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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보고
나가사키 원폭 피해 재일조선인 위령비 앞에서
  • 글. 전정희 (부천 상동중 수석교사)

교무실에서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일본에 적대감을 표현해 난감했다는 일본어 담당 교사의 말을 들었다. 얼마 전 일제 강점기 역사수업을 한 뒤라 우려했던 상황이 벌어졌구나 싶었다. 나는 일제 강점기 수업을 하며 자신도 모르게 반일 감정을 부추기는 쪽으로 수업 분위기가 흘러간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았다. 광복 70년, 한일국교 체결 50주년이라는 뜻깊은 2015년,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주최하는 일본 현장답사는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로서 이런 고민을 안고 시작한 뜻깊은 시간이었다.

우리가 후쿠오카 공항을 향해 출발한 날은 70년 전 나가사키 원폭 투하 이틀 뒤인 8월 11일, 그리고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던 날은 아베 총리가 담화를 발표하기 하루 전이었다. 나가사키는 에도 막부의 쇄국정책 속에서 대외 교류 창구인 데지마, 서양인 거류지인 그라바앤, 일본 근대 산업혁명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하시마(군함도), 미쯔비시 조선소가 있는 곳이다.

하지만 이번 답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곳은 나가사키 원폭 자료관 입구에 일본 시민단체가 세운 재일조선인 위령비와 재일조선인들을 후원하면서 다양한 반전 평화주의 운동을 펼친 오카 마사하루의 뜻을 기리는 평화자료관이었다. '한·일 역사교사 교류의 밤'에 이곳에서 일하는 기무라 씨를 비롯해 일본인 교사들과 만나 대화하면서, '가해와 피해'라는 갈등의 역사에서 '화해와 평화'를 향해 가는 전환점으로 2015년을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이 들었다.

이번 답사는 사과와 반성을 하지 않는 일본 정치권의 태도에 가려 미처 보지 못하고 있던 일본 시민들과 민간단체들이 펼치는 꾸준한 노력을 알게 된 뜻깊은 시간이었다.

나가사키 원폭 투하 시점인 11시 6분에 멈춘 시계 바늘은 오늘도 역사에 준엄한 경고를 하고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