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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소식
진실과 화해의 역사로 한 걸음!
  • 이현정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차장
세계NGO역사포럼 창립 국제심포지엄

세계 NGO역사포럼 창립 국제심포지엄

먼저 지난 4월1일에 열렸던'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세계NGO역사포럼'의 창립을 환영한다. 창립 취지를 살펴보니 동아시아 평화와 역사 화해를 위한 의제를 개발하고 시민사회 간 소통 창구로서 역할을 담당한다고 되어 있었다. 국내 NGO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역사 관련 NGO와 함께 공동 역사인식을 모색하고 협력과 상생에 기반을 둔 평화사회를 만드는데 기여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창립식에 이어 첫 공식행사로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동아시아 역사화해를 위한 대안 모색' 이라는 대주제로 1부에서는 동아시아 국제정세와 역사 갈등, 그 해법을 내용으로 일본에서 온 와카미야 요시부미 아사히신문 전 논설주간과 원로 역사학자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가 강연을 맡았다. 2부에서는 외부에서 본 동아시아 역사 갈등을 내용으로 에드워드 리드 미국 아시아재단 한국대표, 알렉산더 페트로브 러시아 사회과학원 연구원, 레베카 엠부 드랜시 중원대학교 교수가 발표에 나섰다. 역사관련 시민사회단체 회원 및 관련 연구자 등 약 100여명이 참석한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지나간 역사를 우리가 어떻게 이해하고, 평화적으로 전개해야 하는지를 보여줬다.

특히 일본의 와카미야씨의 도발적인 강연 내용에도 감정적이지 않은, 냉정하고 논리적인 대응을 보여준 객석의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와카미야씨가 내놓은 감성적인 대안에 대해 청중들은 역사에 대한 분명한 반성과 객관적 역사인식을 토대로 한 질문을 던져 성숙한 시민의식이 무엇인지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일본이 관용과 도량을 요구할 수 있는가"

세계NGO역사포럼 창립 국제심포지엄

와카미야씨는'한국과 일본의 화해를 위하여'를 주제로 한일병합 100년을 한 해 앞 둔 시점에서 한일이 운명공동체임을 서로 확인하여 미래 지향적 한일관계를 만들어 나감과 동시에 한일 양국이 관용과 도량을 겨루는 시대가 오기를 바란다고 제언했다. 이어서 이만열 명예교수는 2009년 동아시아 국제정세와 역사 갈등, 어떻게 풀어야 하나'를 주제로 한국, 중국, 일본이 각각 역사왜곡을 하고 있는바, 동아시아 지역에서 평화와 상생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역사 갈등을 풀어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역설하였다. 이를 위해서 정부 차원 못지않게 한·중·일 3개국의 시민사회 간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고, 과거사에 대한 진지한 속죄, 과도한 민족주의 배제, 공동의 역사연구 등을 제시하였다.

1부가 끝난 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예상대로 와카미야씨의 입장에 대한 반대 의견으로 토론장이 매우 뜨거워졌다. 일본이 지난 식민지 시기에 대한 진지한 사과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해서 역사 교과서 왜곡 및 독도 영유권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반대 논리가 펼쳐졌다. 왜곡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해자인 일본이'관용과 도량'이라 는 개념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요지였다. 이와 같은 객석 반응에 대해 와카미야씨는 이 문제를 양측 모두가 한 발씩 물러나지 않는다면 계속 해서 과열돼 한·일 양국 간에 더 많은 상처를 입을 수 있다고 대답했다.

필자가 보기에도 이 문제는 양국 간에 역사 갈등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라는 지적에 동감한다. 안타깝게도 역사의 해석이 정치적인 논리에 따라 좌우되는 현실이지만, 분명한 것은 역사적 진실 속에서 가해자들의 진정어린 반성과 보상없이 피해자들에게만 용서와 도량을 요구하는 것은 임시방편의 평화일 뿐, 진정한 평화 구축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국제 간 갈등뿐만 아니라 국내의 갈등도 마찬가지다. 미래를 위해 어두운 과거사를 무조건 덮어버리자고 얘기하는 것보다 연구와 토론으로 역사적 진실을 밝히고 그에 맞는 사과와 보상을 통해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 평화적 갈등 해결이라 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진실된 화해와 협력을 의미한다. 그런 면에서 시민사회가 연대해 역사 화해를 위한 이와 같은 활동을 지속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다시금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다.

2부에서는 동아시아 역사 갈등을 외부 시선으로 바라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먼저 에드워드 리드 미국 아시아재단 한국대표는'동북아 역사논쟁과 시민사회의 역할'을 주제로 동북아 국가들이 세계무대의 중심지로 부상하면서 역사적 논쟁을 극복하기 위해서 국가 및 국민들이 상호문제 해결과 이해증진을 바탕으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부시선으로 역사 갈등을 살펴보는 기회

알렉산더 페트로브 러시아 사회과학원 연구원은'시간의 연계성'이라는 발표를 통해 공동역사위원회 조직, 한·중·일 청소년 역사현장 공동탐방 등 토론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카메룬에서 온 레베카 엠부 드랜시 중원대학교 교수는'아프리카의 갈등해소와 평화 구축에서 여성단체의 중요성과 기여도'를 주제로 끔찍했던 아프리카 내전 갈등을 아프리카 여성들이 앞장서서 평화적으로 해결했던 사례들을 소개했다. 이처럼 동아시아 역사 갈등을 한·중·일 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재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우리도 유럽, 아프리카 등의 역사 갈등 해결의 모범적 사례들을 참고해서 동아시아 역사 갈등 해결에 대입하는 노력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이번 심포지엄은 전체적으로 우리가 동아시아 역사 갈등 해결을 위해 고민해야 하는 지점, 그리고 우리의 시선만이 아닌 외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역사 갈등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졌다고 생각한다. 그리고'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역사 갈등 해결'이라는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역사 갈등을 진실과 화해로 극복하고 함께 손잡고 나갈 때 한층 더 성장한 우리를 발견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세계NGO역사포럼이 비옥한 자양분이 되어주길 바란다.

세계NGO역사포럼 창립기념 심포지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