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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보고
부끄러우나 잊지 말아야 할 역사를 마주하며
  • 글. 김정선(서울 송파구 석촌동)

집 근처에는 자연과 놀이동산이 어우러진 '석촌호수'가 있습니다. 인공으로 만들어진 호수지만, 사계절 아름다운 나무와 잔잔한 수면, 그리고 종종걸음을 걷는 거위 떼가 이루는 풍경이 좋아 온 가족이 자주 산책을 나가는 곳이지요.

그런데 얼마 전, 여느 때처럼 아이들과 함께 걷고 있는데 큰 아이가 "엄마, 이게 뭐에요?" 하고 물었습니다. 아이가 가리킨 것은 '삼전도비 10m'라고 적힌 작은 표지판이었습니다. 삼전도비? 몇 년 동안 이 길을 다녔는데, 왜 그동안 한 번도 눈여겨보지 않았을까... 무심코 지나쳤던 표지판에 호기심이 생겨 아이들과 함께 가 보기로 했습니다.

화살표 방향을 따라 조금 들어가니 사람들이 다니는 길과 조금 떨어진 곳에 처음 보는 구조물이 있었습니다. 구조물 안에는 거북이 모양의 석상 위에 비석이 세워져 있고, 나머지는 거북이 모양을 한 석상만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작은 석판에는 이렇게 새겨져 있었습니다.

"삼전도비 이전 안내문 - 이 비는 당초 한강변 나루터 인근에 세워졌으나 치욕의 역사물이라는 이유로 수난과 수차례 이설을 거듭해왔다... (후략) -"

'삼전도비'를 검색해 봤습니다. 내용을 보고 여러 생각이 스쳤습니다. '삼전도비'는 남한산성에서 항거하던 인조가 청태종 홍타이지에게 항복한다는 의미로 무릎 꿇고 머리를 땅에 찧는 예를 올렸는데, 이에 청태종이 승전 기념비를 세우라는 명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니... 착잡한 심정이었습니다. 보통 기념비와 다르게 '삼전도비'는 우리나라의 슬픈 역사를 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직 10살 밖에 안 된 아이에게 난감했지만 이 비가 무엇이고 왜 세워졌는지를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부끄럽고 슬픈 역사도 우리가 기억해야만 되풀이 되지 않는다'는, 어느 칼럼니스트가 쓴 삼전도비의 의미까지 열심히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아이가 어디까지 이해할 지 알 수는 없었지만, 앞으로 우리 역사에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