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하!(Aloha) 지난 6월 22일에서 26일까지 하와이대에서 열린 "신라중대·하대의 국가와 사회" 워크숍 참석을 위해 호놀룰루 공항에 도착했을 때 마중 나온 맥브라이드 교수가 처음 건넨 말이다. 맥브라이드 교수는 신라 불교를 전공한 하와이 브리그햄영대학(Brigham Young University, Hawa'i i) 교수로 이번 워크샵을 주관했다.
먼저 일본 진주만 공격을 받아 침몰한 전함을 복원하여 전시한 아리조나 기념관으로 향했다. "전쟁유적을 평화의 초석으로"란 표제가 떠올랐다. 평온하고 고요한 진주만과 어울리지 않는 전쟁의 흔적을 보면서 평화의 절실함을 깨닫는다.
워크숍을 위해 하와이대에 도착했을 때 가장 인상적인 것은 캠퍼스를 하얗게 물들인 아카시아가 아니라 마치 경복궁의 '태원전' 같은 청기와로 꾸며진 '한국학연구소'(사진)였다. 30년전에 지었다는 이 건축물 안에서 전덕재 교수(경주대)의" 신라중대·하대 신라 귀족의 특성이 무엇인가?"라는 논문 발표로 워크숍을 시작했다.
경복궁 태원전을 닮은 하와이대 '한국학연구소'
오후에는 한국 고대사 전체에서 신라사의 위치를 재조명했다. 하일식 교수(연세대)는 자연과학자들의 지층 연구를 통해, 가뭄 때문에 농민 생활이 어려워지고 사회 혼란이 빈번해지면서 왕조 몰락을 재촉했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김상현 교수(동국대)는 신라사회에서 기존의 왕권과 불교 세력이 조화 혹은 공존한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는 국가권력에 예속되었다는 주장을 펼쳤다. 마지막으로는 이기동교수(동국대)는 "신라 쇠망의 사회적·정치적 원인이 무엇인가?"에서 기존에 나온 광범위한 연구 성과를 정리했다.
워크숍을 마친 후 하와이에서 가장 큰 호놀룰루 박물관 한국실을 참관했다. 한국에는 없는 유일한 소장품을 포함, 가야·신라시대, 고려, 조선 후기까지의 도자기 및 회화(인물화, 불화, 민화 등), 병풍, 가구 등이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으며, 한국고대사를 자세히 설명한 안내판을 주의깊게 살펴보았다. 설명문은 이번 행사를 주관한 맥브라이드 교수가 3개월간 수고한 결과물이었다. 한국에서 오는 한국인 동료 연구자들을 위해 자료를 보완하고 정리한 열의와 배려심이 느껴졌다.
문득 한국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우리들의 노력에 대해 잠시 되돌아 보았다. 한국사를 성실히 연구하는 국내학자들, 유창한 한국어 실력과 학식을 겸비한 해외 학자들, 그들을 배양하는 한국학 연구소, 국내외 학계 교류에 중요한 교량 역할을 하는 재단, 일반인들도 쉽게 한국 역사문화 이해를 돕는 드라마, 박물관... 이 모두가 하나의 오케스트라처럼 조화를 이룰때 결실을 맺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풍성한 열매를 맺기 위해 이번 워크숍에서 수고한 이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마할로!(Maha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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