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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보고
열 살 딸에게 박태보 선생을 배운 아빠
  • 글. 박세호 (경기 의정부시 신곡로)

초등학생 아이를 둔 30대 아빠입니다. 맞벌이라 직장 생활과 집안일을 함께 하는 것은 기본인데, 요즘은 아이들 학교 숙제 중 아빠와 함께 해야 하는 것들이 많더군요. 초등학교 3학년 아이가 요즘 사회시간에 '우리 고장'을 배운다며 부쩍 이것저것 묻더니, 이번 주말에는 함께 고장 문화재를 탐방한 보고서를 써야 한다고 했습니다.

탐방지를 고민하던 중 아이가 박태보를 기념해 지은 '노강서원'을 가자고 했습니다. "박태보가 누군데?" 부끄럽지만 저는 39년을 살며 박태보란 이름을 처음 들었습니다. "응, 인현왕후 폐위를 앞장서서 반대하다가 유배 가셨던 분이야." 얼마 전 《인현왕후전》을 읽었다는 아이는 제게 열심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카메라와 삼각대를 챙겨들고 아이와 함께 '노강서원'을 찾아갔습니다. 저는 의정부에 10년 넘게 살면서도 집에서 차로 20분밖에 안 되는 곳에 이런 유서 깊은 서원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노강서원'은 조선 숙종 때 문신인 박태보(1654∼1689)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서원입니다. 박태보는 호남 암행어사, 파주 목사 등의 벼슬을 역임했는데 인현왕후 폐위를 반대하는 상소를 올렸다가 심한 고문을 받고 진도로 유배 가던 중 돌아가셨습니다. 하지만 학문이 깊고 성품도 강직한 분이어서 죽은 뒤 영의정에 임명되기도 했습니다. 경기도 기념물 제41호인 '노강서원'은 숙종 21년(1695)에 세웠고, 숙종 27년(1701)에 국가에서 인정한 사액서원으로 그 때 '노강'이라는 이름을 받았습니다. 원래는 서울 노량진에 세웠으나 한국전쟁으로 훼손되었고, 1969년 그 후손들이 의정부 장암동으로 옮겨 복원한 것이라고 합니다.

요즘 부쩍 역사에 관심이 많아진 아이와 앞으로 한 달에 한 번은 가까운 역사 유적지를 찾아보기로 약속하며 서원을 나왔습니다.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저는 좀 더 바빠지겠지만 아이와 함께 이런 추억을 하나씩 쌓아가는 것도 참 즐거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