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발 역사왜곡 바람이 또 다시 불고 있다. 지난 4월 9일, 일본 정부는 지유샤(自由社)가 신청한 역사교과서의 검정을 승인했다. 나아가 공정하게 심사했다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공정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왜곡으로 점철된 일본인의 역사인식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과 교육자의 한사람으로서 분노를 넘어 씁쓸함마저 느낀다.
이번 왜곡교과서는 앞서 발행된 후쇼사판 왜곡교과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왜곡 내용도, 저작자도 같다.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이 지난 2001, 2005년 만든 것이 후쇼사판이고, 후쇼사와 결별하고 만든 것이 금번 지유샤판이다. 일본은 왜 이렇게 대한민국 관련 역사왜곡을 반복하는 것일까? 고대 이래 대한민국에 대한 차마 말로는 못하는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고개를 갸웃 거릴 수 밖에 없다. 왜곡 내용을 보면 확실하다. 임나일본부설을 필두로, 일본만이 독자적인 연호를 사용했다는 주장을 하는가 하면, 임진왜란 때 조선 침략을 출병으로 기록하는 등 한국사의 주체성을 격하하거나 부정하고 있다. 또 한국 침략을 정당화하고 식민 지배를 합리화하기 위해 외부에 의한 한반도 위협설을 강조하고, 한국 강제병합의 강제성과 침략의도를 은폐했으며, 일본의 식민지 정책의 초점을 한국의 근대화로 미화하는 등 그 심각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역사와 진실마저 거부하는 뻔뻔함으로 보여 보기가 민망할 지경이다.
반복되는 역사교과서 왜곡
역사왜곡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러·일전쟁 및 태평양전쟁을 황인종이나 피압박 민족을 해방하기 위한 전쟁으로 미화하고, 조선에서의 징용·징병 등의 강제성을 불분명하게 기술하고 있으며, 가장 큰 현안인 군'위안부'문제는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이 알고, 주변나라들이 아는 사실을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이 가려질 리 없다.문제는 일본의 거짓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위험하다. 재차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내용 자체로도 큰 문제지만 대한민국을 모르는 외국에게 오도된 역사인식을 심어주고, 학생들에까지 영향을 미쳐 비뚤어진 미래를 재생산할 우려가 다분하다. 앞선 교과서의 내용을 조금도 개선하지 않고 그대로 실은 것은 이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그러나 아무리 왜곡해도 변하지 않는 것은 "진실"임을 모르니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진실 위에 서지 않은역사인식과 교육은 아무런 가치도, 소용도 없다. 진실의 존재를 외면한다면 일본의 미래는 보지 않아도 자명하다.일본의 역사왜곡을 보며 한 장의 사진을 찾아 나섰다. 독일총리의사죄를 담은 사진이다. 역사왜곡이 터질 때마다 비교되는 것이 독일의 행보이다. 독일은 제2차 대전 피해국들에게 사죄와 반성을 거듭하고, 해당국과 공동으로 교과서를 만들어 독일의 가해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술하는 등 미래를 대비한 올바른 역사인식과 타국민을배려하는 상호 존중의 시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1970년 12월 7일,당시 독일의 빌리브란트 총리는 폴란드를 방문, 수도 바르샤바의 게토 희생자 추모비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사죄하고 용서를 빌었다. 참으로 아름답고 멋진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진실을 외면하면 미래도 없다
1985년에는 당시 바이체커 대통령이 국회 연설을 통해 과거에 대한반성을 재차 촉구했다. 2004년 6월 6일에는 슈뢰더 총리가 독일 총리로는 처음으로 2차 대전 노르망디 상륙작전 기념식에 참석하여 참전희생자 묘지에 헌화했으며, 뒤이어 8월 1일에는 폴란드 바르샤바 봉기 기념식에 초대받아 참석하여 다시 한 번 폴란드 국민 앞에 독일의 잘못에 대해 용서를 구했다. 이렇듯 독일은 잠시도 과거의 역사에 대해 잘못을 잊지 않고 있다. 일본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일본의 역사왜곡은 어떻게 풀어야 할까? 고민 해봐도 답은 간단하다. 일본의 진지한 반성과 사죄가 우선이다. 그것도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어야 한다. 아무리 우리가 말해도 듣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만큼 일본 스스로의 자세가 중요하다.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사죄하는 것은 큰 용기임에는 틀림없다. 그 만큼 힘들수도 있다. 그렇다고 사죄는커녕 한술 더 떠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인간과 세계의 도리를 벗어난 비인간적·비교육적 태도이다.
반성과 사죄는 한 번의 용기 있는 행동만으로도 충분하다. 일본이 아무리 옳다고 우겨도 역사적 사실이 바뀔 리 만무함을, 대한민국과 국민이 똑바로 지켜보는 한 결코 역사로부터 자유로울수 없음을 직시한다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 것이다.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는 말로만 되는것이 아니다. 말 따로 행동 따로인 일본 때문에 자꾸만 멀어지는 일본에 대한 감정이 두 나라의 거리만큼이나 가까워질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바람일 까? 한·일 관계를 둘러싼 오늘의 역사 창조, 그것은 바로 일본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