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은 8월 3일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와 함께 전후 70년, 광복 70주년 계기, 한·중·일 세 나라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를 초청해 제5회 동아시아공동체 포럼(EACF)을 열었다. EACF는 재단이 지원하여 한·중·일 3국 유수 대학[高麗大, 淸華大, 東京大]과 함께 운영하는 것으로, 2011년 서울에서 시작하여 한-일-중 순번으로 서울-도쿄-베이징을 돌며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한반도에서는 광복과 분단 70년, 중국에서는 항일전쟁과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일본에서는 종전 70년이고 국제적으로는 유엔 설립 70주년이면서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이하는 등 한중일의 근현대사를 되돌아 볼 중요한 해다. 이에 이번 회의 주제는 "70년의 분단과 동북아 100년의 미래"로 설정했다.
회의는 기조연설과 3국 주요 인사의 라운드 테이블 '동북아 3국 협력의 과거와 미래'에 이어 제1세션 '동아시아 협력의 역사와 구상 그리고 경험', 제2세션 '동북아의 역사 화해와 지역 협력' 순으로 진행했다. 라운드테이블에서 소개된 발제문 3개와 각 세션에서 나온 논문 7편은 한결같이 갈등과 대립 속에서도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함께 멀리 가기' 위한 치열한 토론
조태용 한국 외교부 차관은 기조연설에서 한·중·일 정상회담이 2012년 이후 열리지 못하고 있는 사실을 거론하며 소통을 위해 지역별 포럼을 통한 협력 프로세스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어 정부에서 추진 중인 다자간 협력 프로세스 동북아 평화협력이 함께 멀리 가자는 구상이라며, 중국과 일본을 향해 "눈앞에 있는 장애물에 눈 돌리지 말고 이익이 될 미래를 위해 치열하게 논의해가자"고 제안했다.
류장용(刘江永) 중국 칭화대 국제관계연구원 부원장은 '지정학적 사고방식과 중·미·일 관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에서, 미국의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전략,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개입 전략, 그리고 아베 내각의 '자유와 번영의 호', 미일방위협력지침 개정, 헌법개정(9조) 등은 모두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서구의 전통 지정학적 사고방식에서 출발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그는 미국과 일본이 중국이 주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에 의구심을 갖는 것도 미·일의 지정학적 사고방식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류교수는 '일대일로'는 서구의 오랜 지정학적 사고방식을 부정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바다와 육지[海陸] 화합론"을 기반으로 하여 지정학과 지경학의 조화를 추구하는 신개념으로 해석해 달라고 당부했다.
일본 외무성 외무심의관 출신인 다나카 히토시(田中均) 일본 국제전략연구소 이사장은 발표와 토론에서 "아베 정부의 국방정책은 일본의 방위 지향 안보정책 틀 안에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적절한 신뢰구축 조치 없이는 중국과 한국이 용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며 지역에 긴장감을 초래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천지엔(陳健) 전 중국 외교차관보, 주일대사는 '협력'에 걸림돌이 되는 일본의 역사인식 퇴행, 우경화와 군사재무장을 지적하며 "일본의 역사 수정주의와 군사 확장주의라는 위험한 선택은 중·일 관계는 물론 동아시아 지역을 대립으로 치닫게 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소다자주의' 협력에서 시작하는 동아시아공동체
이에 대해 다나카 히토시 이사장은 "우발적인 충돌을 막고 충돌 후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서 군대 간 핫라인 구축이나 위기대응 과정에 관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열띤 토론이 이어지는 가운데 "동아시아 공동체 건립을 위해 한·중·일이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가?"라는 청중의 질문을 받은 김성한 고려대 교수(전 외교부 차관)는 "지리상 권역이 매우 넓고, 경제·문화면에서도 매우 이질적인 동아시아에서 유럽연합(EU)과 같은 지역공동체 형성은 당장 불가능하기 때문에 '소다자주의(minilateralism) 협력'을 촉매제로 시도해 보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대답했다.
동북아역사재단 이현주 사무총장은 이번 포럼의 주제를 "70년의 분단과 동북아 100년의 미래"로 설정한 것을 두고 "지금부터 100년 후 미래를 논한다고 해서 추상적인 느낌을 받았지만, 120년 전 중국과 일본이 조선의 지배권을 놓고 다툰 청일전쟁과 시모노세키조약의 역사적 여운(餘韻)이 오늘날 동북아 정세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상당히 유의미한 주제"라고 소감을 피력한 뒤, 참석한 세 나라 학자들에게 '3국 협력 체제' 복원을 위한 건설적인 아이디어를 개진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어서 이와타니 시게오(岩谷滋雄) 한·중·일 3국협력사무국 사무총장은 아시아로 옮겨지고 있는 인류 문명 발전의 축이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찬란하게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는 한·중·일이 얼마나 서로 협력하고 상생하며 번영할 것인지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노력으로 고바야시 소메이(小林聰明) 일본대학 교수는 발표 논문 '역사 화해와 동아시아 아카이브 센타의 가능성'에서 동아시아의 과거 역사는 완전히 '역사화'되어 있지 않고 오히려 '정치화'되어 심각한 대립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마법 같은 해결책은 없다면서 한·중·일이 모두 참여해 '동아시아 아카이브 센터'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고바야시 교수의 제안에 동의를 표하면서도 "우선 아베 총리가 펴는 역사 수정주의는 당장 중단되어야 하고,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 자국의 핵심 이익이 중요한 만큼 역내 공동의 이익 관리에도 책임 있게 대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이번 포럼에서 발표한 논문 자료집은 동북아역사재단 홈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