였다. 엄 교수에 따르면 참석할 때는 한국의 통일 외교가 미국과 일본의 국익에 어떻게 부합하는지 이해시키려는 노력과 논리 개발이 필요하고 불참할 때도 한·중, 한·러 관계의 중요성과 역할을 강조하면서 가능하면 남·북·러 정상회담과 남·북·중 정상회담을 별도로 제안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였다.
마지막으로 국민대 장덕준 교수는 '통일기반 외교와 한·러 협력'에서 러시아는 한반도 통일에 비교적 긍정적이며 지정학적인 관점에서 러시아는 통일 한국이 러시아의 국익에 해롭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또 경제 관점에서 통일 한국은 러시아가 동북아와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권에 편입하는데 좋은 통로 역할을 해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한반도 통일이 러시아에게 이익이 된다는 점을 설득하는 구체적인 대러시아 공공외교 방안으로 1.5트랙 형태의 한·러 포럼, 청년 차세대 교류사업 등을 제안했다.
2부는 특별 라운드 테이블 형식으로 진행했는데 "전승 70년의 국제정치적 의미와 한반도"를 주제로 김학준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이 발제한 뒤, 정태익 한국외교협회 회장(전 주러시아 한국대사)과 A.A.티모닌 주한 러시아대사, 박진 한국외대 석좌교수(전 국회 외교통일 위원장) 등이 논평을 내놓고 의견을 나눴다.
김학준 이사장은 러시아의 세계대전 승리의 다양한 의미를 조명하고 역사적 의의를 재평가하였다. 특히 일본 제국주의에 대항하여 미국, 소련, 영국을 중심으로 반파시스트 세력 간 동맹 형성은 문명을 파괴에서 구원하였다고 설명하였다. 특히 스탈린그라드(현 볼고그라드)에서 많은 소련 청년들이 죽음으로 나치를 막은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패망 일본을 제대로 응징하지 못한 연합국
특히 김 이사장은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이뤄진 미·소 협력과 한반도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했던 과정을 상세히 논증하였다. 동시에 한반도 분할이 얄타회담이나 포츠담회담에서 이미 정해졌다는 의견이 있으나, 공개된 모든 문서에 한반도 분단에 관한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포츠담에서 합의한 사항을 정확히 엄수하여 소련군은 38선 이북에 머물러 있었다는 점, 소련군은 완강하게 맞서는 일본 관동군과 벌인 전투에서 4천 명 이상이나 전사자가 나왔다는 점을 예로 들면서, 극동에서 파시즘에 맞선 소련의 적극적 역할이 제2차 세계대전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고 높이 평가하였다.
마지막으로 한반도가 역사적으로 대륙세력 대 해양세력의 접경지대로서, 동북아 지역 내 지배 국가가 바뀔 때 직접 영향을 받았다는 점을 환기시키고, 탈냉전 시대에 한·러 관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하는 것이 동아시아 평화와 번영을 위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A.A.티모닌 대사는 러시아에게 제2차 세계대전 전승이 지니는 의미와 러시아가 이룬 역사적 성과를 매우 강하게 역설하였다. 특히 러시아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약 2천 7백만 명이나 되는 자국민이 희생되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얄타와 포츠담회담에서 맺은 협약과 연합군의 의무에 따라 소련은 1945년 8월에 수백만 일본 관동군을 물리쳤으며 그 영향으로 중국의 북동부와 한반도가 해방할 수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번 회의는 한·러 양국의 역사적, 정치적, 경제적 협력과 발전을 전망하는 매우 의미 있는 행사였다. 향후 한·러 간 동북아 평화와 미래 발전을 위한 제언과 시사점을 도출하기 위해 지속적인 협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