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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을 가다
  • 김현철 재단 명예연구위원

 

현재 서울에서 백두산에 가기 위해서는 중국 측 국경에 접한 북쪽과 서쪽, 남쪽 지역, 즉 북파(北坡)와 서파 및 남파의 3개 코스로 일반인들이 접근할 수 있다. 이번에 우리 일행이 백두산에 올라간 여정은 중국 지린성(吉林省) 옌지(延吉)시에서 이도백하진(二道白河鎭)까지 가서 숙박한 후 북파산문으로 들어가 단체 버스를 타고 백두산 정상에서 천지를 바라볼 수 있는 지점까지 왕복하면서 천지 호수를 보는 북파 코스였다.

백두산의 높이는 해발 2,744m로서 한반도에서 가장 높으며, 그중 최고봉은 장군봉(將軍峰)이다. 정상에는 2,500m 이상의 여러 높은 봉우리들이 화산 폭발로 생긴 천지(天池)를 둘러싸고 있다. 1962년 북한과 중국 간의 조중변계조약에 의해서 북한과 중국의 경계선이 천지 호수를 가로질러 그어졌다.

 

 

 

 

백두산 정상에서 바라본 천지와 건너편 북한 측 산봉우리들

백두산 정상에서 바라본 천지와 건너편 북한 측 산봉우리(출처: 필자 제공)

 

 

이번 6월 백두산에 오르기 전에 백두산의 자연환경과 생태환경을 보여주는 창바이산자연박물관(長白山自然博物館)’을 관람하였다. 지린성 창바이산(백두산) 보호개발구 지북구(池北區)내에 위치한 창바이산자연박물관은 중국이 지난 2023창바이산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지정을 준비하면서 일부 전시 내용을 새롭게 꾸몄다. 최근 20243월 백두산의 중국 측 부분만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백두산의 명칭도 중국식 명칭인 창바이산(長白山)’으로 표기되었다.

창바이산자연박물관내에는 옛날부터 백두산 지역에서 살았던 사람들이 누구일까를 시사하는 별도의 전시실이 마련되어 있다. 거기에는 조선족 민속문화라는 주제하에 근대 이후 조선족의 풍속과 생활을 보여주는 사진 물건들 및 한복을 입은 사람들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같은 전시실 공간 옆에 만주족의 의복과 인물 사진들도 전시되어 있다.

 

 

 

백두산 정상에서 바라본 휴게 산장 모습

백두산 정상에서 바라본 휴게 산장 모습

 

 

 

백두산 정상의 풍경과 천지호수의 모습

 

이도백하에서 들어가는 입구 지역부터 많은 호텔과 상점, 식당들이 있어서 관광지 분위기를 잘 느낄 수 있었다. 6월 하순이어서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 이전인데도 백두산으로 올라가는 관광버스를 타기 위한 승차장은 붐볐다. 승차장에서 줄을 서서 대형버스를 타고 중간 간이 정류장으로 가고, 거기서 다시 다인승 미니 차량으로 갈아탔다. 길게 늘어선 봉고 차량들은 정상으로 가는 좁고 험한 도로를 마치 경주하듯이 달렸다. 백두산 정상 근처 주차장에서 내린 등산객들은 백두산의 거센 바람을 맞아가면서 가파른 길을 줄을 잡고 한 사람씩 올라갔다.

드디어 백두산 정상에 서서 바위 사이로 파란 천지를 바라볼 수 있었다. 백두산 정상에서 천지를 여유롭게 감상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바람도 거세고, 등산객 인파에 떠밀려 잠깐 기념사진 찍기도 어려웠다. 주변을 둘러보니, 백두산 천지 쪽을 바라보며 포즈를 취해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리는 풍경도 눈에 띈다. 천지를 바라볼 수 있는 좁은 길 옆에 1983년 덩샤오핑(鄧小平)이 휘호로 天池라고 쓴 표지석이 눈에 띈다. 중국의 정치 지도자들이 백두산에 대해 가졌던 관심을 표현한 것이라 하겠다.

정상에서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길에 위치한 산장 내 매점에는 백두산을 소개하는 사진들과 기념품들을 판매하고 있는데, 중국식 명칭인 창바이산(長白山)’으로 쓰여져 있었다. 똑같은 산인데도 한국에서 부르는 백두산(白頭山)’이 아닌 長白山(창바이산)’으로 표기되어서, 여기 오는 관광객들은 백두산을 창바이산으로만 알고 돌아갔을 것이다.

 

 

 

백두산 정상 바위틈으로 보이는 천지 모습과 건너편의 눈 덮인 봉우리들

 

 

2025년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션양을 거쳐 창바이산역까지 연결되는 고속철도가 개통될 예정이어서 관광객들이 크게 늘어나고, 관광지 개발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백두산에 오는 관광객들이 중국과 한반도에 걸친 백두산의 역사와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게 되면, 백두산에 오를 때 즐거움과 감동이 커지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하면서 하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